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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니제이 Mar 07. 2020

코로나19 사태, 한국 살고 싶다고?

미국에 사는 동생으로부터


이번 코로나19 사태 보니까
지~~~인짜
한국 가서 살고 싶더라


뭣이라!! 코로나19 확진자가 7천명을 넘어가고, 마스크가 부족하네, 대통령을 탄핵하네, 생 난리통인 한국인데... 여기 와서 살고 싶다고??


한국은 진짜 잘 대처하고 있는 거지. 검사해줘, 치료해줘, 동선 확인해서 미리 조심하게 해줘, 얼마나 잘하는 거야. 여긴 감기 증상 있으면 그냥 집에서 2주간 나오지 말래. 알아서 살아나라는 거지. 보험료는 엄청 내는데 검사 키트도 없고 뭐 해주는 게 없어. 탄핵은 트럼프가 당해야 하는데 말야.


미국에서 살고 있는 동생이 보낸 메시지다. 동생이 사는 곳에 아직 확진자는 없지만, 없는 게 아니라 검사를 안 해서 모르는 것 같다는 전언이다. 대학에서 간호학을 가르치는 동생의 입장에서는 미국의 후진적인 의료서비스에 분통이 터질 뿐이다. 독감으로 치료받는 환자들에 대해 병원에서는 '플루도 아니고 감기도 아니고 다른 바이러스 같은데?' 정도로 대응하고 있다니 말 다했다.


미국 방송에서는 한국이 대처 잘한다고 얼마나 칭찬하는지 몰라. 전 세계적으로 그런 반응인데 한국 안에서만 잘 모를걸. 여론을 주도하는 사람들에 문제가 있는 거지. 암튼 여기서는 한국처럼 정확하고 체계적으로 대응하자고, 한국 따라하려고 준비 중이래.


호주 멜버른의 한 대형마트. 화장지 코너가 텅텅 비었다.


호주에 사는 동생을 둔 친구가 보내온 사진이다. 코로나19가 호주로 번지면서 화장지 사재기가 한창이다. 화장지뿐 아니라 밀가루, 쌀, 계란, 고기 등 식료품 매대도 텅텅 비었단다.


"그래? 나 어제 마트 갔었는데 여긴 화장지 가득가득 쌓였던데?"

"그러니까 말야. 한국사람들은 얼마나 점잖은지. 한국인이라는 자긍심을 가져야 해."


호주 정부는 화장지가 부족할 일은 없을 거라지만 화장지 구입을 두고 고객 간 칼부림 소동까지 벌어지는 상황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고립증후군에 대한 두려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설명한다. 마스크나 의약품도 아니고, 음식이나 물처럼 생존에 꼭 필요한 것도 아닌데 왜 화장지에 집착하는가. 남들이 사니 막연하게 나도 필요할 거라는 생각에서 기인한다는 것이다.


놓치거나 제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고립증후군' 이야말로 지금 우리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 아닐까. 게다가 집단 혼란을 부추기는 가짜뉴스로 인한 인포데믹(정보전염병)까지. 언론개혁의 필요성이 절실히 느껴지는 요즘이다. 우리는 바보가 아니다. 강제휴가에 셀프감금, 머리로는 '이참에 휴가 받았다 생각해야지' 하지만 마음은 점점 통제불능 상태가 되어간다. 대구경북 지역민들의 고통은 감히 상상할 수도 없다. 어서 빨리 이 상황이 해결되기를 바랄 뿐. 언제 또 다른 바이러스의 역습을 당할지 모르는 우리의 운명이 참으로 애처롭지만, 그래도 힘을 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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