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벤처기업은 혁신, 자영업은 생계?

진짜 창업가는 과연 누구인가

by 정텔러

본격적인 스토리텔링 예습과 실무방법을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하나 있다.


자영업자로 분류되는 수백만의 사장님 중 상당수가 자기 자신을 창업가가 아니라고 여긴다.

바로 인식의 문제다.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심각한 에러가 몇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스토리가 기반이 된 시장 소통 능력에 관한 것이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 해도 "나는 해당 사항이 없다"고 스스로 선을 그어버리면 무용지물이 된다.

그 '마음의 선'을 지우기 위해 쓴다.


'아 이눔 참, 서론 기네...'


여기저기서 이런 구박을 좀 받을 것 같긴 하지만,


내 글이니, 내 맘 가는대로.

들어 보셨나요? 정텔러 메타 수다 스타일!




새벽 6시, 최 사장은...


새벽 6시, 해물탕집 최 사장님은 주방의 수조를 닦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명예퇴직금으로 창업을 하기 전엔 수십억짜리 결재 서류를 넘기던 부장님 손이었지만, 이젠 그 손으로 꽃게를 손질하는 게 더 익숙하다.


"요즘 김 과장네 회사 분위기가 안좋은 거 같던데, 오늘 점심 예약엔 산낙지를 서비스로 얹어볼까..."


단골 직장인들의 미묘한 표정 변화를 읽고, 오늘의 서비스 방향을 수정한다. '고객 관계와 경험 관리'를 치열하게 몸으로 실천하고 있다. 오후 브레이크 다임엔 포스기(POS) 데이터를 살펴본다.


"저번 주부터 현장 소장님들 예약이 뚝 끊겼네. 아, 인근 오피스텔 공사가 끝났구나. 목요일엔 직장인 대상으로 소주 2병 무료 이벤트를 열어봐야겠어."


상권의 분위기 변화를 감지하고, 타겟을 재설정하며, 메뉴 배치 전략을 수정한다. 전형적인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최 사장은 경영자로서 결정을 내린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를 '경영자'라고 부르지 않는다. '장사하는 사람'일 뿐이다.


그들은 모두 '창업가'다


비단 최 사장님 식당만의 풍경은 아니다.


조직의 유리천장을 떠나 홀로서기를 택한 브런치 카페 박 사장님.
밤새워 동대문 사입을 마치고 돌아온 쇼핑몰 대표님.
회원들의 출석률을 보며 프로그램을 다시 짜는 필라테스 센터 원장님.
1mm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인테리어 필름 시공업체 사장님.
정기적으로 교안을 수정하는 영어수학 학원 원장님.
고객 취향을 기억해 두었다가 계절에 맞춰 준비하는 꽃집 사장님.
옷감만 보고도 단골의 니즈를 파악하는 세탁소 사장님.

....


이들은 모두 고객의 행동을 분석하고, 서비스를 개선하며, 위기에 맞춰 생존 전략을 수정한다.

당사자들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는 이들을 '창업가'라고 부르는 데 인색하다.


'자영업자' 혹은 '소상공인'이다.


호칭이 만드는 거리감...


이것은 누군가의 잘못은 아니다. 언젠가 그 누군가 특정 목적으로 분류를 시작했을 때부터(아마도 행정편의 때문이라는 의심은 있지만 확신하진 못하는) 무심코 그어놓은 선일 것이다.


보이지 않는 그 선을 지워보기 위해 '순전히 내 생각' 딱! 세 가지만 적어본다.



첫째, 쓰는 '언어'가 다를 뿐, 본질은 같다


흔히 '창업가'라고 하면 떠올리는 모습이 있다. 피치덱을 띄우고, PMF나 애자일 같은 용어를 자기 언어처럼 이해하고 유창하게 쓰는, 뭔가 이상하게 세련되어 보이는 이미지.


반면 자영업자 소상공인 사장님들의 언어는 살짝 투박하다. "오늘 꽃게가 덜 싱싱하네", "원단 값이 너무 올랐어", "회원님들 출석률이 떨어졌네" 같은 생활의 언어다.


언어가 다르다 보니 마치 다른 세상의 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뜻은 같다.


스타트업 대표가 말하는 '고객 경험 개선'은 최 사장이 건네는 '서비스 산낙지 한 마리'와 다르지 않다.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은 박 사장이 '공사 종료에 맞춰 이벤트를 추가하는 감각'과 일치한다.

'고객 여정 최적화'는 세탁소 사장님이 '단골의 취향을 기억해내는 섬세함'이고,

'시장 적합성 검증'은 필라테스 원장이 '출석률을 체크하며 프로그램을 재설계하는 민첩함'이다.


그 경영의 깊이가 얕은 걸까?

...


사장님들의 투박한 언어 속에는 이미 수많은 경영자의 판단이 녹아 있다.


