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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니 최 Jun 22. 2022

노빈손, 내 앞에 벽은 없다

<노빈손 시리즈> 리뷰

노빈손내 앞에 벽은 없다

『노빈손, 정조대왕의 암살을 막아라』,『노빈손, 사라진 훈민정음을 찾아라』를 읽고 



          

  노빈손은 <로빈슨 크루소 따라잡기> 라는 책을 시작으로 우리 앞에 나타났다. 첫 발간은 99년도. 지금이 2015년이니 벌써 16년이나 된 시리즈물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노빈손의 인기는 여전하다. 노빈손은 지금까지 총 53편의 책들이 발간되었으며 그 내용에 따라 역사, 과학, 어드벤쳐 등의 장르로 세분화 할 수 있다. 그중 노빈손의 역사 시리즈, 그것도 ‘한국사 시리즈’인 노빈손 <정조대왕의 암살을 막아라>와 노빈손 <사라진 훈민정음을 찾아라>, 두 권의 책을 비교해보기로 했다.

  이야기에 앞서, 우선 노빈손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노빈손’은 첫 시리즈인 <로빈슨 크루소 따라잡기>에서 탄생된 인물로, ‘로빈슨’을 한국인의 이름과 유사하게 변형시킨 것이다. 이는 독자들이 익숙한 이야기를 떠올리도록 유도하여 친근감을 유발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비록 가진 것 없이 무인도에 표류했지만, 과학적 지식을 알고 있다면 ‘빈손’이 아니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첫 출간 당시에는 이렇게까지 긴 시리즈가 되리라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시리즈가 길어질수록 노빈손과 로빈슨 크루소의 연관성은 거의 사라져버렸으니 말이다. 하지만 첫 번째 의미는 퇴색되었다 하더라도, 두 번째 의미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노빈손은 수많은 여행을 하며 (노빈손 시리즈는 기본적으로 ‘어드벤쳐’, ‘여행’을 서사구조로 삼고 있다.) 많은 지식을 얻고, 그를 통해 위기에서 벗어나곤 한다. 이처럼 친근함과 의미를 함께 추구하는 명명법(命名法)은 노빈손 시리즈의 주요 스토리텔링 전략으로 활용되고 있다. 아직까지도 말이다.

  노빈손 <정조대왕의 암살을 막아라>는 07년 발간된 노빈손 한국사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이다. 당시에는 드라마 이산으로 인해 정조대왕에 대한 관심도가 하늘을 찔렀으며, 노빈손 시리즈도 그 때문에 읽었다는 이들도 많다. 시기를 잘 읽었다는 생각이 든다. 집필은 남동우가 하였는데, 그는 이후에도 <음악신동 노빈손 모차르트의 수제자가 되다>, <노빈손과 왕건과 빨간바지 도적단> 등 두 권을 더 집필하였다. <음악신동 노빈손 모차르트의 수제자가 되다> 같은 경우는 음악사에 대한 교양을 다루고 있지만, 결국 그 책 안에.서 모차르트가 살아온 생애를 다루고 있으므로, 역사 시리즈로도 볼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시대를 사니 말이다. <노빈손과 왕건과 빨간바지 도적단> 은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라 믿는다. 이름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역사 시리즈 그 자체다. 남동우는 이처럼 노빈손 시리즈, 특히 역사 부문에서 큰 활약을 하고 있다.

  노빈손 <사라진 훈민정음을 찾아라> 는 노빈손 탄생 10주년을 맞이하여 열린 원고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하여 출간된 작품으로, 작가는 한정영이다. 그는 동화작가로 활동을 하던 이다. <사라진 훈민정음을 찾아라>가 가지는 의미는 크다. ‘노빈손 군단’이 아닌 공모전 당선 작가의 손에서 탄생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말이다. ‘노빈손 군단’에 비하면 공모전 수상자의 작품은 연계성이 떨어지지 않을까, 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지만 나는 오히려 반대로 생각한다. 한 시리즈물의 원고 공모에 출품을 할 정도면, 기본적으로 노빈손 시리즈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높을 것이다. 독자의 입장에서 써내려간 작품이기도 하니, 본인이 생각하기에 아쉬운 점도 보완을 하였을 것이고, 타 시리즈물과 자연스레 어울리기 위한 연구도 했을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그는 누구보다도 ‘노빈손’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는 소리가 된다.

  이 부분은 책에서도 찾을 수 있다. <정조대왕의 암살을 막아라>에서 노빈손은 여자친구인 말숙이의 선물을 사기 위해, 인사동에 있는 규장각 분점이라는 고서점에 들린다. 그리고 그곳의 주인인 할아버지의 부탁대로 책장에서 고서를 꺼내다, 과거로 타임워프를 하게 된다. <사라진 훈민정음을 찾아라> 도 마찬가지이다. 노빈손이 말숙이의 부탁을 받아 규장각 분점으로 향하고, 훈민정음을 꺼내다 과거로 타임워프를 하게 된다. 과거로 들어간 노빈손은 과거의 역사적인 인물들을 만나게 된다. <정조대왕의 암살을 막아라>에서는 정약용, <사라진 훈민정음을 찾아라>에서는 윤휘와 안빈세가 이에 해당하는 인물이다. 노빈손은 그 이후, 자신의 앞에 닥친 현대적 지식을 동원해 과거의 인물들과 함께 자신의 앞에 닥친 시련을 해결하고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현실로 돌아오는 방법도 동일하다. 사건을 해결하고, 현실에서 찾고자 하던 책을 과거에서 찾게 되면 다시 현실로 돌아오게 된다. <사라진 훈민정음을 찾아라>는 한국사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인 <정조대왕의 암살을 막아라>의 기본적인 포맷을 따라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포맷, 큰 틀이 같으니 독자는 새로운 작품, 다른 작가지만 낯설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사라진 훈민정음을 찾아라>에서는 고서 뿐 아니라, 훈민정음이 적힌 티셔츠를 건네며 노빈손을 과거로 인도하는 ‘할머니’ (후에 정의공주라는 것이 밝혀진다.)의 존재를 등장시키는데, 이러한 장면들은 차별성을 만든다. 한국사 시리즈라는 연계성을 유지하면서도, 각각의 작품의 개성, 독립성도 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전체적인 시리즈를 보면 연계성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시리즈가 장기화 되며, (첫 등장 때 노빈손이 20세의 배낭족이었다. 현실의 시간으로 따지면 그는 곧 마흔이 되는 아저씨이다.) 각각의 시리즈마다 다른 스토리 작가를 두고 있다. 다양한 주제, 다양한 개성의 작가들을 만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노빈손을 제외한 다른 캐릭터들의 설정이 자주 바뀌고, 각각의 시리즈가 가진 연계성이 적어지는 둥 단점도 분명하다. 에듀테이먼트로 시작해, 큰 인기를 끌었던 시리즈가 갈수록 엔터테이먼트에 치중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독자들이 노빈손을 사랑하는 이유는 노빈손이 유쾌한 선생이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분명 극복해야할 문제이다. 

  위대한 개인의 시대는 이미 저물고 있다. 이제는 더 큰 그림을 보고 그려야 할 때이다. 우리는 아직 배울 것이 많고, 노빈손은 아직 우리에게 해주고 이야기가 남아 있을 것이다. 위기를 기회 삼던 것이 ‘노빈손’ 아니었던가. 우리는 ‘노빈손’은 계속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어떠한 풍파 속에서도 이야기는 계속 될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은가.*                     





2015년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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