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상장한 이후 주변의 지인들로부터 무엇이 가장 크게 바뀌었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처음에는 아무리 곰곰이 생각해봐도 별반 바뀐 것이 없다는 생각에 이전과 똑같다는 답변을 했다. 실제로 회사는 예전과 다름없이 빠듯하고 치열하게 돌아가고 일이 크게 달라지는 것도 아니어서 임직원들이 그 차이를 느끼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한 분야에서 큰 변화를 체감한 이후에는 나만의 답변이 생겼다. 그것은 바로 '채용'이다. 그래서 요즘은 예전에는 감히 꿈도 꾸기 어려웠던 좋은 분들을 팀의 동료로 또 새로운 프로젝트의 리더로 모실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답한다. 막상 이렇게 답하면 많은 분들이 예상하지 못했다는 또는 다소 시시하다는 반응을 보이지만 어쩔 수 없다. 나와 비슷한 시기에 입사한 리더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다들 "션님, 제 옆자리에 앉은 사람들의 수준이 달라졌어요!"라고 말하니 이것이 비단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닌 듯싶다.
CorpDev, 아니 쿠팡의 리쿠르팅 잔혹사는 눈물 없이 들을 수 없을 정도로 처절하다. 좋은 분이 있다고 하면 서울이든 부산이든 제주도든 샌프란시스코든 시애틀이든 상하이든 그곳이 어디든 달려갔고, 훌륭한 엔지니어들을 보유한 국내외의 큰 회사 앞에 진을 치고 한 자리에 엉덩이에 진물이 앉을 때까지 눌러앉아 릴레이 인터뷰(..라고 쓰고 읍소라고 읽는다)나 행사를 진행한 경우도 많았다. 거절의 경험은 셀 수 없이 많고, 계약서에 서명까지 한 후보자들이 중간에 마음을 바꾸거나 다른 회사로 방향을 튼 경우도 허다하다. 힘든 과거를 되돌아보면 좋은 분들을 모실 수 있게 되고, 그래서 우리가 더 많은 것을 해낼 수 있다고 확신이 드는 지금이 마치 절대 깨고 싶지 않은 달콤한 꿈을 꾸는 것처럼 믿기지 않고 행복하다.
우리가 더 많은 것을 증명하고, 그 보다 더 많은 것을 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면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지식과 경험과 역량을 가지고 있으며 또 반대로 우리와 고객으로부터 배울 의지와 태도와 잠재력을 지닌 분들을 모실 수 있다. 이 정도면 임직원의 입장에서 고객의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고 그래서 선택받고 또 더 많은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만들어야 할 당위로 충분하지 않을까?
5년 전에 올린 절절한 잡포스팅을 보며 든 생각. 선정적인(?) 제목에 큰 기대를 가지고 들어오신 분이 계신다면 실망하셨을 수도 있지만 이것이 조금의 보탬도 없는 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