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단계. 전환 : 관점 전환 훈련법
지난 화에서는 일상의 경험을 서사의 요소(주인공, 방해 요소, 배경)로 분해하여, 이야기의 뼈대를 만드는 재료 준비 방법을 살펴봤다.
실용 스토리텔링 경험이 없는 초보자들에겐 이것만으로도 새로운 경험이 된다.
어쩌면 이제, 제법 그럴듯한 스토리 기획안이 만들어지는 것 같아서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고 싶을 수도 있겠다.
만약 그렇다면 잠시 숨을 고르자.
지루하겠지만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사실이 있다.
..
흠..
너무 자상한 설명에 독자 입장에서 칭찬을 보내주신다면 쑥스럽지만 일단 덥석.
뭐...기본적인 원고 양도 채워야 하는데다가
나의 이슬처럼 맑은 양심과
이런저런 필드의 경험까지 더해지니,
본의 아니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잔소리 선물을 드릴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부담 되니까 너무 큰 감동은 받지 마시기 바란다.
스토리텔러의 사고법은 공식을 배운다고 끝나는 기술이 아니다.
철저하게 몸에 체화되는 '암묵지'다.
기타나 피아노 같은 악기를 배우는 과정을 생각해 보자.
화려한 즉흥 연주가 가능한 프로들도 처음에는 지루한 계이름 공부와 기본 코드를 수천 번 반복했다.
그렇게 손가락에 물집이 잡히고 굳은살이 배기는 시간을 거쳐야만 비로소 '내 소리'를 낼 수 있다.
좋아! 공식 들었으니 이제 됐어!
이런 마음으로 바로 덤비기 시작하면 창업자의 스토리텔링은 제자리를 맴돌게 된다.
결국 머지않아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며, 그냥 한번 시도해 본 추억으로 남게 될 것이다.
당신은 추억을 만들기 위해 창업하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조금은 지루한 과정을 견디겠다고 자신과 약속했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3단계 '관점 전환'에 대해 알아보자.
우리는 현실 속 세상 다양한 채널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인생의 깊은 깨달음을 말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그분들이 유독 똑똑하고 감수성이 예민해서일까?
그럴 수도 있겠지만 결정적인 요인은 뭐니뭐니해도 경험과 시간의 힘이다.
오랜 세월을 살며 다양한 경험을 쌓다 보니, 사물과 현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넓고 깊어졌기 때문이다.
편협한 시각에서 빠져나와 다양한 현상과 생각을 연결해 볼 수 있는 역량이 생긴 것이다.
목적을 달성해주는 스토리텔링을 구사하기 위해서는 이런 삶의 지혜와 비슷한 역량이 필요하다.
스마트하고 지혜로운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창업가인 당신에게는 길을 건너는 개미떼를 보며 깨달음을 얻을 때까지 기다릴 수십년의 시간이 없다.
창업 이후에는 매일같이 시장과 소통을 해야 한다.
내 상품, 내 서비스에 메시지를 담아서 소비자에게 전하고 그들을 유혹해야 한다.
내가 말하는 것은 그들과 비슷한 관점에서 현상을 해석하는 기술적 역량이다.
똑같은 '팩트' 앞에서도
남들이 쉽게 보지 못하는 '이면의 이야기'와
'나름의 메시지'를 발견해 내는 사람.
이런 역량을 훈련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확실한 출발점이 있다.
내 눈앞에 있는 '상대방', 나를 괴롭히는 '방해자'의 눈을 빌려 세상을 다시 보는 것이다.
내가 주인공인 세상에서 잠시 걸어 나와 보자.
그리고 내 맞은편에 있는 사람, 소비자가 될 수도 있고, 거래처 사람 혹은 나를 괴롭히는 경쟁자가 될 수도 있다.
그들의 의자에 앉아 '그들의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것이다.
실용 스토리텔링 강의에서 사용하는 S.U.I.T 워크시트 T3는 이 기초 훈련을 돕는 도구다.
이 워크시트 활용의 목표는 단순하다.
매우 단순하다.
하나의 경험을 '나의 관점'과 '상대의 관점'으로 나란히 놓고 상상하며 비교해 보는 것이다.
지난 화의 밤새워 만든 수제 가방을 파는 사장님의 사례를 가져와 보자.
