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키스 먼저 할까요?>
"나 너무 불행해!!!!"
족히 10년은 됐을 일인데 왜 이렇게 오랫동안 잔상이 남는지 모르겠다.
어느 추운 겨울 날이었다.
정말 너무너무 추워서 콧물마저도 모두 얼려버릴 것만 같은 날씨였다.
친구C와 카페에 앉아 몇 시간동안 수다를 떨고, 각자의 집으로 향하던 찰나에
내 뒷통수에 대고 C가 말했다.
"야! 너무 춥다! 얼른 들어가~! 나 진짜 너무 추워서 너무 불행해!!!"라고 소리쳤다.
순간 그 말에 왜 그렇게 웃음이 터졌는지.
세상에 추워서 불행할 수 있구나. 너무 신선했다.
불행하다는 말이 이토록 쉬울 수 있는 걸까?
이렇게 쉽게 불행해지는 사람이라면, 쉽게 행복해질 수도 있지 않을까?
어찌할 바를 못할만큼, 너무 춥거나 너무 더운날이면 C의 말을 종종 생각한다.
몇 년 전에 친구H는 빨갛다 못해 뻘건 육개장을 앞에 두고 말했다.
"나 너무 행복해!!!"
만날 때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친구H 다운 말이었다.
나는 힘껏 웃어보였다. 그렇게 행복하게 먹어준다면, 그 음식들도 기꺼이 H의 입에 들어갈 것이며, 행복할 것 같았다. 내 주변 사람 중 행복하다는 말을 가장 많이 하는 친구는 바로 H일 것이다.
행복과 불행.
난 살면서 입밖으로 그 두 단어를 내놓은 적이 별로 없다.
행복하다는 말도, 불행하다는 말도 너무 극단적인 표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두 가지 상태는, 현재시점에는 알 수 없는 단어라 생각했다.
그래서 난 그 말을 현재 상태로 말하는 사람을 보면 무척 신기하다.
(이런 이유로 내가 사람들에게 무미건조해보인다, 뚱해보인다, 감정 동요가 크지 않다 라는 말을 듣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난 행복에 욕심을 내곤 했다.
행복해지고 싶다, 고.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지만 난 종종 불행하다고 느꼈던 것 같다
이 정도면 됐다, 괜찮다 생각하다가도 그 불행이란 놈은 빠르고 촘촘하게 내 빈틈을 채웠다.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 <키스 먼저할까요?>에서 나오는 대사가 있다.
"뒤늦게 알았어. 산다는 건 옭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란 거. 좀 더 행복하거나 좀 덜 불행한 쪽으로 선택하는게 당연한 건데, 옹졸했다. 내가."
나에게 왜 행복은 과거 아니면 미래에 가 있는 걸까?
행복했다, 행복하고 싶다.
그리고 불행은 왜 늘 현재에 있는 걸까?
왜 행복은 행복인지도 모르게 지나가고,
불행은 지독하게 들러 붙어 있는 걸까?
불행을 소리내어 말했던 C는 덜 불행하게,
작은 것에도 행복해하던 H는 더 행복하게 살고 있을까?
행복하다,
불행했다.
불행하다,
행복했다.
당신은 어느쪽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