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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물질의 사랑

- 천선란 지음

아름답고 서정적이며, 밀려드는 감정의 파도에 그대로 잠기고 싶은 소설들이다. 




나의 엄마는 외계인이었어요.

배꼽이 없었던 나는 알에서 태어나 생식기 없는 몸으로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생명체였습니다.


남자를 사랑하면 남자가 되고

여자를 사랑하면 여자가 되는

나는 누구일까요?

엄마는 이런 나를 두고

“그럴 수도 있지”라며 무사태평 걱정 한마디 없습니다. 

그저 저녁이면 독수리 자리 근처 별자리만 쳐다볼 뿐이었죠.


엄마는 ‘우주를 가로지르는 어느 사랑’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혹시 나의 책방, 햇살 가득한 창문 아래 물고기 비늘을 남겼던 ‘라오’를 기다리고 있었을까요?


내가 살고 있는 2028년은 지구 온난화로 ‘5대양 전부가 사해로 변해버린 디스토피아 세계’입니다.


여섯 손가락을 가진 나의 아들은 

남극의 바다에서 ‘애벌레처럼 몸을 만 채 죽어갔고 어느 누구도 구하려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나는 지구를 구하기 위해 우주로 나아갔어요. 

그리고 손가락 여섯 개를 가진 외계 생명체를 발견했죠.

인간의 탐욕은 우주에서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들은 행성의 주인을 쫓아내려 했죠.

하지만 외계인은 나에게 말했습니다.

“만나서 반가워요. 당신을 기다렸어요”


나는 지구인과 외계인이, 인간과 로봇이, 사람과 자연이, 남자와 여자가 서로 소통하고 공존하며 살기를 바라고 있어요.



천선란의 첫 번째 소설집 어떤 물질의 사랑
천선란의 소설집 ‘어떤 물질의 사랑’은 ‘지구의 마지막’과 ‘우주 어딘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기가 막힌 상상력을 발휘하여 쉽게 읽을 수 있도록 8편의 단편을 수록하였습니다.


작가는 이 소설집을 통해 자연 파괴, 생태계 오염, AI 로봇의 등장 등으로 매우 위태로워진 미래사회를 

공포스럽게 그리면서 낙태죄 폐지, 환경과 자본주의의 문제, 로봇의 권리 문제 등 

현대 사회의 주요 문제들을 놓치지 않고 있습니다.


천선란은 2020년 한국 과학 문학상 대상자이며 

그녀의 이름 석자는 아버지와 어머니와 언니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 조합한 필명이며

‘동식물이 주류가 되고 인간이 비주류가 되는 지구를 꿈꾸는 작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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