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한뼘 컷을 뿐인데

by 섬세영

오랜만에 어린 시절을 보낸 동네에 방문했다. 내 기억 속의 거리는 익숙한 듯 낯설었다. 추억 속 그 가게는 이미 다른 가게가 되어 있었고, 건물과 나무에서도 세월의 흐름이 담겨 있었다. 그 거리의 끝에 내가 졸업한 초등학교가 있다.



내가 졸업한 초등학교는 당시만 해도 개교 5년이 채 안된 신설 학교 였다. 역사가 오래 된 초등학교에 입학해 1학년을 마치고 전학을 왔기 때문에 모든 것이 새로웠던 2학년 꼬꼬마 눈에는 모든 것이 번쩍번쩍해보였다. 나무가 아닌 교실 바닥과 윤이 나는 책걸상, 그리고 커다란 텔레비전까지 모든 것이 멋있어 보였다. 심지어는 학교 건물까지 예뻤다. 네모 반듯한 벽돌 건물의 초등학교에서 원기둥과 ㄱ자 구조가 결합된 모습에다가 외벽까지 알록달록 페인트칠 되어 있는 모습은 신세계 그 자체였.


초등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학교의 모든 곳이 거대하게 느껴졌었다. 체육시간이면 수업 시작과 동시에 두 바퀴를 뛰어야 하는 운동장도 거대 했고, 정문을 만들고 있는 기둥도 끝이 하늘에 닿아 있는 양 거대하게 느껴졌다. 청소를 해야 하는 중앙 현관도 웅장했고, 계단을 오르다보면 어느새 숨이 헐떡이는 5층짜리 건물 역시 세상에서 가장 큰 건물처럼 느껴졌다.


초등학교 졸업 후, 강산이 몇 번이나 변했다. 그 동안 단 한번도 내가 졸업한 초등학교를 방문해보지 않았다. 같은 동네에서 중학교를 다니면서도 초등학교쪽으로는 발걸음이 쉬이 가지 않았고, 대학 입학 후에는 아예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해서 더더욱 방문의 기회가 없었다. 그러던 중 오랜만에 초등학교 근처 동네에 사는 친구를 만날 일이 생겼다. 약속 시간까지 시간이 남아 동네를 둘러보기로 했다.


동네는 작아져 있었다. 아니 모든 것이 작아져 있었다. 낯설지만 익숙한 거리를 따라 걸으며 추억에 잠기기 보단 내 세상이 이리도 작았나 싶은 생각만 가득 찼다. 아파트 단지를 한 바퀴 도는데 빠른걸음으로 30분이 채 안걸린다. 어린시절에는 단지를 가로질러 가야 있는 놀이터를 가려면 부모님의 허락이 필수일 정도로 먼 거리라 여겼었는데 말이다. 세상에서 제일 멋있고 훌륭하다 여기었던 나의 초등학교도 한없이 작아졌다. 5층짜리 건물이 더이상 높지 않고, 운동장은 왜 선생님들이 체력장 시기만 되면 작다고 투덜댔는지 이해 될 정도로 작아져 있었다.


나는 고작 한 뼘 컸을 뿐이다. 이차성징이 빨리 와 초등학교 시절에 이미 성장이 이루어진 만큼 그 때의 키와 지금의 키가 10cm도 차이가 나지 않는다. 나의 10cm가 내 세상을 이렇게나 작아지게 만들었다. 겨우 한 뼘 컷을 뿐이데 왜 이렇게 작아졌을까. 세상을 더이상 새로이 느끼지 못하는 내 시선의 차이일까. 작은 것에서도 늘 새로움을 찾아내던 초등학생의 내가 그리워진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