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요즘 어디봐? 투자할 회사들 여전히 보여? 이제 투자할 만한 회사 거의 다 나온거 아냐?"
내가 VC업계에 입문한지 2~3년쯤 되었을 무렵이니 2014~2015년쯤이다. 당시 가장 열심히 또 많이 검토하고 투자한다던 심사역들이 모여 나눈 대화의 한 장면이다. 스타트업 트랜드를 주도하던 모바일, 소셜미디어, 이커머스 등의 키워드가 탄력을 잃을 즈음이었다. 어린 심사역들의 치기어린 이 문장들이 얼마나 오만하고 낯 뜨거운 그것이었는지는 인류 역사상 가장 급격한 발명과 혁신의 시대였던 지난 10년의 세월이 증명하다.
모바일과 소셜미디어와 이커머스의 정체와 포화가 혁신의 정체와 포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심지어 멈춘 것 처럼 보였던 모바일과 소셜미디어와 이커머스 마저도 지난 10년간 수많은 경쟁과 도전과 변주를 거쳐 끊임 없이 진화해왔다.
2.
"우리가 아는 회사, 그들의 문제해결 방식과 접근은 크게 두렵지 않습니다. 우리가 진심으로 두려워 하는 것는 우리가 모르는 지점에서,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한 고객의 문제를 정의하고,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방식과 규모로 이 문제를 푸는 사람들이예요. 이런 사람들을 찾고 교류하고 그분들이 우리와 함께 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줬으면 합니다."
지금 회사의 어떤 분과 처음 만나 대화를 나누다가(나중에 알고 보니 이 일련의 대화들이 모두 인터뷰였고 그는 어느 시점에 내 보스가 되었다) 당신 회사의 경쟁자는 누구냐, 나에게 기대하는 것은 무엇이냐 는 질문을 했을 때 그에 대한 답변이었다.
인류는 멸망하기 직전까지 어제에 비해 좀 더 좀 더 나은 오늘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따라서 인류가 존재하는 한 혁신은 절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인류의 혁신이 정체되었거나 멈췄다고 느낀다면 그것은 인류가 멈춘 것이 아니라 당신이 멈춘 것이다.
투자할 회사가 없다고 느낀다면 그것은 투자할 회사가 없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모르는 것이다.
반성하고 두려워하고 주변을 살피고 또 각성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