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이 "세상을 지금보다 더 나은 곳으로 만든다"라는 식의 훌륭한 미션을 가지고 있고 수익보다는 미션 달성을 우선한다면, 직원들 역시 그 미션 달성에 동참하고자 하는 동기가 높은 경향을 보입니다. 일의 의미를 자존감을 심어주기 때문이겠죠. 또, 이런 조직일수록 '미션 지향적'인 직원을 좋게 평가하기 때문일 테고, 그런 성향이 강한 지원자가 채용되기 마련일 테니까요. 어쨌든 우리는 '훌륭한 미션을 추구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좋다'라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아마 여러분도 그럴 거에요.
하지만 무엇이든지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기 마련입니다. 텍사스 대학교의 인시야 후세인(Insiya Hussain) 등의 연구자들은 "미션 지향적인 조직의 직원들은 평균적으로 임금이 낮다"라는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후세인은 392명의 참가자들 중 절반에게 미션 지향적인 기업에 관한 설명을, 나머지 절반에게는 일반적인 기업에 관한 설명을 읽게 했습니다. 그리고 입사한다고 가정하고서 임금 협상의 가능성을 말하도록 했어요. 그랬더니 미션 지향적인 기업에 관해 설명을 들은 참가자들이 임금 협상에 나서 가능성이 32%나 낮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또다른 실험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도출되었는데요, A그룹은 CEO가 기업의 사회적 영향을 강조하는 비디오를 시청했고, B그룹은 회사 조직을 설명하는 비디오를 시청했습니다. 참가자들은 비디오를 보고 처음에 제안된 임금을 높여서 요구할 기회를 받았는데요, A그룹의 참가자들이 임금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43%나 낮았다고 합니다. 임금뿐만 아니라, 휴가나 의료 혜택 같은 복리후생도 적게 요구했고요.
왜 그럴까요? 미션 지향적인 조직에 있는 직원들은 상대적으로 "내가 임금을 높여 달라고 말하면 날 욕심 많은 사람으로 보겠지?", "돈에만 관심이 있다고 볼지 몰라."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회사는 인류 공영과 행복을 추구하고자 매진하는데, 나는 돈 달라고 떼를 쓴다?' 회사측에 정당한 보상을 요구할 자신감이 생기기가 쉽지 않겠죠.
어찌보면 조금 아이러니합니다. 회사는 인류의 번영과 복지를 외치는데, 그 회사의 직원들은 다른 기업의 직원들보다 보상과 복지가 떨어질 수 있으니 말이에요. 기업의 리더는 조직의 미션 추구도 중요하지만 그로 인해 직원들이 자신의 이익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부지불식간에 희생을 스스로에게 강요하고 있음을 인지해야 할 겁니다.
또한 직원들에게 나가는 임금과 복리후생 비용이 아까워서 '있어 보이는' 미션을 거짓으로 외쳐서도 안 되겠죠. 미션 달성의 동력은 구성원으로부터 나온다는 점을 잊지 말기 바랍니다. 아무리 대의가 아름답다 해도.
* 참고논문
Hussain, I., Pitesa, M., Thau, S., & Schaerer, M. (2023). Pay Suppression in Social Impact Contexts: How Framing Work Around the Greater Good Inhibits Job Candidate Compensation Demands. Organization Sc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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