둘째, '앱'을 만들지 않아도 '혁신'은 매일 일어난다


기술이나 플랫폼, 앱을 활용한 아이디어 등 '혁신적인 창업'으로 분류되는 분야가 있다.

몸을 움직여 땀 흘리며 일하는 장사는 그저 '생계수단'으로 부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3년 내 폐업률이 90%에 달하는 냉혹한 시장에서, 3년, 5년, 10년을 버텨낸 일명 '매장'들을 보자.


상권이 바뀌고, 재료비가 폭등하고, 트렌드가 변하는 파도 속에서

그런 '매장'를 지켜낸 힘.


육수 맛을 조절하고, 손님의 표정과 변화를 읽으며, 가게를 조금씩 진화시켜 온 '미세하고 조용한 혁신'의 결과다.


혁신을 이끄는 기술이 있다.

하지만 기술만이 혁신은 아니다.


꽃집 사장님이 계절의 변화를 한발 앞서 매대에 반영하는 것,

공부방 선생님이 학생 한 명 한 명의 학습 속도에 맞춰 교안을 수정하는 것,

필름 시공자가 고객 집의 채광을 고려해 질감을 제안하는 것.


조용하고 꾸준한 혁신은 오늘도 매일 전국 여기저기서 일어나고 있다.


셋째, '내 전부'를 걸고 모험을 시작하는 쪽은 어디인가


일반적으로 스타트업이라 인식되는 회사는 투자를 받고 가설을 검증하며 성장한다.

벤처기업으로 대접받는다. 멋진 일이다.

이 멋진 창업 시스템을 폄하할 생각은 모기 발톱 만큼도 없으니, 오해마시길.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자영업 사장님'들의 시작과 성장은 조금 다르다.


알토란 같은 퇴직금, 은행 대출금 등 '나의 모든 것'을 걸고 시장에 뛰어든다.


승부사의 길이다.


실패했을 때 돌아갈 곳이 마땅치 않기에, 그 절박함과 책임감의 무게는 청년들의 창업과는 질적으로 다른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


수천만, 수억 원의 자기 자본을 걸고 퇴로 없는 전쟁터에서 매일 아침 셔터를 올리는 그 마음.

인테리어 한 번 잘못 선택하면 몇 년을 끌고 가야 하는 부담.

재료비 폭등 앞에서도 가격을 함부로 올리지 못하는 단골에 대한 책임.


흠...


우리 사회는 왜 이 분들을 창업가라고 부르지 않는 걸까?






"나는 특별한 스토리 같은 거 없어요."


직업 특성 때문에 현장에서 가장 흔하게, 거의 인삿말처럼 듣는 말이다.


기업인, 창업가, 소상공인, 자영업자, 전문직 종사자, 직장인, 주부, 학생, 프리랜서...


직업과 남녀노소 따위는 전혀 상관없다.

다음 생애서도 까먹지 않을 것 같은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만큼,

일관되고 반복적으로 듣곤 한다.


물론 스스로를 낮추는 그 겸손한 말인 경우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진심으로 그렇게 믿고 하는 말이다.


사회가 악의 없이 만들어버린 틀 안에 갇혀,

정작 다이아몬드 원석이 될 수 있는 수많은 이야기들을 '별거 아닌 것'으로 치부해 버린다.




이 책의 제목을 굳이 <창업스토리텔링 예습>이라 지은 이유가 있다.


내가 말하는 '창업'은 특정 기술이나 아이디어 기업만의 그것이 아니다.


내 이름을 걸고 내 자본을 태워, 세상에 가치를 전하는 모든 사장님의 그것이다.


유니콘의 신화보다, 척박한 현실 속에서 묵묵히 버텨내는 '낙타'들의 생존 스토리가

더 큰 울림을 줄 수 있다.

당신의 그 땀 냄새 밴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는 가장 필요한 위로이자 희망이 될 수 있다.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이라는 호칭은 익숙하지만,

창업가라는 말은 남의 말처럼 느껴진다면 이 말을 기억해보자.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호칭이 인식을 만든다.


당신은 이미 훌륭한 '창업가'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떡볶이를 팔든, 기술 용역을 하든, 아이들을 가르치든, 옷을 수선하든, 꽃을 판매하든, 필라테스를 지도하든 상관없다.


창업가는 '물건'을 파는 사람이 아니라 '가치'를 파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가치를 고객에게 전달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 바로 '스토리'다.


창업가가 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인식하고 준비해보자.


소비자의 마음과 지갑을 여는 가장 강력한 열쇠는 이미 당신의 경험과 생각 안에 있다.


예비창업가로서 전략적 스토리텔링 역량을 갖추고 아니고는 상상 이상으로 큰 결과의 차이를 만든다.

다음 장부터 비즈니스 스토리텔링에 관한 내용이 펼쳐진다.


수많은 기존 창업가들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한분의 예비창업가에게라도 도움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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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