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의 실체를 마주하다

by 섬세영

잠에 들면 늘 쫓기는 꿈을 꾼다. 나를 향한 분명한 악의와 살기를 품고 쫓아오는 그것은 종류도 참 다양한다. 어느날은 흉기를 든 연쇄 살인범이기도 하고 또 다른 날은 현실에 존재하지도 않은 괴생명체가 날 향해 이빨를 드러내고 달겨든다.


나는 날 뒤쫓는 그 대상을 명확히 바라본 적도 없고 대면한 적도 없다. 아슬아슬하게 피하거나 숨어서 그 대상이 날 지나치길 바라거나 하염없이 도망다닌다. 그렇게 나는 밤새 누군지도 모르는 대상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쏟아낸다. 잠을 자도 잔 것 같지 않고, 어떨 때는 잠드는 것이 무서울 때도 있다.


어제는 호랑이가 날 쫒아와다(지금 생각해보면 딱히 호랑이는 아니었다. 괴생명체에 가까웠지만 꿈속의 내가 호랑이라 인식했으니 계속해서 호랑이라 칭하겠다). 커다란 강당에서 사람들을 마구 해치던 호랑이를 피해 구석의 창고로 숨어들었다. 창고 문을 닫고 창고 안에 있는 캐비넷 안으로 몸을 구겨 넣고 숨죽이고 있었다. 강당의 비명이 잦아들 즈음, 둔탁한 발걸음이 내 쪽을 향해온다.


덜컥, 덜컥.


창고 문 손잡이는 그 커다란 발에 쉬이 나가 떨어졌고, 호랑이는 점점 내가 숨어있는 캐비넷으로 다가왔다. 최대한 숨을 참는다. 발소리가 멀어지는 듯 싶더니 다시


와락, 쾅!


캐비넷 문이 박살나듯 뜯겨져 나간다. 호랑이의 형형한 눈을 마주하고선 남아있는 캐비넷의 반대쪽문을 생명줄인 양 있는 힘껏 쥐었다. 그러다 내 눈에 어째서인지 화염방사기가 눈에 띄었다. 날 덮치려는 그 호랑이를 향해 화염방사기를 쏜다.


불길에 휩쌓인 호랑이는 그렇게 까만 재가 되었고 나는 승리하였다.


사실 말이 안되는 상황이다. 꿈이니 가능한 일이다. 그럼에도 나는 이 꿈을 꾸고 기분이 한결 가벼워졌다. 내 두려움의 실체를 마주 했고, 그 두려움을 내 손으로 없앨 수 있었다. 두려움에 대항하여 승리하는 경험은 지금 내겐 참 소중한 것이다.


내 삶에 존재하는 수 많은 두려움도 이 꿈 속 내용처럼 하나씩 하나씩 이겨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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