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김안과에서.
얼마 전, 건강검진 결과가 나왔다.
녹내장이 의심된다는 소견에 덜컥 겁이 난 나는 그 주 주말 동네 안과를 검색했다.
지도에서 집과 가장 가깝고, 익숙한, 하지만 체인점 냄새가 나는 대형 안과로 향했다.
거진 다 도착해 전화를 하니, 그날 검진 예약은 다 찼다고 했다.
하릴없이 그 근처에 위치한 작고 낡은 안과를 찾았다.
오래된 건물, 늙은 공간. 그곳을 닮은 늙은 여의사가 있었다.
사실 내가 사는 동네에서 그런 풍경을 종종 보는데, 못 미더우면서도 어쩐지 친근감이 느껴지곤 한다.
녹내장 검사를 한 후, 다행히 우려하는 수준은 아니라는 말에 안도했지만,
의사 선생님은 우측 각막에 상처가 보인다며 많이 불편했겠다고 했다.
최근 눈곱이 유독 많이 끼는 것 같고, 자꾸 눈에 뭐가 들어간 것 같은 이물감을 느꼈는데, 그런 이유였나 보다.
나는 그동안 느낀 그 불편함과 걱정, 우려를 한꺼번에 토해냈다.
이런저런 질문에 의사 선생님은 시종일관 정감 있는 말투로 답했다.
그리고 내 눈에 약을 넣기 전,
"괜찮아, 내가 치료해줄게요"라고 말했다.
순간 난 좀 울컥했다.
최근 내가 그렇게 완벽히 타인을 신뢰해본 적이 있던가?
누군가가 나에게 신뢰의 말을 해준 적이 있던가?
반대로 나는 그런 말을 즐겨하는 사람이었던가?
아픈 사람을 치료해주는 사람=의사.
나는 그 기본을 꽤 자주, 잊고 지냈다.
어쩐지 당연한 그 말이 너무 따뜻하게 느껴졌다. 우리는 얼마나 당연하고, 기본인 것들을 잃고, 잊고 지냈던가.
그곳의 낡고, 그분의 늙음이 최대한 오랫동안 지속되기를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