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디어 가브리엘>을 보고
남들과 다르다는 사실은, 어느 정도까지는 너도 받아 들일 수 있어. 하지만 '왜 다른지'는 풀 수 없는 수수께끼이고, 너는 그 수수께끼를 안고 살아가야 해. <디어 가브리엘> 중.
이 책 제목 밑에는 '언젠가 혼자 남을 자폐증 아들에게 보내는 아버지의 편지'라고 덧붙여 있다. 이 부제를 보고 가장 먼저 떠올린 건 어떤 장면이었다. 우리는 요즘 재테크 방법에 대해 열심히 수다를 떨었고, 그때 너는 이런 말을 했다. "나는 나만 생각할 수 없어. 지후가 혼자서 자립할 수만 있다면, 편의점 하나라도 차려줄 수 있다면. 나는 내 미래를 이렇게 그리고 있어"
우리는 꿈도 많았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았는데 그 모든 것들이 공허해지던 순간이었다. 네 그 말에 나는 어떤 말을 덧붙일 수가 없었다. 나는 내 몸 건사하기도 이리도 힘들다고 툭하면 네게 전화해 징징대며 내가 잘 살고 있다는 걸 확인 받으려 애썼는데 네 세상은 그보다 훨씬 깊고 또 넓었다. 그래서 이 책을 보며 네 생각이 많이 났다. 말뿐이 아니라 진짜 네 심정을 이해해보고 싶었다. 그 자체가 오만한 생각었지만, 그냥 그러고 싶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책을 읽으며 지루했고, 서글펐고, 가슴 아팠고, 애잔했고, 또 암담했다. 그 모든 감정이 혹여라도 어줍잖게 너를 괴롭히거나 다치게 할까봐 차마 이 책을 네게 건네진 못할 것 같다. 그렇지만 책을 읽으며 누군가를 내내 생각하고, 떠올려 본 건 처음이었다. H, 네가 내 친구라 너무 고맙고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