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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Teacher Jul 13. 2023

돌발성 난청으로 판정받다.

이 정도 수치면 당장 입원해야 한다는 의사의 소견이 상술로 느껴지다.

 왼쪽 귀가 잘 들리지 않기 시작한 이틀차.


 나는 점점 주변의 소리와 나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고, 어지럼증과 메스꺼움을 호소하였다. 귀에 물이 들었다면 어지럽거나 메스껍지는 않을 텐데 겁은 나지만 병원에 갈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조퇴를 쓰고 집에 가서 좀 누워있으면 나을까 싶었다. 화장실로 두어 번 메스꺼움에 뛰어가니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병원에 가서 주사라도 맞으면 조금이라도 나을까 싶어 조퇴 후 병원으로 달려갔다.


 바로 어제부터 시작된 일이니 의사의 문진에 대답하는 것은 쉬웠다. 의사는 "청력 검사를 해보자. 고막의 문제라고 하기엔 귀 안이 너무 깨끗하다."라고 이야기를 하였다. 그냥 문진 후 약만 받을 거라 생각했었던 나의 예상과는 달리 제자리에서 돌기, 선 따라 걷기, 머리를 막 흔들었다가 눈 마주치기, 손가락 마주치기 등 다양한 검사가 진행되었다.


 청력검사 결과 나는 '돌발성 난청'으로 판정을 받았다. 처음 들어보는 낯선 단어에 온몸에 긴장감이 돌았다. 의사는 아주 친절하고 온화한 미소를 띠며 "이 정도 수치이면 입원치료 하셔야 해요. 입원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라는 말을 전하였다. 진료실의 공기는 차갑고 무겁게 가라앉았고, 잘 들리지 않았던 귀는 의사의 말은 듣기 싫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주 귀에 꽂히듯 잘 들렸다.


 "네? 입원이요? 꼭 해야 하나요? 당장 입원 할 상황이 아닌데...."실제로 그랬다. 우리 반 방과 후 교사도 입원 중이었다. 나까지 입원을 하면 우리 반의 교사는 모두 자리를 비우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일단 쌓아놓고 온 업무들이 너무 많았다. 입원 기간동안 해야 할 일들을 모두 해 놓고 입원을 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솔직한 마음으로는 입원은 막고 싶었다.


  "가볍게 생각하실 것이 아니에요. 늦으면 늦을수록 치료가 힘듭니다. 일찍 시작해도 이 전의 청력으로 돌아갈 확률 30%, 조금 좋아지지만 이전보다는 낮을 확률 30% 여기서 멈출 확률 30%, 더 떨어질 확률 10%입니다. 예후가 많이 좋은 병은 아닙니다."


 계속 입원 치료를 거부하는 나이기에 약으로 먼저 치료를 시작하기로 하였다. 약은 고용량 스테로이드제를 투약하는 것이었다. 약을 처방하며 다양한 부작용들을 이야기해 주었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쿠싱증후군이 있었다. 쿠싱증후군은 식욕이 증가하고 몸이 달덩이처럼 붓는 부작용이었다. 그렇게 매일 먹어야 하는 12알의 스테로이드제를 받아 들고 집으로 돌아갔다.


 아주 가볍게 가족에게 지금 상황을 알렸다. "바로 입원을 해야 한다는데 조금 상술 같았어. 돌발성 난청으로 입원도 하나 봐."라는 말을 신랑은 나와 다르게 들었다. "그래도 큰 병원에 가보는 건 어떨까?" 권유에 "입원을 해도 집 근처에서 하는 게 낫지. 그게 뭐라고."라고 이야기하며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내가 방문한 1차 병원은 한 층으로만 되어 있었다. 생각해 보니 입원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없었다. 의사는 '우리 병원에서 입원'이 아닌, '입원을 하기 위한 서류를 가져가야 한다.'는 것을 알려 준다는 것을 느꼈다. 불안이라는 바람은 점점 나의 몸을 뱀처럼 똬리를 틀고 몸을 꽉 조여왔다.


 대학병원에 예약을 하기 위해 대표번호로 전화한 후 상황을 이야기하니 이비인후과로 바로 돌려주었다. 이비인후과 간호사도 같은 이야기를 하였다. "바로 오셔야 해요. 그런데 지금은 진료가 만료되었어요. 내일 아침 제일 빠른 시간 괜찮아요?" "아니요... 직장 상황상 오전은 안됩니다. 오후는 안 되나요?", "오후는 코로나 검사가 안되어서 입원이 늦어지는데 그러시면 안 돼요.", "받은 약이 있습니다. 약 먹고 하루만 버텨보면 안 되나요?" 간호사는 큰 한숨을 쉬며 오후로 예약을 잡아주었다. 대학병원까지 그렇게 이야기를 하니 진짜 입원을 할 수도 있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요즘 잠을 갑자기 1시간 더 줄인 것이 문제가 되었던 것일까? 아니면 일을 더 늘린 것이 문제였나? 요즘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았지. 선생님이 나한테 병이 생긴 것 같으니 건강검진 한번 해 보라는 말을 그냥 넘긴 것이 문제인가? 내 병은 한 가지 이유로 설명이 되지 않자 그 전의 과거로 더 돌아가서 계속해서 그 이유를 고민하게 했다. 과거에 대한 후회가 꼬리를 물수록 과거의 서사는 정교화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내일 또다시 조퇴를 하여 병원에 가야 하기에 급한 일은 다 처리할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 나는 내 몸에 무리하게 생활하였기에 돌발성 난청이 왔다고 생각하면서, 그 병을 치료하기 위해 늦게까지 일을 하고 평소보다 더 빨리 출근해야겠다는 아이러니한 결론을 내렸다. 나는 그게 그 당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자 책임감이라고 생각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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