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말하는 하얀 고래

- 루이스 세풀베다 지음/엄지영 역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꿈꾸며 평생 투쟁해 온 루이스세풀베다의 생애 마지막 작품


와, 이 책 한 번 읽어보세요. 바짝 2시간 정도 읽으면 끝장을 볼 수 있는 얇고 가벼운 책입니다. 벽돌 책만 보면 심한 경기를 일으키는 분이나 읽어도 읽어도 무슨 뜻인지 몰라 자신의 대뇌를 쥐박으며 책과 철천지 원쑤를 진 사람이라면 이 책이 딱입니다.


그럼 이 책이 무엇이냐? 칠레의 작가 루이스 세풀베다의 ‘바다를 말하는 하얀 고래‘입니다. 문득 하얀 고래 그러면 모비딕이 떠오르겠지만 그 비스무리한 모차 딕이라는 것인데 여기서 모차는 고래가 자주 출몰한다는 지역입니다.

8BBFC7BC-C2DF-402D-A147-7C9DE2F74846.jpeg 어른을 위한 생태 동화 '바다를 말하는 하얀고래'

일명, 다른 말로 ’달빛 향유고래’라고 불리는데 이 얼마나 아름다운 이름인가요?


그야말로 밤하늘에는 달빛이 빛날 때 검고 푸른 바다 위에서 자신의 등을 수면에 내밀고 유유히 바다로 흘러가는 하얀 고래.


하늘이 내려준 그의 소임은 인간의 영혼을 할머니 고래가 자신의 등에 실고 먼저 죽은 영혼이 기다리고 있는 모차섬으로 인도할 때 그 곁을 보살피는 역할입니다.


그렇게 바다의 사람들, ‘라프켐체‘사람들과 고래는 공생과 숭배의 대상이었는데 고작 널빤지에 돛을 단 탐욕의 인간들이 광활한 바다로 침투하면서 고래의 빛과 향을 얻기 위한 고래사냥이 시작됩니다.


갓 태어난 혹등고래와 그 새끼에게 젖을 먹이던 어미 고래가 피에 젖은 쇠칼로 갑판 위에서 난도질당할 때 모차딕의 검은 눈에는 분노가 이글거립니다.


인간의 영혼을 고래등에 싣고 바다를 건너던 할머니 고래들이 날카로운 갈고리에 갑판으로 끌려 올라갈 때 달빛 향유고래는 더 이상 참지 않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시작된 인간과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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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의 행동하는 지성인 루이스 세풀베다


뾰족한 작살이 바다의 껍질을 날카롭게 파고들고 푸른 것이 붉은색으로 변하는 바닷속에서 달빛 향유고래는 돛단배를 향해 전속력으로 돌진합니다.


쇠망치 같은 자신의 머리로 배의 옆구리를 내리치고 꼬리지느러미로 물결에 허우적거리는 인간의 몸을 후려갈겼습니다.


마침내 인간과의 전쟁은 끝이 나고 자신의 등에 아홉 개의 작살이 꽂힌 달빛 향유고래는 드넓은 바다로 나아갑니다. 수평선 너머 다시 밝은 빛이 내리고 푸른 바다는 고래의 땅이 되었습니다. 더이상 인간의 목소리는 수평선 너머까지 가닿지 못했고 고래는 자유를 되찾았습니다.


이 모든 이야기들이 사람의 언어가 아니라 향유고래의 언어로 우리에게 전합니다. 우리는 이 동화 같은 소설을 읽으며 달빛 향유고래가 되어 모차섬 주변의 바다를 유영합니다. 벌써 바다 깊은 곳에서 고래의 울음소리가 들리고 달빛과 별빛을 받으며 수면 위에서 잠든 고래의 꼬리가 보입니다.


이 아름다운 소설을 읽고 나면 고래 몸속에 깃든 빛과 향이 내 살 속으로 스며들 것입니다. 정말입니다. 꼭 읽어 보시길. 딱 2시간 이면 완독할 수 있는 루이스 세풀베다의 소설 ‘바다를 말하는 하얀 고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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