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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듯했던 동행, 이인제

- 박수현과 이인제 전의원


박수현의 두 번째 남자는 이인제 전의원이었다. 박수현과 이상재 전의원의 운명적 만남이 정체성 시비의 출발점이라면 이인제 전의원과의 만남은 그의 정치 철학과 가치를 엿볼 수 있는 또 다른 숨겨진 사실이다.


질문자: 16대 대선에서는 이인제 후보 캠프에 계셨다고 들었는데요.


박수현: 네. 그렇습니다. 16대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 경선에 참여한 이인제 후보는 막강했습니다. 누구나 다 이인제 후보와 이회창 후보의 2라운드를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예상치도 못하게 노무현 후보가 돌풍을 일으키기 시작한 겁니다. 뜻박의 일이었죠.(anbtv 인터뷰 중)
결국 박수현은 이상재 전의원에게 정치 입문을 받고 이인제 전의원으로부터 정치기술을 배웠다.

지난번  박수현은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냐"편에서 예전부터 이인제 의원 특보를 거쳤음을 실토한 적 있다.(주간동아 480호) 하지만 지금은 이에 대한 사실을 확인해 주지 않고 있다.


이인제는 총 16번의 당적을 옮겼고 국회의원 6번의 당선과 대통령 선거에서 2번 출마하여 모두 낙선하고도 살아남은 좀비 같은 철새 정치인이다. 또한 세 번의 대선 후보 경선(신한국당, 새천년 민주당, 국민중심당)에서 모두 불복하고 탈당한 정치 낭인이다.

그래서 그의 별명은 피닉스(불사조)와 이인제의 합성어인 피닉제이다. 두 사람의 만남은 1996년 제15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이상재 전의원이 낙선하면서 자연스럽게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때 박수현은 대전과 충남의 지방 무대에서 벗어나 서울의 중앙정치 무대로 진출한 것 같다.

그 과정에서 중간 기착지로서 잠시 자유민주연합의 조영재 전의원(15대 대전 유성구)보좌관을 맡았다. 이에 대한 사실은 박수현도 순순히 인정하고 있다.

 (금강일보. 2018. 02.05)


9급 공무원에서 1급 공무원으로 오른 인간승리의 표상인 고 조영재 의원의 보좌관을 했다


이후 박수현은 민자당에서 자민련으로 두 번째로 당을 옮긴다. 그리고 박수현은 다시 국민신당으로 세 번째 당적을 옮기면서 이인제와 만나게 된다.  

이인제는 통일 민주당에서 민자당. 다시 민자당에서 신한국당, 신한국당에서 나와 국민신당을 창당한 다. 이때 박수현과 이인제는 국민신당에서 행복한 동행을 하게 된다. 공교롭게도 박수현이 보좌한 두 명의  정치인이 모두 민자당 출신인셈이다. 그렇다면 박수현의 정치적 고향은 민자당이지 않을까?



국민 신당은 제15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신한국당 후보 경선에 불복한 이인제가 오직 대선 출마를 목적으로 급조한 일회용 정당이다.(1997.10.10 창당) 이인제는 박수현을 국민신당의 송파갑 조직 위원장으로 임명한다.(한국경제 신문. 1998. 04.15)


국민신당은 15일 당무회의를 열어 서울 송파갑 지구당 위원장에 박수현 서울시
지부 사무부처장을 임명하는 등 5개 지구당 조직책을 선정했다.


하지만 이인제 전의원이 15대 대선에서 패배하자 국민신당은 김대중의 새정치 국민회의와 합당함으로써 당 해체를 선언(1998.6.22)하고 이인제와 박수현은 전격적으로 합류한다. 이것은 네 번째 당적 변경이다.


이후 새천년 민주당에서 박수현은 이인제 후보의 정책 특별보좌관과 사조직인  '21세기 산악회' 사무총장을 맡으며 이인제 캠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2001년 주간동아(270호) 보도에 따르면 "지난 97년 6월 창립된 21세기 산악회는 이인제 민주당 최고위원의 또 다른 대선 캠프"라고 소개하며 박수현이라는 이름이 등장한다.


산악회 박수현 사무총장은 "3월에 3,000명 정도가 참여하는 산행을 대구 팔공산에서 가질 예정이라며 "당분간 회원 확대보다 정예화에 주력할 생각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새천년 민주당의 16대 대선 후보 경선에서 이인제의 지지도는 부동의 1위였지만 광주 경선의 결과로 노무현 후보에게 쫓기자 수구보수 세력들의 도깨비방망인 색깔론과 음모론으로 몽니를 부리기 시작한다.

