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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도 결코 이러지 않았다

- 찰스 부코스키 지음


에세이와 87장의 생생한 사진 그리고 11편의 시! 여행을 싫어한
여행자의 흥미로운 기록 




그 남자의 묘비명은 “Don’t try(애쓰지 마라)”이다.

고질적인 백혈병을 앓았던 그는 ‘죽음을 주머니에 찬 채’ 위스키와 맥주를 삼시세끼 삼아 병나발을 불고

오직 여자의 다리와 섹스에 탐닉했던 미국 문학계의 아웃사이더 찰스 부코스키.

그는 술과 여자, 경마장에 미친 사내였다.
술잔은 언어를 초월한다


평론가 애덤 커쉬는 '시인의 친근한 고백과 싸구려 통속 소설의 허세를 결합시키는 것이 부코스키의 신비한 매력'이라고 말했다. 독일 태생의 그는 잡역부와 도살장, 트럭 운전사를 거쳐 우편배달부로 일했고 그의 나이 50세 때 ‘우체국’이라는 장편 소설로 문단에 데뷔했다.

주로 ‘남편을 살해하는 아내, 햄버거를 씹는 강간범의 생각과 기분, 공장 근무자의 생활, 길바닥의 삶, 빈자와 불구자와 미치광이의 방 같은 하찮은 것’들을 써왔다. 

그야말로 ‘빈민가의 계관시인’이며 ‘언더그라운드의 왕’, ‘반실업자들의 선지자’라고 부를 만하다.

1994년 74세로 사망할 때까지 시와 소설, 에세이, 시나리오 등 장르 구분 없이 연신 타자기를 두드려 60권이 넘는 책을 남겼고 미국에서 가장 많이 책을 도둑맞는 작가라고 알려져 있다.



찰스 부코스키가 지은 ‘셰익스피어도 결코 이러지 않았다’는 그의 특징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1978년 당시 연인이던 ‘린다 리’와 프랑스의 파리와 니스 그리고 독일의 만하임, 하이델부르크, 함부르크 등을 

여행한 일상을 담고 있다. 사진가 마이클 몽포트가 여행 내내 찍은 87장의 흑백 사진과 부코스키가 여행을 하며 쓴 시 11편도 함께 실려 있다.

56살에 만난 린다 리와의 여행, 술과 함께하는 시 낭송회


부코스키는 이리저리 떠돌지만 이 책은 유명 관광지에 대한 감탄과 예찬은 일절 담지 않은 이상야릇한 여행기이다. 도리어 찰스 부코스키의 좌충우돌 기행을 담은 기행문에 가깝다.


각종 인터뷰와 티브이 출연에서 음주 방송을 일삼고 거친 언사와 취중 음담으로 전 유럽인을 경악케 한다. 
시 낭송회에서 술에 취한 채 청중과 싸우기 일쑤였고 거의 매일 고주망태가 되어 필름이 끊어지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는 ‘술잔은 언어를 초월한다’는 신조로 마시고 마시고 또 마신다.


기존의 가치와 권위를 완전히 걷어차 버리고 고상함 대신 음탕함과 비천한 언어로 밑바닥 B급 정서를 사실적으로 표현한 작가의 저돌성에 유쾌함을 느낀다.

이 위대한 아웃사이드에게 세계적인 록 밴드 U2의 보노는 ‘Dirty Day’를 만들어 헌정했고 미국 가수인 본 조비와 록 그룹 너바나는 부코스키의 열혈 지지자였다.

그의 시 한 편만 봐도 작가의 진면목을 알 수 있다.


<위대한 작가가 되는 법>


숱한 여자와 잠자리를 같이 한다.

아름다운 여자들과

그러고는 점잖은 시 몇 편을 쓴다.

(중략)


맥주나 더 마신다.

점점 더 많이

그리고 경마장을 들락거린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


(생략)


유쾌한 이단자, 찰스 부코스키를 이 가을에 만나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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