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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상엽 Jul 08. 2019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 되는 법

굳이 자기 계발서까지 가지 않더라도, 회사에서 반드시 필요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문장을 자주 본다. 이 주장은 나의 경험과 이해에 비춰볼 때 매우 진실에 가깝다. 그러나 나는 이 주장을 어떻게 해석하는지와 그래서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통념과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회사는 규모가 커질수록 예측 가능성과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각 역할을 최대한 대체 가능한 상태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또한 회사에 소속된 각 개인은 스스로 대체 불가능한 사람, 즉 없어서는 안 되는 반드시 필요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일견 서로 상충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러한 회사와 개인의 노력은 냉정하거나 악한 것이 아니며, 각각에게 생존 혹은 성장을 위해 필요한 것들이다.

그런데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고용주와 피고용주 사이의 투쟁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하는 모습을 본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어떤 사람들은 내가 맡은 업무를 개선해서 업무 결과물의 품질과 달성 속도를 높일 수 있는 기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개선을 주도하거나 개선 과정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것에 두려움을 느낀다. 이런 두려움은 그 개선의 결과가 내가 맡은 업무에서 나의 역할을 제한하거나 극단적으로는 제거해서 종국에는 나의 일자리를 빼앗을 거라는 예상으로부터 비롯된다. 더 나아가 또 다른 어떤 이들은 평상시에도 내가 부재하면 내가 맡은 업무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도록, 주변 사람들에게 이 업무를 대체할 수 있는 기본적인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는 것에 매우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이것이 스스로를 대체 불가능한 사람으로 만드는 방법이라고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이런 오해들이, 회사와 개인 양측이 각자의 생존과 성장을 위해 절대 피해야 하는 어떤 잘못된 가정으로부터 비롯된다고 믿는다.

1) 고용주인 회사의 업무 프로세스는 바뀌거나 개선되지 않고 유지되어야 한다: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는 회사라는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동의할 수 없는 가정이다. 고객에게 더 큰 가치를, 지속 가능한 형태로 제공하기 위해 회사는 결과물의 품질을 개선하고, 과정에서의 낭비를 없애고, 달성 속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끊임없이 진화해야 한다. 이것은 문제 해결 수단으로써 회사의 존재 이유와 직결되는 당위적 조건이기 때문에 논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믿는다.

2) 피고용인인 개인은 업무의 종류와 형태의 변화 없이 계속 같은 업무만을 같은 방식으로 수행해야 한다: 커리어를 개발해야 하는 프로페셔널로서 동의할 수 없는 가정이다. 업무를 통해 경험과 지식을 쌓아 내게 기대되는 역할을 수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회사와 고객에게 더 큰 기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고, 그 기회들을 통해 스스로의 문제 해결 역량과 잠재력을 개발하고 또 증명해 내는 것이 것이 프로페셔널로서 성장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정직한 방식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런 가정들을 고려한다면, 회사에 distraction을 만드는 방식으로 나의 대체 불가능성을 웅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나는 역설적으로, 내가 하는 모든 일을 대체 가능하게(=systematic) 하게 만드는 것이 나의 대체 불가능성을 높인다고 믿는다. 내가 맡은 업무 프로세스의 비효율을 발견하고 표준화나 자동화를 통해 이를 해결하는 것은 고난도의 기술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회사의 성취를 방해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업무에 대한 해자를 구축하는 사람이 적지 않기 때문에, 업무를 표준화하거나 자동화 해서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사람은 역량의 차원을 넘어 업무에 대한 접근 방식과 태도의 관점에서도 매우 희소하다. 따라서 내가 맡은 업무를 보다 효과적 &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방식을 고민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주니어와 시니어를 구분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 중 하나이며, 건강한 조직은 이런 사람을 절대 그 자리에 그냥 내버려두거나 그가 자신의 역할을 잃고 밀려나도록 방치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에게 보다 중요한 역할, 요컨대 더 도전적인(= 영향력이 큰, 어려운) 업무, 더 광범위한 의사결정권, 더 많은 자원을 위임해서 그가 회사와 고객에 더 크게 기여하고 스스로의 역량을 증명할 수 있는 기회와 동기를 제공한다.

내가 하는 모든 일을 누군가로 대체 가능하게 만들고 더 나아가 자동화 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나는 절대 대체할 수 없는 사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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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엽 소속 COUPANG

Leading Corporate Development, Ex-VC at Capstone Partners, Ex-PO and CEO Staff at 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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