우리는 무엇을 명품이라 부르는가.

직접 만든 짝퉁에도 가치가 있나요.

by 섬세영


최근 레트로 열풍이 불어 닥치고 할매니얼이라는 용어가 뜨면서 뜨개질로 만든 듯 한 제품이 많이 출시되었다. 머니들이 홈드레스 위에 입을 법한 모티브 조끼가 유행을 하고, 연령과 상관 없이 여러 디자인의 뜨개 가방을 팔목에 걸고 다닌다. 이 시류를 만든 것이 소위 말하는 고가의 명품 브랜드인 것인지, 아니면 반대로 고가의 상품을 파는 브랜드에서 레트로 무드를 내세웠기 때문에 이런 시류가 생긴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뜨개 열풍이 불고 있다는 것이다. 뜨개 러버로서 이런 상황이 반갑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도 되는 면도 있다.


올 상반기 프라O에서는 코바늘로 그물 무늬를 넣어 뜬 듯한 네모 반듯한 가방을 출시했다. 브랜드 로고 역시 뜨개질로 완성된 모양새를 띠고 있다. 백 만원이 훌쩍 넘는 고가의 가격이 책정된 이유는 로고때문이리라. 해당 제품은 프라O라는 로고가 없다면 기존에 유행하던 다른 뜨개그물백과 별다른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명품에서 만든 제품이라 해서 색다른 뜨개 기법이 사용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소재가 값어치를 하는 느낌도 들지 않았다. 그렇기에 프라O에서 이 제품을 출시한 이후 많은 사람들이 쉽게 이 제품을 흉내내어 본인이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 혹은 만드는 과정을 영상으로 만들어 올리거나 만드는 과정을 세세하게 설명하는 글을 공유하기도 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인터넷을 조금만 서칭해보면 버O리의 오리지널 패턴을 고스란히 담은 버킷백을 뜰 수 있도록 실과 도안을 패키지로 팔기도 하고, O테가 O네타의 가방을 본떠 만든 가방을 만드는 영상이 여러 개 올라와 쉽게 따라 만들 수도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전자인 프라O의 경우 제품 자체가 이미 뜨개 디테일로 만들어 진 것이고, 후술된 두 브랜드 제품의 경우 뜨개 편물이 아닌 가죽으로 만든 오리지널 제품을 뜨개질로 디자인적 요소만 본떠 만든 것이라는 차이점이 있지만, 결론만 놓고 보면 어찌 되었건 두 상황 모두 명품 브랜드의 디자인을 카피했다는 것이다. 몇 해 전 이미 가죽공방에서 개인이 명품 브랜드의 가방을 카피해 만드는 것이 위법의 소지가 있다는 논의가 이루어 졌었다. 브랜드 로고를 제하더라도 각 브랜드가 가진 고유한 디자인 자체에 가치가 있다. 따라서 개인이 실사용을 위해 직접 제작했더라도 누가 봐도 특정 브랜드의 제품임이 인지되는 가방이면 여러 법률에 위배되는 상황인 위법이라는 것이다. 왜 많은 사람들이 그 재주를 가지고서도 위법인 명품 카피캣을 만든 것일까?






누구나 다 명품의 이미테이션 제품이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알고 산 제품이 아니더라도 패션에 관심이 없어서 이게 어떤 브랜드의 이미테이션이라는 자각조차 못하는 제품이 있을 수도 있다. 도 물론 이런식으로 알아차리지도 못한 채 수중에 들어온 이미테이션 제품이 몇 있었다. 주로 지나가다 예뻐서 산 구두라던가, 인터넷 서핑을 하다 눈에 띠어 구매한 가방이 나중에야 어느 브랜드의 오리지널 제품을 따라 만든것임을 알아채곤 했다. 구매한 제품은 닳고 헤지도록 사용했으니 제 몫은 다 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사용하는 내내 누군가 나를 짝퉁 사는 사람으로 볼까 불편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패션에 큰 관심이 없고 제품력을 가장 큰 기준으로 놓고 소비를 하는 내게 썰물처럼 쏟아져 내려오는 물건의 파도 속에서 이미테이션을 골라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인스O그램만 봐도 특 A급, 혹은 트리플 S급이라는 수식어를 단 수많은 이미테이션제품이 구매자를 기다리고 있다. 영향력 있는 인플루언서가 디자인한 제품이라 해서 믿고 샀는데 후에 알고보니 짝퉁인 경우도 있다. 분명 법적으로 불법이라 하지만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사라지지 않은것이리라.


내가 가진 물건 중 소위 명품이라고 불릴 만한 제품은 기껏 해봤자 커플링 정도이다. 명품백의 동창회라 불리는 결혼식장을 가도 내가 뜬 뜨개 가방을 들고 가기도 하고, 대학 졸업 즈음 선물로 받은 중저가 브랜드 제품을 메고 가기도 한다. 커플링은 처음부터 좋은 제품을 사려던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종로나 동네 금은방도 수 많이 방문 했고 은반지 공방에서 만들어 낄까 하는 생각 까지 했다. 그런데 문제는 옆지기 손이었다. 아무 반지나 껴도 곧 잘 어울리는 내 손에 반해 옆지기는 금은방의 그 어떤 반지를 껴봐도 어울리지가 않는 것이었다. 유난히 크고 두꺼운 그의 손에 올라간 반지는 영 부조화스러웠다. 하필 그의 손에 찰떡같이 어울리던 반지가 역사가 있는 브랜드 제품이었을 뿐이다. 평생 서로의 사랑의 증표가 되어줄 반지에 들이는 돈인데 억만금이래도 아깝지 않았다. 내가 명품을 산 이유는 단지 평생 낄 그 손에 아주 잘어울려서 라는 이유 하나였다. 그 브랜드가 백화점 1층의 제일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도 아니었고, 남들보다 비싼 반지를 끼고 싶단 이유도 아니었다. 만약 옆지기의 손에 가장 잘 어울리던 반지가 우리가 함께 만든 은반지였다면 그 반지가 내겐 최고의 명품이었을 것이다.


우리는 명품의 가치를 어디에서 찾고 있는 것일까?
비싼 값어치? 혹은 로고가 주는 만족감? 혹은 주위의 시선?
수 많은 이유가 있을테지만 그 이유 중 과연 진정으로 나를 위한 이유는 몇 개나 될까?


내가 어릴 적, 엄마는 반짝이가 곱게 박힌 실로 입체적인 꽃모양 모티브를 잔뜩 떴고 이것들을 연결해 가방을 만들었다. 보는 사람마다 예쁘다며 엄마한테 웃돈을 얹어 주고서라도 그 가방을 떠달라고 부탁하곤 했다. 엄마는 기쁜 마음으로 기꺼이 본인이 실을 사고, 몇날 며칠 밤을 세우며 바늘을 움직여 가방을 완성해 안감까지 만들어 넣어 선물했다. 덕분에 당시 엄마는 어느 모임에 가도 엄마가 선물한 가방을 들고 나온 사람이 꼭 한명씩은 있었다. 이 일은 지금까지도 엄마의 기쁨이다. 지금도 간혹 그때 그 가방을 든 사람이 있고, 엄마 역시 그 가방을 여전히 소중히 여기며 들고 다닌다. 나에게 뜨개질로 만든 명품 가방은 이런 것이다. 브랜드에서 수백만원의 가치를 메겨 출시한 제품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그 가방을 똑같이 따라 만든 것도 아니다. 소중한 사람을 생각하며 한땀 한땀 기쁜 마음으로 만들고, 그것을 만들었던 시간을 생각하면 웃음이 나는 그런 가방이 내겐 명품 가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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