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없는 얼굴이 어색하게 느껴진다

그래도 빨리 마스크 없는 세상이 돌아왔으면 좋겠습니다.

by 섬세영

코로나가 시작된지 3년이 다 되어 간다. 처음 코로나가 시작되었을 때엔 마스크를 구하기가 참 힘들었다. 다행히 여기 저기서 재빠르게 마스크를 사다 둔 덕분에 마스크 품귀 현상이 일어나고 공적 마스크가 안정적으로 보급되기까지의 시간을 버틸 수 있었다. 코로나가 시작된 한 겨울에는 마스크를 착용하는 일이 힘들지 않았다. 코로나 이전에도 겨울엔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녔던 터라, 안경에 김 서리는 정도 이상의 불편함은 느끼지 못했다. 당시에는 이 마스크 착용이 여름까지 이어지리라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러나 겨울이 다 지나고 짧은 봄을 지나 여름이 되어도 마스크를 벗을 수 없었다. 가뜩이나 더위를 많이 타는 나에게 한여름 마스크 착용은 상상 그 이상으로 힘들었다. 온 몸에 흐르는 땀이 옷을 적시는 것으로도 모자라 마스크까지 적셨다. 열 방출이 안되는 얼굴 피부는 점점 달아 올라 불타는 고구마처럼 변해갔고 모공도 잔뜩 늘어갔다. 다행인건 코로나 이전에도 내가 외모에 그다지 자신이 없었다는 것이다. 모공이 좀 늘어나면 어떠한가. 이런들 저런들 내 얼굴은 고만 고만 할테니 말이다. 오히려 땀으로 범벅되고 모공까지 늘어난 불타는 고구마를 마스크로 가리고 다닐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즈음에 가을이 찾아왔다.

코로나 이후 두 번째 맞는 여름은 경력이 있다고 조금 더 수월히 보낼 수 있었다. 마스크와 함께 한 여름이 힘든건 비단 나만의 문제가 아니었다는 듯이 여러 제품이 쏟아져 나왔다. 마스크 속 달아 오른 피부를 진정시켜 줄 수 있는 쿨링 패치 제품과 마스크에 반사된 빛으로 기미가 잔뜩 끼어버린 눈가에 붙일 수 있는 제품처럼 미용 목적이 강한 상품까지 등장했다.




나는 떡집에서 일한다. 불특정 다수를 마주하고 그들이 건네는 돈이나 카드 혹은 핸드폰을 하루에서 수 차례 만져야 한다. 손님을 병원균 취급 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뜩이나 예민한 성격이 더 유난스러워진것은 사실이다. 카드를 받아 계산을 한 후에 손소독하는 것은 물론이고 지폐를 받으면 손소독 뿐 아니라 지폐에도 에탄올을 뿌린다. 가게 손잡이도 생각날때마다 닦아주고 최대한 마스크에 손을 안 대려고 노력한다. 가게에서 물 마시는 시간을 제외 하고선 벗지 않았다.


한동안은 식당도 가지 않았다. 가뜩이나 친구들과 약속도 없는 애가 더더 약속을 만들지 않았다. 친구들을 만나면 필시 무언가를 먹게 될테니 말이다. 상대방으로 인해 내가 걸릴것도 걱정이었지만 내가 무증상 감염자일것이 두려워서 만나지 않았다.




이렇게 벌써 3년, 12개의 계절이 흘러갔다. 마스크를 쓰는것이 익숙한 것을 넘어서 이젠 오히려 마스크 없는 얼굴이 어색할 지경이다. 마스크를 쓴 이후로 가뜩이나 안하던 화장을 더 안하게 되었다. 가끔 세수도 패스 할 때가 있다. 하루에 두번씩도 면도 하던 옆지기 역시 덥수룩한 수염을 기르고 다니기 시작했다. 나는 자연스러워진 우리의 모습이 퍽 마음에 든다. 마스크를 씀으로서 벌어진 거리가 아쉬울 때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마스크 속 표정을 알아채기 위해 더 살펴볼 수 있음이 좋다.


하지만 이 불편한 즐거움도 이제 곧 사라질 듯 하다. 실외에서의 마스크 착용은 이제 자율적으로 변했고, 실내 마스크 착용에 대해서도 논의중이다. 마스크와 전염병으로 멀어진 거리가 다시 좁아진다는 뜻이다. 자유롭게 식사를 하고, 거리를 좁혀 앉고, 친밀감을 표시 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지금부터 웃는 연습을 하려 한다. 마스크 속 무표정에서 벗어나 활짝 웃는 얼굴로 지인들을 마주 하고 싶다. 마스크에 덮여 굳어버린 얼굴 근육을 미리미리 스트레칭도 시키고 준비운동도 시킨다. 마스크 없이 마주할 그 모든 얼굴들과 함께 더 환히 빛나길 바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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