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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종서각 서점

- 책의 성전을 찾아가다

도서정전이라는 독특한 인테리어 정신으로 꾸민
종서각의 지극한 아름다움



종서각 서점은 멀리 상하이 교외에 있어요.

지하철 9호선 쑹장대학성 역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1시간 30분 정도 가면

 'Tames Town'이라는 곳에 자리잡고 있죠.

조금 먼 거리입니다.

템즈 타운은 2016년 10월 중국의 여러 부동산 개발회사들이 합작하여 완공한 테마 마을인데요.

영국 빅토리아와 조지 왕조 시대에 유행한 건축물들이 있습니다.

사실 종서각 서점 때문에 템즈 타운을 알게 되었죠.

그전에는 듣지도 알지도 못하는 곳이었습니다.

낯선 택시를 타고 종서각을 찾아가는데 마음속에서 불안과 의심이 계속 들었죠.

낯선 택시기사의 아찔한 고속질주는 이어지고

주변의 풍경은 왠지 먼 황야로 떠나는 기분이었죠.

계속 넓고 긴 도로의 연속일 뿐 조금 삭막한 느낌도 들더군요.

간혹 더운 열기를 피해 자전거를 타고 쏜살같이 달리는 젊은 연인들이 보이곤 했죠.

택시가 '템즈 타운' 정문으로 들어설 때 '이거 완전 잘못 찾아 왔구나'라는 낭패감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영국식 타운과 서점의 조합은 부적절한 관계였죠.

템즈 타운 정문 통과하면 만나는 영국식 건축물과 종서각 근처의 다양한 건물들


이미 택시 기사는 쏜살같이 되돌아 가버린 상태였고

어리둥절 한 마음에 사방을 둘러보아도 영국식 건물들이 즐비할 뿐.

상하이 시내에서 1시간 30분을 달려왔는데 참 낭패스러웠습니다.

다급한 마음에 종서각 사진이 나온 책자를 펼치며 여러 사람들에게 위치를 물어보자

다행스럽게 서점을 쉽게 찾을 수 있었죠.


드디어 만난  종서각 서점.
목재로 만든 출입문이 활짝 열려 있고 다소 생뚱맞게 비닐 커튼이 내려져 있었죠.
그리고 세상의 모든 언어들이 새겨져 있는 유리창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책의 성전, 종서각 정문 세상의 언어들이 유리창에 새겨져 있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하고 들어가 본 실내.

그런데 들어가자마자 깜짝 놀랐어요.

발 밑에 펼쳐진 수많은 양서들이 카펫처럼 깔려 있었죠.

잠시 긴장을 했는지 두 발은 주춤거렸고  다시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아가자

미로 형태로 이뤄진 작은 공간이 나오더군요.

바깥의 소음이 차단된 완벽한 책방. 역시 책장 안에서 은은한 불빛이 새어 나와 책들을 비추고 있었죠. 그런데 무심코 위를 올려다보니 놀랍게도 아름다운 명화들이 천장에서 새로운 세계를 형성하고 있었어요.
작은 공간을 나눠 전시한 다양한 책들. 그리고 천장의 그림은 또다른 볼거리


마치 유럽의 유명한 미술관에 들어온 듯

수많은 책의 조각들이 환한 빛과 함께 공존하고 있었죠.

정말 '책도 하나의 예술품'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명화와 책이 만나 더욱 아름다운 풍경을 이룬 곳에

기다란 앉은뱅이 의자들이 있었죠.

어둠에 묻혀 다소곳이 앉아 책을 읽는 처녀들은 예쁘고 아름다웠습니다.

숨바꼭질 놀이하듯 여러 방을 전전하며 맛보는 공간과 책의 아름다움.

참 새로운 세상이었어요.



하지만 중앙 통로는 인산인해였어요.

대부분 동네 주민들이 아닌 관광객들이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 아름다운 서점이 동네 친화적인 서점이라기보다

유명 관광지의 기념품 판매처로 보이더군요.

중앙 복도의 천장은 회벽으로 마감 처리하고 고딕풍의 조명을 설치하여

중세시대의 오래된 성 안에 들어온 듯 했어요.

바닥은 역시 무수한 책들이 깔려 있고 복도 중간에 매대를 설치하여

책 액세서리와 문구품들을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통로 중간쯤 지났을 때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벽면과 천장 가득히 채워져 있는 무수한 책들. 나무 원목으로 만든 책장은 마치 목선의 밑바닥처럼 빈틈없이 벽면을 꾸미고 있었죠. 그리고 적절한 위치에 매단 고풍스러운 조명들. 참 별천지였어요.


그 속에서 많은 손님들이 책을 읽으며 음료수를 마시고 있었어요.

하지만 이상할 정도로 아주 조용했죠.

정면에 있는 벽면 전체에서 바깥의 햇빛이 일제히 밀고 들어와 실내는 밝으면서도 어두운 분위기였어요.

적절한 자연광과 조명으로 꾸며진 그 공간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만한 곳이었죠.

그리고 이층으로 올라가는 데 계단 틈 사이에 옹기종기 숨겨놓은 책들이 보였고

천장에는 작살 모양의 나무 서까래가 얇은 천막을 받치고 있는데 천공의 햇빛이 무수히 쏟아지고

있었어요. 그리고 책장에는 책들이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이 종서각은 각 층마다 마술과 같은 환상적인 분위기가 계속 연출되더군요.

이번에는 어린이 책들이 있는 공간이었죠.

다른 공간에 비해 햇빛이 유리창을 통해 별처럼 쏟아지는 곳이었는데

빛의 비늘마저 보일 듯 아주 밝고 환한 장소였어요.

바닥에는 아주 오래된 세계지도가 그려져 있고 중앙에는 키 큰 나무 한 그루가 있었죠. 그 아래 동물 모양의 책꽂이가 있고.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바닥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답니다. 벽면에는 고양이 모양의 책장이 아이들을 향해 장난스럽게 웃고 있었어요.

정말 아이들을 위한 동심의 세계였죠.

어찌나 재미있고 익살스러운 곳인지 계속 머물고 싶더군요.

또 다른 방은 정말 아름답고 신기로운 곳이었어요.

비스듬히 천장까지 세운 하얀 책장에는 수많은 책들이 있고 천장을 보니 희한하게도 벽면과 바닥을 그대로 비추고 있더군요.  

넓지 않은 공간이었는데 천장에 오목 거울을 설치하여 공간의 높이와 깊이를 더하고 있었어요.
공간 곳곳이 하나의 테마처럼 특색있게 구성한 종서각 내부 모습



종서각은 방문자들에게 '책의 성스러움'을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내부 설계를 했고

'책 속의 갖가지 세계, 만화경 속의 갖가지 꽃'이라는 설립 이념을 갖고 인류 정신의 보석들을

가장 아름답게 전시한 공간입니다.

모든 것이 책과 독자가 중심인거죠.

중국이 동양정신의 근간을 창출한 지식 대국이라는 사실을

여전히 이곳 종서각이라는 서점에서 그 단면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무수한 책들이 아무렇게 배치된 책의 창고 혹은 책의 무덤이 아닌

책이 하나의 예술품이자

읽기를 유혹하는 아름다운 공간이 되는 것.

이것이 오늘날 서점이 추구해야 할 형식적 미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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