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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니제이 Mar 04. 2020

내 나이 마흔둘

열심히 쓰고 싶어졌다


<요가 매트만큼의 세계>를 통해 처음 브런치를 만났다. 요가에 푹 빠져있던 터라 순전히 제목에 꽂혀 집어 든 책이었다. 카카오브런치북 프로젝트에서 금상을 받고 출간된 것이었는데, 낯선 타이틀이 조금은 못 미덥기도 했다. 책을 덮는 순간, 필자인 요가 하는 30대 여성 피디가 너무 부러웠다, 존경스러웠다, 글을 쓰고 싶어졌다.


브런치에 글을 쓸까, 블로그에 쓸까, 오마이뉴스에 쓸까 생각만 하다가 1년이 지나갔다. 그리고 2020년을 맞이하게 되었다. 생전 새해 계획 따위 세우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이상하게도 뻔한 이야기가 마음에 걸렸다. 새해 목표를 아주 사소하게 실현 가능한 것들로 세워보라는 거였다. 예를 들어 운동을 시작할 거야 대신 올해는 꼭 요가원에 등록할 거야, 나를 위한 선물을 아끼지 않을 거야 대신 나에게 손목시계를 선물할 거야 등등 충분히 해낼 수 있는 구체적인 목표들로 말이다. 이미 새해가 시작되어 있었고 음력 1월 1일이 지나기 전에는 계획을 세워야지 마음먹었다. 그렇게 브런치를 시작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것도 쉽지 않았다. 그냥 쓰면 되는 건 줄 알았는데 작가 신청을 하고 승인을 받아야 했다. 뭐 하나 쉬운 게 없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으나 여기에서 멈추면 올해도 그냥 지나가겠다 싶어 신청을 했다. 크게 기대도 미련도 없이, 되면 써보고 아니면 말자 했는데 생각보다 일찍,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는 통보가 왔다.


기대도 미련도 없는 줄 알았는데 정말이지 너무 기뻤다. 인정받는다는 느낌이 사람을 이렇게 행복하게 하는구나 새삼 깨달았다. 그렇게 글을 하나 둘 올렸는데, 시작한 지 얼마나 됐다고 회의감이 밀려왔다. 봐주지도 않는 글을 여기에서 쓰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글 쓸 소재도 별로 없고, 다들 이렇게 부지런히 열심히 글을 쓰는데 나는 절대 못 쫓아가겠다, 내가 그럼 그렇지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것도 없지... 그러다가 어느 작가의 글을 보게 되었다. 브런치 고시, 브런치 작가가 되기 위해 재수, 삼수를 한다는 이야기에 왠지 부끄러워졌다.


나름 치열하게 살아왔다고 자부했고, 뭐든 열심히 했다 생각했는데, 이제와 돌이켜보니 매번 적당히 버텨온 게 아닌가 반성이 됐다. 뭐라도 하나쯤은 끝까지 파고들어봐야 하지 않을까, 괜한 오기까지 생겼다. 그래, 누가 봐주는 게 뭐가 중요한가, 내 글을 쓸 공적인 공간이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것을. 애초에 브런치를 시작한 것도 거창한 목표가 있어서도 아니고, 꾸준히 글을 쓰고 싶어서였는데 말이다.


이제는 브런치의 수많은 글을 읽는 것도 큰 즐거움이 되었다. 이렇게 다양한 주제, 방대한 양의 글을 한 번에 모아놓은 곳이 또 있을까. 삶의 모든 것들이 소재가 된다. 그리고 정말 좋은 글들이 많다. 그래서 또 좌절을 하기도 했다. 글 잘 쓰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구나 하고.  잘 읽히는 글, 인기 많은 작가는 다 이유가 있었다. 오랜 시간 동안 느껴온 나의 한계, 내 글의 한계를 이곳에서 역시나 느끼고 있다. 결국은 많이 써보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게다가 언제든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쓸 수 있다는 것도 큰 축복 아니겠는가. 이제부터 나는 여기에서 부지런히 씨불여볼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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