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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Teacher Jul 28. 2023

미라클 모닝의 폐해

무엇이든지 다 잘하고 싶은 욕망이 준 결과

 매일 아침 5시! 일으켜지지 않는 몸을 일으키며 하루가 시작된다. 물론 일어나고 싶어서,  내가 꼭 야 할 일이 있어서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그냥 그 시간을 활용하지 않으면 나는 내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을 모두 완료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언젠가부터 미라클모닝은 나에게 남들과는 다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처음부터 그러지는 않았던 것 같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채워 넣었고 루틴화 하였다.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5시부터 출근 전까지의 시간을 테트리스 하듯 틈 없이 계획해 놓았다. 그리고 그 시간 안에 모두 해야 한다는 강박이 생겼다.

 미라클 모닝의 루틴을 모두 완료하고 나면 소위 말하는 갓생을 산 듯한 뿌듯함이 나를 감싸 안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시작한 미라클 모닝은 모든 과제를 끝내지 못했을 때 나 자신에 대한 질타로 바뀌었다.


 덜 하는 날이 많아지니 아침 일어나는 시간을 좀 더 당겼다.  그리고 당긴 시간만큼 해야 할 것들은 늘어났다. 나는 점점 미라클 모닝의 의미는 퇴색되고 되려 잠식당하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시간 당기기와 해야 할 일 추가가 끝도 없이 반복되었다.


  물론 잠이 없는 사람이라면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지만 나는 아니었다. 나는 태생적으로 잠이 많았다. 일어나는 시간에 못 일어날까 매일 선잠을 잤다. 2~3시간에 한 번씩 일어나 시간을 확인하고 잠들었다. 그러다 보니 숙면은 남의 일이었다. 수면의 질이 좋지 않으니 하루의 컨디션은 엉망이었다. 나는 그게 익숙해졌고 원래 나의 몸은 유리와 같다고 생각했다.

 수면을 포기하면서 진행했던 미라클모닝은 크고 거창한 것을 한 것은 아니었다. 하루에 블로그 글 1개 쓰고 테드 강연을 통한 영어 공부도 했다. 폼롤러 스트레칭도 하고 강의나 책을 읽었다. 아무리 해도 시간 부족했다. 아이들이 일찍 일어나 나의 루틴을 방해하면 짜증과 화가 밀려났다. 그렇게 일찍 일어나 엄마를 안아주러 온 아이는 엄마의 바쁨과 짜증으로 숨소리도 내지 않고 조용히 책을 꺼냈다.


 루틴 속 해야 할 일을 다 하지 않으면 하루종일 찜찜해졌다. 다 하지 못한 일들이 빚을 독촉하듯 마음을 독촉했다. 그럼 미라클 모닝에 더해 아이들을 재운 후 미라클 나이트도 진행되었다. 하나라도 하지 않으면 그 이후는 계속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강박처럼 나를 감싸 안았다.


 청신경종양 투병생활을 하며 미라클 모닝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멈추었다. 브레이크가 고장 난 폭주 기관차는 잠깐 휴식기에 들어갔다.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나는 매일 6시에 일어난다. 일부러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내 생체 리듬이 꼭 6시면 눈을 뜨게 한다. 그럼 그날 그날 하고 싶은 것을 한다. 폼롤러 스트레칭을 하기도 하고 명상을 하거나 책을 읽으며 필사를 하기도 한다. 내가 아침에 일어나 꼭 해야 할 일은 아침 먹고 약 챙겨 먹기 뿐이다. 할 수 있다면 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감사일기 쓰기. 그것마저 이따금 빼먹고 있다. 그러면 어떠하리. 내 마음 가는 대로 아침을 쓰고 여유롭게 시작하는 아침은 하루 내내 주변을 돌아보는 여유를 선물처럼 주었다.


 진정한 미라클모닝은 이런 게 아닐까? 숙제를 해치우 듯 눈뜨기부터 힘들어하며 숨 돌릴 틈 없이 모든 것을 해내는 아침이 아닌 진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조금만 잡고 여유롭게 하루를 시작하는 마음의 힘을 기르는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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