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엘리바베스 스트라우트 지음/정연희 옮김
인간의 내면에 대해 스트라우트처럼 글을 쓰는 작가는 없다. 세심한 관찰력으로 써내려간 이 작품은 깊이 있는 심리적 통찰로 가득하다.
오, 윌리엄이라는 감탄의 호칭에는 복합적인 감정들이 있다. 한쪽은 존경과 놀라움, 경탄의 감정이 있다면 그 반대편에는 아쉬움, 안타까움, 연민 등의 탄식이 있다. 그야말로 아주 복잡한 심리이다. 한국식 어투나 문장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감탄사이다. 혹시 누군가가 오, 승윤 이러면 너무 웃기지 않은가.
미국식 감탄사인 ‘오’는 직접적인 감정, 그이상을 표현한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소설 ‘오, 윌리엄’ 은 그녀의 남편에 대한 모든 것의 이야기이다. 한 인물에 대한 존경, 경탄, 연민, 동정이 총망라돼 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루시와 윌리엄은 이혼했지만 그들은 부부이상의 친밀한 관계를 유지한다.
우리의 사고방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남녀관계이다.
첫 번째 남편과 첫 번째 아내였던 그들은 이혼 후에도 새롭게 사귄 다정한 연인처럼 밥도 먹고 술도 먹고 심지어 여행도 함께 다닌다. 그것도 모자라 루시의 3부작이라고 일컫는 ‘바닷가의 루시’까지 연장돼 있다. 이들은 결혼 생활보다 이혼 생활이 더 즐겁고 행복해 보인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이혼했을까?
결정적인 이유는 루시가 윌리엄에게 가졌던 ‘안전’과 ‘권위‘를 더이상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윌리엄은 ’사춘기 소년’처럼 쉽게 삐지고 토라지는 남자였으며 속마음은 밴댕이였다. 그래서 그녀는 또다른 남자들을 만나지만 결국 그녀의 유일한 안식처는 윌리엄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다.
루시는 ‘같이 있어서 안전하다는 느낌이 들었던 사람은 윌리엄이 유일하다‘ 며 ’내가 가져본 유일한 집‘이라고 고백한다.
이 소설은 루시와 윌리엄의 이야기를 주축으로 주변 인물들의 일상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면가 미국사회의 평범한 일상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 서사만으로는 이 소설의 가치를 판단할 수는 없다. 이 소설의 성공을 이끈 숨은 주역은 윌리엄의 어머니, 캐서린이다. 그녀는 교양과 품격이 넘치는 뉴요커로 위장하여 자신의 어두운 과거를 은폐하지만 소설 막판에 그 숨겨진 진실이 드러나면서 반전의 묘미를 준다.
윌리엄과 루시는 캐서린이 은폐한 진실을 찾아서 탐문과 탐색을 하며 어머니 캐서린의 과거를 추적한다. 마치 추리소설같은 짜릿한 맛도 있다. 그리고 모든 것이 드러나는 어머니 캐서린의 실체.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과거가 밝혀진다. 그때 이 소설의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많은 것을 너무 늦을 때까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것이 비단 윌리엄의 어머니만의 문제일까? 우리 모두 안다고 하는 것은 전체 사실의 한조각일 뿐이다.
윌리엄과 캐서린 또한 결혼생활 동안 서로 너무 모르는 것들이 많지 않았는가? 한 인간의 생애이면에는 그 자신만이 알고 있는 비밀이 있다. 우리 옆에 있는 가장 가까운 사람을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