이인제 후보는 전북 경선에서(2002. 3. 31) 노무현 후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한 후보는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불법파업 현장에 가서 노동자를 선동했다. 그는 재벌을 해체해서 재벌이 갖고 있는 주식과 토지를 노동자에게 분배하자. 국가 보안법 폐지하자. 이렇게 좌파적이고 급진적인 노선을 가진 후보가 민주당 후보가 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박수현이 참여한 이인제 캠프는 시대착오적인 좌경 용공론으로 노무현을 괴롭 했고 노무현은 이인제의 과거 전력을 문제 삼아 자신이 이회창에 맞설 수 있는 필승의 후보라고 맞받아쳤다. 


결국 새천년 민주당이 요구하는 대통령 후보는 민주화 세력의 적통인 노무현 후보였고 그것은 이인제의 색깔론에 맞선 노무현의 정체성 검증론의 승리였다.


그 후 이인제는 또다시 경선 결과를 불복하고 민주당을 탈당하여 자민련으로 옮겨 노무현 탄핵에 앞장서게 되며 새누리당에서 18대 대통령 선거 박근혜 후보 공동 선거 대책위원장을 맡으며 막장 정치에 이르게 된다.



1997년부터 2002년까지 이인제와 함께한 박수현의 정치 철학은 무엇일까?

아마 이인제식 철새 정치와 우파적 보수이념과 맥을 같이할 것이다. 그 둘의 정치적 동거 관계는 유유상종의 정치철학이 전제된 안성맞춤의 조합 인지도 모른다.  

이인제의 정치 이력을 볼 때 민생과 복지 우선이라는 공적 이익의 추구, 대화와 타협이라는 절차적 민주주의를 존중하는 인물은 절대 아니다. 그는 자신의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장사꾼에 가까운 인물이다. 박수현은 그를 오랫동안 보좌하며 어깨너머로 배운 정치기술들을 자신의 중요한 정치적 자산으로 삼았을 것이다.

그동안 이상재(공주),  조영재(대전 유성), 이인제(논산, 계룡, 금산)등  충남의 지역 맹주들을 따라다니며 해바라기성 정치행각을 보여준 그의 태도는 오상고절의 국화와 낙락장송과 같은 지조 있는 정치인의 모습도 아니며 민주주의의 가치를 신봉하며 온 몸으로 실천하는 행동가의 모습도 아니다.


한편 박수현과 이인제의 과거 관계를 볼 때 그가 친문재인이라고 하는 것은 언어도단의 극치이다.

친문의 출발점은 친노무현인데 박수현은 이인제와 함께 막가파식으로 노무현을 종북 좌빨 인물이라고 몰아붙인 인물이다. 그런 박수현이 친문이라고 말하는 것은 노무현에 대한 모욕이자 당내 경선 승리를 위한 위장전술에 불과하다. 


더구나 더불어 민주당 제19대 대통령 선거 후보 경선에서 안희정 캠프의 대변인이었던 박수현은 문재인 후보를 향해 모욕적인 언사를 퍼부었다.(노컷뉴스 2017. 3. 21)


문재인 후보가 공수부대 시절 전두환 여단장으로부터 표창을 받았다고 자랑삼아 밝혔는데 과도한 안보 콤플렉스에 걸린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은 계파 탕평책의 일환으로 박수현을 청와대 대변인으로 임명하였는데 불과 8개월 만에 친문이라는 완장을 차고 호가호위하고 있으니 참으로 신출귀몰한 변장술이다.

박수현과 이인제 그리고 문재인과 노무현. 이들은 정치적 근본이 다른 극과 극의 대척점에 서 있는 관계이다. 따라서 더 이상 박수현은 친문이라고 말할 자격도 없으며 지금 당장 친문 코스프레를 멈추어야 할 것이다.

제16대 대통령 선거 후보 경선에서 패배한 이인제는 자유민주연합으로 옮기고 박수현은 새천년 민주당에 잔류하며 열린 우리당으로 이어지면서 과거 전력을 세탁한다. 

이상제에서 시작하여 조영재를 거쳐 이인제까지 자신의 정치 이력을 망각하고 정치적 동행자의 존재마저 부인하는 배은망덕한 행위는 염량세태의 단적이 모습이다. 어쩌면 그것이 자신의 정치적 생존 방식임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이제 박수현과 이인제는  새로운 만남을 예고하고 있다.

2018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각 더불어 민주당과 자유 한국당 후로로 거론되고 있는데 박수현 입장에서는 아주 부담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 과거 행복한 동행이었던 이인제와의 관계가 세상 밖으로 노출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제 서서히 친문의 가면이 벗겨지고 박수현의 변장술은 종말을 고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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