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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편의점

- 김호연 지음


불편한데 자꾸 가고 싶은 편의점이 있다.



어느 날. 남학생 두 명이 쭐레쭐레 책방으로 들어오면서 아주 당연하다는 듯 수학 문제집을 찾았습니다. 이를 어째 우리 책방에 없는 것이 딱 두 개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학습지와 베스트셀러라고 하는 것입니다.


옆 방에서 국어 입시학원을 운영 중이지만 학습지도 팔지 않는 거만한 똥 배짱과 남들이 좀 산다는 그 흔한 베스트셀러를 쫘악 폼나게 중앙 매대에 깔지 않고 주인장만이 좋아하는 책들만 쭉 깔아 두었으니 이것이 개성 넘치는 북 큐레이션인지 사장님의 똥 고집인지 헷갈릴 때가 있습니다.


짜장과 짬뽕을 반반 섞듯이 잘 팔리는 책과 팔고 싶은 책을 적절히 배치한다면 조금 더 책장사가 잘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 알쏭달쏭한 상황에서 누적 판매 50만 부를 돌파하고 2022년 상반기 가장 많이 팔린 책인 김호연 작가의 ‘불편한 편의점’을 매대에 떡하니 깔아 놓고보니 잘 팔리기는 잘 팔립니다.

김호연 작가와 불편한 편의점


이게 뭔데 잘 팔리지. 약간의 시기와 질투심으로 첫 페이지를 넘겼는데 왜 이리 재미날까요? 한때 좋아했던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을 읽는 듯 재미와 감동이 쓰나미처럼 밀려왔습니다.


서울 청파동, ALWAYS 편의점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다양한 소동들을 웃음과 눈물이 반반 넘치는 에피소드로 한짝 엮어 두었습니다.


24시간 편의점에서 시간제 임금으로 일하는 청년과 동네 주민, 노숙자 출신 알바들을 등장시켜 그들이 안고 있는 삶의 애환들을 재치 넘치는 문장들로 치장하여 우리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특히 노숙자 독고 씨의 독특한 캐릭터 설정과 과거 이력은 이 소설이 주는 재미의 핵심고리입니다.


미련한 곰같이 덩치만 크고 말도 어눌한 더듬이지만 불의 앞에 물불 가리지 않는 화통한 행동파이자 은혜는 은혜로 갚는 결초보은의 신봉자이기도 합니다. 또한 이 사내는 편의점의 동료와 손님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며 삶의 용기를 주는 곰 아저씨입니다.


이 이상야릇하고 불가사의한 독고 씨의 과거 행적이 소설 말미에 드러나면서 극과 극으로 내달릴 수밖에 없었던 한 사내의 구구절절한 사연을 접하게 됩니다. 


진열해놓은 물건 종류도 적고 이벤트도 다른 데 비하면 없는 편이고 동네 구멍가게처럼 흥정도 되지 않는 불편한 편의점이라고 하지만 이곳 ALWAYS 편의점은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니라 불량인간을 새롭게 개조하여 선량한 인간으로 재생시키는 사람공장입니다. 


그 중심에는 편의점 사장님이신 염영숙 여사가 있습니다. 그녀는 환대와 배려의 마음으로 똥내나고 떡진  장발머리 노숙자를 고용하고 다소 무모한 친절을  베풀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녀가 베푸는 작은 배려는 나비효과가 되어 주변을 아름답게 변화시키고 살맛 나게 합니다.


김호연 작가의 불편한 편의점 1이 50만 부를 돌파하고 100만 부로 치달리고 있을 때 마침내 불편한 편의점 2가 출간되었습니다. 천안에 계시는 모든 편의점 사장님이 읽어 보시면 얼마나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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