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록1] 팬티가 기가막혀

by 섬세영


나와 옆지기의 생일은 4월 25일과 27일이다. 년 4월, 우리는 우리들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제주도를 다녀왔다. 이 찬란한 기억이 더 흐려지기 전에 기록으로 남겨본다.



제주도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부터 험난했다. 모처럼의 여행이라고 속옷부터 외투까지 멋지게 차려 입으려던 옆지기가 하필 새팬티를 입고 나온 것이었다. 평소에 입던 넉넉한 속옷이 아닌 쫜쫜한 새 속옷을 입은 것이다. 가뜩이나 비행기를 무서워 하는 사람이 속옷까지 옥죄니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헉헉거리기 시작했다. 옆지기의 까무잡잡한 얼굴은 점점 하얗게 질려갔다. 다못한 나는 까짓꺼 팬티 벗어서 버려버리라고 윽박까지 질렀다.


"오빠, 팬티 벗어버려"


"팬티를 어떻게 벗어..."


"왜 못벗어? 그냥 벗고 바지만 입어버려!"


"안돼... 챙피해... 그냥 참을래..."


이런 대화를 한시간 내내 하다 겨우 제주도에 도착했다. 비행기에서 내린 옆지기는 그나마 다행히 비행기를 벗어난 덕분에 한결 나아진 표정이었지만 여전히 졸려오는 팬티에 정신을 못차렸다. 결국 나는 공항 한복판에서 캐리어 뚜껑을 열어 팬티를 꺼내 들 수밖에 없었다.


"갈아입고 와요."


"네..."


이 날 옆지기는 다이어트를 결심했고, 나는 여행날 속옷 검사를 필히 하겠노라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