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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니제이 Apr 06. 2022

봉쇄와 격리의 무한반복

서약서에 통행증까지, 21세기 베이징 코로나19 현실


작년 여름 베이징의 한인타운이라 불리는 '왕징'의 한 아파트 단지가 봉쇄됐었다. 그 후 왕징에서 두 번째 봉쇄가 일어났다.


이번 봉쇄의 원인은 한국 수입의류. 왕징의 랜드마크 '왕징 소호'(대형복합상가)의 한국의류전문점 직원과 동거인이 오미크론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직원의 거주지인 왕징의 한 아파트 단지가 봉쇄되었다. 수많은 한인들이 거주하고, 왕징에서 가장 큰 한인마트가 있으며, 필자의 집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불과한 곳이다. 소호의 식당과 카페 등을 다녀간 수백 명의 접촉자들은 자택 격리 중이고, 수십만 왕징 주민들은 이틀에 한 번씩 핵산 검사(코로나 검사)를 받고 있다. 오늘로 2차 검사를 마쳤고 3차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지난 춘제(음력설) 때 핵산 검사를 위해 설치한 천막이 아파트 단지 한가운데 그대로 주저앉아 있었는데, 이렇게 일이 생기면 다시 세워진다. 신속한 검사를 위해 10명의 샘플이 한 병에 담기고 그중 하나라도 양성이 나오면 봉쇄 그리고 무한 검사가 이어질 것이다. 세 번의 검사를 무사히 통과해야 일상을 되찾을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로부터 가장 안전한 곳이 여기였는데, 언제까지 틀어막아 안전을 유지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도 한국에서 오는 비행기도 모두 끊겼다.


그동안에는 베이징 내 코로나19 소식이 들려도 통제를 잘하나보다, 통제가 된다니 신기하네, 통제가 아니라 무자비한 봉쇄인가, 일주일이면 지나갈 거야, 등등의 생각이 다였는데 막상 가까이에서 겪어보니 빈틈이 너무 많다. 그동안 이런 식으로 통제를 해온 것인가 당황스럽기도 하다. 일단 건물이나 상점을 출입할 때 스캔하는 헬스키트 정보를 바탕으로 전화가 쏟아진다. 정보공유가 안 되는 건지 같은 내용의 전화가 수차례 온다. 당연히 누락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며, 전화를 어떻게 받느냐에 따라 운명이 달라질 수도 있다. 중국인 직원과의 의사소통도 쉽지 않다. 공표된 확진자 동선과 겹친다면 자진 신고가 먼저다. 그러다가 이제는 무턱대고  '언제부터 언제까지 소호 다녀온 사람은 무조건 격리'식의 통보가 날아오니 이렇게 격리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이미 일주일 이상 지났는데, 하는 심정인 게다. 오미크론을 기존의 방식으로 통제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순진한 것 아닐까. 세상은 이미 위드 코로나로 가는데 중국은 언제까지 온실 문 꼭꼭 닫고 지낼 수 있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온지 오래다.


왕징에서  시간 거리, 베이징 인근 도시에 사는 지인의 상황은  심각하다. 지난겨울부터 무한반복 봉쇄를 경험하고 있다. 핵산 검사를 하겠다고 아파트부터 봉쇄한다. 그곳 주민들을 베이징으로 들여보내지 않겠다는 심산일 것이다. 겨울 방학 내내 봉쇄와 격리, 잠깐의 해제를 되풀이하다 최근 3주간의 격리를 강행했다.  도시에서,  아파트에서, 확진자가 나온 것도 아니다. 그곳으로부터 2시간 떨어진 도시에서 확진자가 나오니 베이징과 가장 가까운 그곳을 틀어막는 것이다. 3주간의 격리에서 겨우 풀려났는데 이젠 베이징에  수가 없단다. 베이징에 갔다가 다시 돌아오려면 통행증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통행증을 만들기 위해 백방으로 뛰던 지인은 통행증 용지가 없어 발급이 잠정 중단되었다는 주민위원회의 설명에 허탈해했다. 그리고는 다음 주말  도시를 떠나기로 결정했다. 다시는  도시에 돌아오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써야한단다. 그는 '탈출'이라고 표현했다. 직장도 학교도 베이징에 있는데 그동안 너무 오래 이곳에   없었다. 베이징에서 가장 가까운 도시, 베이징으로 출퇴근과 통학이 가능하고 임대료와 물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도시에는 수많은 한인들이 살고 있다.


어처구니없게도 중국은 여전히 바이러스의 근원을 타국으로 돌리는 데 급급하다. 이번에도 그렇다. 감염원이 오염된 수입의류일 우려가 크다고 보도하면서 최근 한국의 확진자 수가 가장 많다는 이야기를 덧붙인다. 마침 한인타운에서 이 사태가 벌어졌으니 기회를 잡은 것일까. 한국 수입의류라지만 '메이드 인 차이나'일 확률이 높은데 말이다. 중국 정부의 설명을 누가 믿을까 싶지만 중국 국민들은 철석같이 믿는 것이 현실이다. 여러 가지로 웃픈 일 투성이다. 베이징에 갇히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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