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러스트

- 에르난 디아스 지음/ 김동혁 옮김

20세기 초 월 스트리트를 지배했던 인물. 그에 대한 네 개의 서로 다른 이야기




영화 평론가 이동진이 무슨 배짱으로 이 소설을 2023년 최고의 책으로 선택했을까? 유명인을 활용한 마케팅기법이 아닐까라는 의심 속에서 한 번 보고 두 번 보았지만 그 이유를 알 수 없다. 나만 그런가 하고 독서 모임 도반에게 살짝 물어봤더니 그분은 10만 점에 10점이라고 외쳤다.


왜요?


나는 강한 의문심이 발동하면서 문제제기를 했다. 내가 볼 때는 이 이상한 소설구조가 독자들에게 먹히지 않는다는 주장이었다. 에르난 디아스의 소설 ‘트러스트‘ 는 각 인물들의 이야기가 뒤죽박죽으로 구성돼 있다. 해럴드 배너, 앤드류 베벨, 아이다 파르텐자 그리고 밀드레드 등. 발음조차 어려운 복잡한 이름들로 이야기들이 얽히고 얽혀 있다.


그래서 처음 읽는 사람은 이 이야기의 연결고리를 포착하지 못해 지루한 문장 속에서 길을 잃고 간신히 페이지를 넘길 수밖에 없다. 결국 엄청난 인내심으로 무장하지 않으면 완독 하기란 쉽지 않다.


나는 참을 인자 세 번 이상을 새기며 겨우 겨우 두 번을 읽었다. 그때서야 이리저리 흩어져 있던 이야기들이 조합되면서 전체 맥락을 잡혔다. 근데 누가 소설을 두 번이나 읽겠는가?


소설 속의 소설 이야기가 나오고 그 주인공의 실재 인물의 자서전이 나오고 물론 이 또한 소설이지만. 또 이 자서전을 대필한 작가의 이야기가 소설로 펼쳐지면서 급기야 이 소설의 주인공인 특정 여성의 일기가 등장하며 이 소설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이쯤 하면 헷갈리고 복잡해 보이지 않는가.

만일 처음 읽는다면 복잡한 구조와 복잡한 등장인물들의 연결구도를 요약정리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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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10점 만점에 10점을 준 분은 이렇게 반박한다. ‘라쇼몽식 서사구조 알아요? ‘ 이 개념을 알아야 이 소설의 독특한 구조를 맛볼 수 있어요라고 말이다. 실제로 이 소설의 작가 에르난 디아스는 ‘내가 사랑하는 일본 영화감독 구로사와 아키라의 라쇼몽처럼 관점에 따라 진실이 달라질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담고 싶었다 ‘고 고백한다.


그렇다면 어떤 진실을 말하는 것일까?


1910년 대 뉴욕의 금융시장에서 주식이나 채권 등을 싹쓸이하고 천재적인 통찰력과 결단력으로 엄청난 부를 창조한 인물이 애당초 우리가 생각했던 인물이 아니라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사람이라는 사실, 그 사실이 진실인지 확답할 수는 없지만 혹시 그런 진실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그러나 작가의 말대로 각각의 관점에 따라 진실은 달라지는 법, 과연 부의 축재자는 누구일까? 소설 속에서 여러 탐문과정을 통해 진실의 흔적들이 조금씩 드러난다. 우리는 그 진실 앞에서 고개를 갸웃거린다.


혹, 다른 진실이라면 돈의 가치를 따지는 것일까?

이 소설의 주요 소재인 Money, 즉 돈을 바라보는 관점은 극단적이다. 금융 자본주의자와 무정부주의자의 대립적 시각은 정반합의 방식으로 도리어 돈의 의미를 독자들에게 묻는다. 도대체 돈이 뭐냐고.


금융사업자는 돈은 현실을 조정하고 구부리는 것이라고 한다. 즉 돈만 있으면 못할 것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돈이 돈을 낳는 ‘근친상간적 계보’라고 부른다. 매우 지저분한 표현이지만 사실이다.


이탈리아계 무정부주의자는 “돈이란 상품이라는 신적존재를 나타내며 한마디로 돈은 상품들의 신이다”라고 한다. 그는 돈을 배척하며 부자들을 경멸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이도저도 아닌가.

이렇게 작가는 동전의 양면 같은 돈의 속성을 이리저리 뒤집고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우리에게 질문한다.

돈의 양면적 속성이 있듯이 이 세상의 진실이란 각자가 보는 방식대로 결정된다. 그래서 어쩌면 진실이란 존재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에르난 디아스의 '트러스트'는 진실을 좇는 흥미로운 네 가지의 이야기들로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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