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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 보고 또 보고 #4

- FUKUOKA, 자전거 탄 풍경들


#나의 자전거 시대

최초의 2륜 자전거는 1818년 4월 6일 '소에르브룅' 남작이 발명하여 선보인 '드레지엔'이라고 한다.

지금과 달리 나무로 제작하여 양발로 땅을 밀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원시적인 형태였고 지금의 자전거 형태로 만든 사람은 1861년경 프랑스인 P. 미쇼와 그의 아들 E. 미쇼라고 한다.

지금으로부터 160년 전의 일이다.

비행기나 자동차와 달리 화석연료나 수소, 혹은 별도의 전기 장치 없이 오직 인간의 근골만으로 운동 에너지를 만들어 공기의 마찰력을 극복하고 전진하는 두 바퀴가 바로 자전거이다.


비탈길을 오를 때 활시위를 잡아당기는 듯한 허벅지 근육의 팽팽한 긴장감. 페달을 따라 움직이는 무릎의 반복적인 회전 운동. 심장이 목구멍으로 튀어나올 듯한 격렬한 호흡 속에서 이를 악물고 고갯마루를 올라서면 자기 몸으로 성취한 기쁨은 한량이 없다. 

그리고 내리막길로 쏜살같이 내려올 때 느끼는 희열은 속도의 오르가슴이다.

그야말로 자전거는 인간의 몸과 일체를 이루는 기계장치이다.  


봄날 벚꽃 터널을 연인과 함께 달리는 낭만의 바퀴이며 여름날 뜨거운 태양 아래 비지땀을 흘리며 내달리는 것은 이열치열의 방편이다. 두 바퀴 사이로 단풍 낙엽이 휘감기며 서늘한 바람이 목 언저리를 핡고 지나갈 때 가을은 겨울을 꿈꾼다.


초등학교 시절, 처음 자전거를 배울 때 두 무릎은 까지고 팔꿈치는 상처 투성이었다.

어린아이 시절 땅으로 일어서는 법을 처음 배울 때 무수한 넘어짐이 반복적으로 일어났다. 오직 땅을 박차고 일어서야만 세상으로 나갈 수 있듯 두 바퀴를 스스로 움직일 수 있을 때 나의 영토는 확장되었다.

그 어떤 복장에서도 자전거는 자신의 안장을 허락한다


비포장 도로와 아스팔트를 달리고 달려 조금 더 멀리멀리 나아갈 때 풍경의 인식은 확장되고 세상은 열리는 법이다. 온통 쇳덩어리같은 아버지의 자전거 안장에 앉지 못해 이등변 삼각형의 차체 사이로 다리를 집어넣어 엉겅주춤한 자세로 페달을 밟았던 기억. 

누군가가 뒤에서 중심을 잡아 주었던 손을 놓았을 때 그것도 모르는 채 '이제 손 놔봐 혼자 타볼게'했던 기억. 

언젠가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전속력으로 달리다가 도로 모퉁이를 미처 돌지 못하고 그대로 직진하여 보드블록에 처박혔던 일도 있었고 멋진 경주용 자전거를 타고 등굣길 여고 교문 앞을 지나갈 때의 긴장감과 부끄러움은 아직도 생생하다.


#후쿠오카 시민들의 자전거 탄 풍경


자전거, 그것은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나리 일상의 정겨움과 평화로움의 상징이다


베트남이 오토바이의 도시라면 후쿠오카는 자전거의 도시이다.


베트남이 큰북을 우당탕 치는 듯한 엔진 소리가 하노이 시내를 울렸던 도시였다면 후쿠오카는 물 위의 오리들이 헤엄을 치듯 조용히 나아가는 도시이다.


아침 출근길 양복을 입은 직장인이 크로스 백을 메고 한산한 도로를 달리고 아이의 등굣길에 나선 아빠는 앞쪽 짐칸에 가방을 싣고 뒷좌석에는 아들을 실은 채 좁은 골목길을 빠져나간다. 

아이는 아직 잠이 덜 깬 듯 연신 하품을 하고 아빠의 얼굴에는 전날 밤의 숙취가 남아 있다.

하얀 마스크를 한 머리 벗겨진 중년의 사내는 백팩을 메고 페달을 밟고 아줌마는 아침 일찍 슈퍼마켓에서 시장을 보고 오는지 짐칸에 한아름 부식 일체를 싣고 달린다.

아침과 저녁 구분없이 쉴새없이 달리는 후쿠오카의 자전거들


골목길에서 엄마의 자전거를 따라 뜀박질을 하는 소년의 가쁜 숨소리가 들려오고 이들은 골목 깊숙한 곳으로 치달리는데 맞은편에서 아이를 태운 아빠의 허벅지가 그늘 속에서 불쑥 튀어나온다.

무슨 급한 전갈이 왔는지 자전거를 나무에 기댄 채 연실 스마트 폰을 들여다보는 빵모자를 쓴 아저씨와 이어폰을 낀 심각한 표정의 아가씨가 출근병이 있는 듯 오만 인상을 찌푸리며 횡단보도 앞에 서 있다.

텐진 역 앞의 젊은 청년들은 파란 신호등을 기다리며 스마트 폰 삼매경에 빠졌고 깔끔한 양장 차림의 아가씨는 유유자적 도로 한가운데를 가르며 긴 생머리를 휘날리고 있었다.

자전거로 이동하는 아침 출근길의 풍경은 페달을 열심히 밟는 모습 때문인지 버스와 자동차만 질주하는 여느 도시와 달리 활기가 넘쳐 보였다.

남녀노소 구분 없이 달리고 정장과 캐주얼 복장에 관계없이 달리는 후쿠오카 시민들.

그들의 자전거는 일상적인 생활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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