사장님을 괴롭히는 방해자는 양심없이 카피 제품을 파는 놈들이다.
아, 생각만 해도 천인공노할 미치고 팔짝 뛸 일이다.
그래도 잠깐 흥분을 가라앉히고 그놈 '카피 제품 판매자'를 방해자(악당)로 설정하고 의자에 앉혀보자.
그저 억울하고 분한 것이 나의 입장이다.
서사의 제목: 상도덕이 무너진 시장
나의 미션/소망: 내 땀과 노력이 들어간 창작물의 가치를 인정받는 것.
방해자(악당): 내 디자인을 훔쳐서 싸구려 재질로 찍어내는 '비양심적인 카피 판매자'.
내 입장에서 그는 도둑놈이다. 그가 내 밥그릇을 뺏고 시장 물을 흐린다고 생각하면 화가 치밀어 오른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하는 반응이다.
자, 이제 마음을 진정시키고 반대편 의자에 앉자.
당신은 이제 장인이 아니다. 외국 저임금 공장에 주문한 물건을 가져와 박리다매로 파는 '카피 판매자'다.
그의 눈으로, 미련하게 한 땀 한 땀 바느질하고 있는 '사장님(나)'을 바라보자.
서사의 제목: 속도가 생명인 전쟁터
상대의 미션/소망: 트렌드가 바뀌기 전에 빨리, 많이 팔아서 현금을 확보하는 것. (효율과 속도)
방해자(악당 = 나): 굳이 안 해도 될 고품질을 고집하며, 나를 싸구려 업자로 보이게 만들려고 노력하는 어설픈 기술자.
어떤가?
그의 입장에서 나는 '피해자'가 아니라, '시장 논리를 모르는 답답한 기술자이자 호구'일 뿐이다.
그는 나를 미워해서 베낀 게 아니다. 그저 그게 '효율적'이라고 믿는 자신의 사업을 하고 있을 뿐이다.
그의 관심은 품질보다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다.
관점이 바뀌면 '전략'이 바뀐다
이런 체험을 몇 번 해보면, 머릿속을 차갑게 식힐 수 있다.
(X) 감정적 대응:
'저 도둑놈을 어떻게 신고하지? 저것보다 더 싸게 팔아야 하나?' (길어지는 싸움)
(O) 관점 전환 후 통찰:
'아, 쟤랑 나는 아예 종목이 다르구나.
그는 '속도와 싼 가격'을 파는 사람이고, 나는 '시간과 정성, 기술력'을 파는 사람이다.
그가 효율을 쫓을 때, 나는 그가 절대로 따라 할 수 없는 '비효율의 가치'를 더 보여준다!'
관점을 전환하는 순간,
그는 '싸워야 할 적'에서 '나의 차별성을 돋보이게 해주는 활용 대상'으로 바뀔 수 있다.
훈련된 스토리텔러에게 '관점'은 세상을 비추는 렌즈다.
렌즈를 갈아끼울 때마다 당신의 경험은 '억울한 하소연'에서 '날카로운 차별화 전략'으로 탈바꿈한다.
다양한 관점으로 해석하는 역량은
시간과 경험에만 맡겨두면 글쎄..
최소 1년? 보통은 열심히 해보면 2~3년 이상?
아무튼 하염없이 길어진다.
이번에 소개한 간단한 훈련으로 소중한 역량의 출발점을 만들기 바란다.
딱 2개월만 반복해 보시길!
일상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면, 다시 오셔서 칭찬 댓글과 광어회!
별다른 변화를 못느끼신다면?
그건 거의 99퍼센트 확률로 제대로 안 하신 분 잘못이니까,
구독과 라이킷 단추는 누르지 않고,
노하우만 쏙 가져가셨는데도 불구하고 제대로 수행도 못하신 죄로,
언젠가 인연이 닿을 때 '자연산 광어회 특대'를 쏘시면 되겠다.

(다음 화 예고)
분해해서 재료(2단계)를 준비하고, 관점(3단계)을 뒤집어 보는 것은 실용 스토리텔링 훈련의 출발이다.
이제 '오감'을 자극하는 살을 입히는 연습을 해보자.
건조한 팩트를 말랑말랑한 이야기로 표현하는 연습.
스토리텔러의 사고법(5) '4단계: 감각적 묘사' 훈련법이 다음 화에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