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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신열을 앓는 이들을 위한
티벳 여행기

-  박동식 지음


나 또한 티벳을 여행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행간으로 안내하는 텍스트의 길을 따라 화성의 표면과 같은 황무지를 걷기도 하고 이 나라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장시간의 트럭을 타기도 하며 , 설산의 협곡 깊숙이 숨겨 놓은 무수한 사원과 산등성이의 마을, 그리고 밤하늘의 빛나는 별을 보기도 합니다. 

어처구니없는 불모의 삶을 사는 것 같지만 꾸밈없는 환한 미소와 깊은 눈동자는 운명에 순응하며 다음 생을 기다리는 티벳인들의 숭고함을 느낍니다.


때론 당신과 같이 라싸의 어둔 골목길에서 목놓아 울기도 합니다. 척박한 도시의 땅에서는 울만한 장소도 없지요. 아무도 나를 기억하지 않는 후미진 길가의 허름한 식당집....
흔들리고 흔들렸던 당신의 마음을 이제야 깊은 울음으로 터뜨리는 장면을 상상하고 나 또한 울음을 참지 못했습니다. 왜 그곳까지 가고자 했을까요?


라싸라는 궁극의 안식처에서 불안한 삶의 정체를 벗겨내고 알몸으로 서 있는 당신을 보고자 함이었을까요.

그리하여 현생의 뿌리가 어디에서 시작되었으며, 당신이라는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고 싶었던 것일까요?

인간은 편리함보다 고행과 불편함에서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장을 만날 수 있다고 하지요.

부처도 보리수 아래의 고행 끝에 깨달음을 얻었다고 하니 자학적인 극한의 몰아세우기가 우물 속에 빠진 당신을 건져내고 모든 가식과 허위가 사라진 당신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진 출처: 유목여행자 박동식 블러그


인간의 몸을 빨래 방망이로 때리는 듯한 참을 수 없는 고산의 고통, 비와 바람을 겨우 막은 허름한 숙소에서 하루를 누이고 티벳인들과 소통할 수 없는 말막힘의 불편함에서도 당신은 가고자 하는 길을 포기하지 않고 떠났으며 그 고행의 연속들이 구절구절, 한 장 한 장의 사진에 오롯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나는 오랫동안 티벳을 꿈꾸고 라샤를 소망했습니다.
사진 출처: 유목여행자 박동식 블로그


굳이 순례자의 종교적인 행위가 아니더라고 그곳에만 간다면 뭔가 구원을 얻을 듯한 마음이 생길 듯했죠.

나 또한 많은 슬픔을 머금고 살아가는 흔들리는 인간이기에 거친 황무지를 오로지 내 몸으로 맞받아 가며 내 육체의 고통을 통해 나를 자각하고 싶었습니다. 

가지지 못하고 누리지 못하는 티벳인들의 모습을 통해 인간에 대한 이해와 종교적 신념을 배우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당신이 한 사원에서 공양을 한 후 해탈과 같은 생의 가벼움을 느꼈듯이 내 안의 참회와 반성을 통해 거듭 태어나고 싶었습니다. 나는 오래전 그곳이 티벳인임을 알았고 당신이 카일라스를 향해 나아갈 때 당신의 그림자가 되어 함께 나아갔습니다.

거대한 설산 앞에서 이 내 짧은 생애가 가진 고통과 번민은 가벼운 것임을 자각하고 싶었습니다. 나 또한 보잘것없는 세상의 일부분임을 온몸을 열어 받아들이고 싶었습니다.


티벳인들의 오체투지의 낮은 자세와 간절한 염원으로 온 생애를 걸고 법의 길로 나아가듯 단 한순간이라도 간절함으로 나를 구원하고 싶었습니다. 당신의 길과 길을 몸으로 밀고 나갈 때 한 없이 흘렸던 눈물과 땀을 기억합니다. 당신을 따라다니며 기쁘기도 슬프기도 했지만 몇 시간 동안 즐거웠습니다.


언젠가 당신이 갔던 그 길을 맨 발로 나서며 그때 당신의 생각을 읽어 보겠습니다.

그런데 그 동갑내기 그 녀석은 서울로 돌아왔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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