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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니제이 Jul 29. 2020

다녕 작가님을 기억합니다



서랍에 끝맺지 못한 글이 스물여섯 개가 되었다. 글을 쓸 새 없이 바빴던 이유에 대한 글도 쓰다 말고는, 결국 석 달 이상 글을 쓰지 못했다. 머리를 감다가, 청소를 하다가, 식사준비를 하다가, 라디오를 듣다가, 쓰고 싶은 것들이 문득문득 떠올랐지만 이전처럼 글쓰기로 이어지지 않았다. 간혹 끄적이던 글들은 좀처럼 매듭을 짓지 못하고 서랍에 쌓여갔다.


나이를 먹어가며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마주하는 횟수가 잦아진다. 그로 인해 심리적으로 많이 힘들 때가 있었다.  인생은 결국 비극인 걸까, 나이를 먹는다는 건 여러 가지 의미로 죽음과 가까워지고 죽음에 익숙해지는 것 아닐까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죽음이란 건 결코 익숙해질 수 없는 것이었다.


브런치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알게 된 다녕 작가님. 다녕님의 유쾌하고 씩씩한 글을 읽으며 많이 웃고 위로 받았더랬다. 다녕님을 관심작가로 설정하고 글마다 라이킷을 누르면서도 왜 댓글 한 번 달지 않았을까. 댓글로 인사하고 말을 거는 것조차 왜 나에게는 용기가 필요한 걸까. 인사가 너무 늦어버렸다. 다녕님의 부고를 접하고 망연자실했다.


매주 글을 쓸 때는 다른 작가들의 글도 열심히 읽고 새 글 알림이 뜨면 그렇게 반가웠다. 그러다 1주, 2주 글을 쓰지 못한 채 시간이 흘러가고 '한 달에 한 번은 글을 발행해야지' 하는 부담감이 '한 달도 넘겼는데 두 달은 어때' 하는 자포자기에 이르면서, 다른 작가들의 새 글을 읽는 것도 숙제처럼 느껴질 지경이 되었다.


그러던 중 다녕님의 새 글 소식이 오랜만에 도착했다. 아, 출간 준비로 그동안 바쁘셨구나, 좀 편찮기는 하셔도 치료 잘 받고 씩씩하게 털고 일어나실 거야, 생각만 했다. 다시 소식 전하신다고 했는데 왜 새 글이 안 올라올까, 궁금하지만 물을 곳도 없었다. 정말 간만에 브런치 홈을 기웃대다가 다녕님의 소식을 발견하고는 주저앉고 말았다. 왜 그렇게 눈물이 나는지 알 수 없었다. 일면식도 없는 사이인데도 너무나 가까운 친구를 잃은 것처럼 마음이 아렸다.


브런치는 그런 곳이었나 보다. 우리는 글을 통해 생각보다 깊게 연결되고 있었다. 다녕님이 떠오를 때마다 글을 쓰고 싶어졌다. 더 늦기 전에 써야만 할 것 같았다. 좋아하는 작가들의 글을 정성스레 읽고 인사라도 남기고 싶어졌다.


오래오래 기억할게요 다녕 작가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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