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단계. 묘사: 감각적 요소 추가 훈련
스토리텔링을 사업에 활용하려면 특정 상황에 대한 최소한의 감각적 묘사 능력이 필요하다.
이유는 단순하다. 스토리텔링은 근본적으로 '감성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업자들이 무의식적으로 하는 착각이 있다.
논리적인 데이터, 좋은 스펙만 있으면 소비자는 설득되고 지갑을 열게 될 것이라고 믿는 것.
사업자가 아닌 소비자로 살아갈 때를 찬찬히 돌아보면 지갑은 그렇게 열리는 것이 아님을 금방 알 수 있겠지만, 현실에서는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인간은 논리로 이해하지만 감성으로 선택하는 동물이다.
이성은 고개를 끄덕이게 하지만, 감성은 지갑을 열게 한다.
비즈니스 스토리텔링의 목적은 단순하고 뚜렷하다.
내가 원하는 반응을 보이고 원하는 행동을 하게 만드는 일이다.
그리고 행동은,
마음이 움직여야 따라온다.
상대의 마음, 상대방의 감성을 건드리지 못하면 어떤 비즈니스도 일어나지 않는다.
감성은 추상적인 단어가 아니라 '구체적인 감각'을 통해 전달된다.
"절박했다"는 말은 정보를 주지만, "입술이 바짝바짝 말랐다"는 묘사는 '긴장감'을 전염시킨다.
감각적 묘사는 문학적 기교를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소비자의 뇌 속에 잠든 결정 버튼을 누르는 가장 고차원적인 커뮤니케이션 기술이다.
물론 문학가 수준의 표현 역량은 필요 없다. 최소한의 감각적 요소를 추가해서 표현하는 습관 정도만 가져도 충분하다.
스토리를 감각적으로 풀어가는 것이 막막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한국어를 몰라서가 아니다. 어휘력이 부족해서도 아니다.
스토리텔러 입장에서 상황과 생각을 그려보지 않았기 때문에 느끼는 낯섦일 뿐이다.
스토리텔러의 사고법 T4 워크시트는 이런 감각적 묘사 훈련에 활용할 수 있다.
처음에는 아래 세 박자만 기억하고 감각적 묘사를 연습해 보자.
1. 배경은 촉촉하게
2. 사건은 건조하게
3. 여운은 진하게
"어느 날 밤, 내 방에서"라고 할 수도 있지만, 뭔가 밋밋하다.
시간과 공간에는 반드시 온도와 냄새가 있다.
배경을 감각적으로 깔아둬야 독자와 청중이 현장으로 빨려 들어간다.
시간의 온도: 맑고 투명한 아침인가, 정수리가 타들어 가는 낮인가, 냉장고 소리만 웅웅대는 차가운 새벽인가?
공간의 압력: 탁 트인 광장인가, 아니면 팔을 뻗으면 벽이 닿는 퀴퀴한 좁은 방인가?
배경은 분위기를 잡는 무대장치다. 물기를 머금은 듯 촉촉하게 묘사해 보자.
배경을 감성적으로 깔았다면, 정작 벌어진 사건은 물기를 쫙 뺀 팩트로 던져보자.
초보 스토리텔러는 "너무 화가 났다", "미칠 것 같았다"며 감정을 쏟아낸다.
감정은 강요하면 득보다 실이 많다.
CCTV나 녹음기처럼 눈에 보이는 사실만 건조하게 묘사하고, 나머지는 스토리를 보고 듣는 상대의 감각에 맡기는 것이 좋다.
'매출이 없어서 실망했다' (X) → '정산 페이지에 숫자 0이 떴다' (O)
'거래처 사람이 무례하게 굴었다' (X) → '그는 내 명함을 보지도 않고 테이블 위에 던져두었다' (O)
촉촉한 배경(새벽) 위에 건조한 팩트(매출 0원)가 툭 떨어질 때, 그 온도 차이가 비극을 극대화한다. 슬프다고 말하지 않아도 상대는 이미 느끼고 있다.
건조한 팩트가 훑고 지나간 뒤, 당신의 내면에 남은 자국을 쓸 차례다. 다시 감각적인 표현을 가져와 사건이 남긴 의미를 정의해라.
머리(각성): 멍해졌다, 안개가 걷혔다.
가슴(잔향): 입안에 모래알을 씹은 듯 씁쓸했다, 명치 끝에 돌덩이가 얹혔다.
몸(흔적): 그날 이후 알람 소리보다 먼저 눈을 뜨게 됐다, 손바닥에 굳은살이 박혔다.
이 3단계 공식을 적용하면 밋밋했던 브리핑을 한 편의 시각적 영상 장면으로 바꿀 수 있다.
[Before : 밋밋한 상황/감정 브리핑]
늦은 밤, 사무실에서 정산 내역을 확인했다.
매출이 하나도 없어서 너무 절망적이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해서 한숨만 나왔다.
[After : 감각적 요소 삽입과 묘사]
(촉촉하게) 냉장고 모터 소리만 웅웅대는 적막한 새벽 3시. 본드 냄새가 진동하는 비좁은 작업실.
(건조하게) 떨리는 손으로 새로 고침 버튼을 눌렀다. 화면 속 '금일 주문 건수' 옆에는 여전히 숫자 '0'만 깜빡이고 있었다.
(진하게) 입안에 모래알을 한 움큼 집어삼킨 듯 까칠했다. 깊은 한숨이 모니터 화면을 뿌옇게 흐렸다.
물론 매번 이런 감각적 요소를 총동원하고 사용할 필요는 없다.
수많은 묘사와 표현 방법이 있지만 확실하게 쓸 수 있는 표현을 골라서 나의 언어로 체화시켜보자.
이 기초 공식만 체화시킨다면 평범한 일상도 듣는 이의 가슴을 울리는 결정적 장면이 될 수 있다.
[다음 화 예고]
이제 장면을 그리는 기초 방법을 익혔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장면도 순서가 뒤죽박죽이면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 다음 화에서는 스토리텔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구조'와 훈련방법에 대해 알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