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손톱_나를 사랑하는 일

by 섬세영

내 손톱은 짧다. 10살이 채 되지 않던 나이에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이 생겼다. 이 버릇은 20살 무렵까지도 이어져 학창 시절 내내 내 손톱은 아주 짧았다. 신체의 성장과 함께 자라나야할 네일바디도 물어뜨는 버릇으로 인해 자라나지 못했고, 지금도 내 손톱은 짧다 못해 작다.


한때는 나도 긴 손톱에 장식을 화려하게 달고 다닌 적도 있다. 외모 가꾸기에 영 관심 없었지만 유난히 손톱20살이 되자 마자 화장품 로드샵에서 천원대로 쉽게 구할수 있는 네일라커를 구매해 손톱을 잔뜩 꾸미고 다녔다. 손재주가 좋은 것은 여기에서도 드러나, 샵에 가서 받은 것 마냥 알록달록하고 섬세하게 손질해서 다니곤 했다. 대학 입학 후 학기초엔 동기들은 나를 손톱 예쁜애로 기억할 정도였으니 그 손톱의 위상이 어느정도였는지 가늠이 될 것이다.


그러나 내 손톱의 어여쁨은 1년도 채 지속되지 못하였다. 내가 빵집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아세톤으로 네일라커를 모두 지워내고, 손톱밑이 드러날 정도로 짧게 손톱을 잘라냈다. 그 이후 내 손톱은 늘 짧고 민둥민둥함을 유지하고있다. 요식업 프렌차이즈 아르바이트를 쉬지 않았던 데에다, 현재는 떡집에서 일을 하고 있으니 위생상 절대 손톱을 기를 수 없다. 내가 일하면서 맨손톱을 유지하던 그 사이 네일아트의 지위는 많이 올라갔다. 일부 아가씨들의 멋내기용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것으로 변하였다. 떡집에서 일하며 만나는 수 많은 여성 손님 중 네일아트를 하지 않은 손님을 찾아보기가 더 어려워졌다. 갓난 아이를 기르는 젊은 엄마의 손에도 네일아트가 되어 있고, 세월의 흐름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노년의 여사님의 손톱에도 고운 색이 칠해져 있다.


그들의 손톱을 보며 맨손톱이 초라하게 느껴질 때도 많았다. 나도 그들처럼 알록달록한 손톱으로 살고 싶었다. 도대체 왜 내가 하필 떡집 남자를 만나서 저들처럼 손톱도 가꾸지 못하고 사냐며 괜히 옆지기에게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다. 그럴때마다 옆지기는 잘못한것도 하나 없으면서도 자신이 미안하다며 내 두 손을 꼭 잡아주곤 했다.



지금은 내 짧은 손톱이, 민둥민둥한 손톱이 밉지 않다. 마냥 못생긴 손과 손톱이지만 이 손으로 이루어 낼 수 있는 것이 무한함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 두 손이 있어서 나는 평생 취미인 뜨개질을 즐길 수 있고, 손톱이 길지 않고 장식이 없어 뜨개질 하는데 불편함이 없다. 짧은 손톱이어도 글을 쓰는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오히려 손톱이 길지 않아 타이핑 하는데 이질감을 느끼지 못한다. 떡집에서 일하면서 손님들이 불쾌감 느끼지 않을 정도로 위생적인 이미지를 줄 수 있음은 물론이다.


짧은 손톱으로 사는 것이 불편한 경우는 음료 캔을 딸 때 정도 뿐이다. 그 밖의 삶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부분은 전혀 없다. 오히려 손톱이 길지 않아서 좋은 점이 더 많다. 세수 할때도 팍팍 할 수 있고, 요리 할 때도 팍팍 손을 사용 할 수 있다. 손톱이 작아 못생긴 손이 조금이나마 귀엽게 보이기도 한다.


나는 이제 내 손톱과 다른 사람의 손톱을 비교하며 내 손톱을 부끄러워하거나 미워하지 않는다. 이 작은 손톱 하나를 사랑하게 됨으로서 나를 조금 더 아껴줄 수 있게 된 것이다. 나를 사랑하는 일은 거창한 것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다. 작은 것, 작은 점 부터 나를 사랑하다보면 어느덧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존재임을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