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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니 최 Jun 22. 2022

Welcome To Wonderland!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팝업북 리뷰

Welcome To Wonderland!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책을 펼치는 순간 마법이 시작된다. 이보다 적절한 표현이 있을까. 첫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솟아오르는 커다란 나무들과 그 아래의 앨리스와 ‘이곳을 들여다보세요!’ 라는 친절한 문구. 그 문구를 따라 동그란 구멍에 눈을 대자, 앨리스가 이상한 나라로 떨어지는 모습이 눈앞에 펼쳐졌다. 그제야 나는, 내가 ‘이상한 나라’에 들어온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사실 이 책을 고르기까지 많은 고민을 해야 했다. 나는 이전에 한 번도 팝업북을 본 적이 없어, 팝업북에 대해서는 무지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어떤 책을 골라야 할까, 내가 팝업북에 대해 이해는 잘 할 수 있을까, 같은 수많은 고민 끝에 나는 ‘내가 잘 아는 책’을 고르기로 결심했다. 내가 이미 내용을 아는 원작을 팝업북으로 다시 보면 어떤 느낌을 받게 될까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앨리스를 골랐다. 로버트 사부다는 이 팝업북계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의 장인이라 한다. (실제로 앨리스의 겉표지에는 팝업북의 황제, 로버트 사부다의 대표작이라고 쓰여 있다.) 그런 사부다의 대표작이라고 하니. 이거야말로 팝업북에 대해 무지한 내가 읽기에 적절한 책이 아닌가.

  책은 10장 내외로 구성되어 있다. 내가 평소에 읽던 동화나 소설보다는 훨씬 적은 페이지를 가지고 있었지만 책의 두께는 웬만한 소설책보다 두꺼웠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두툼한 페이지 속에 숨어 있는 오브제(입체그림)들이 보이는데, 가슴이 두근거렸다. 마치 놀이기구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기대감이 증폭되었다고 해야 하나. 어쨌거나 내 기대처럼, 책을 펼치는 순간, 마법이 펼쳐졌고, 입에서 ‘와’ 소리가 절로 튀어나갔다. 눌려있던 오브제 (입체그림) 들이 페이지를 펼치면 튀어오르는데, 정말이지,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나는 분명 앨리스의 이야기를 책으로도 읽고, 영화로도 보고, 만화로도 보았는데 내가 알던 앨리스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못하게 만든다. 영화를 볼 때도 ‘앨리스는 이제 여왕을 만나겠지’ , ‘저걸 집어먹고 몸이 작아질 거야’, 같은 사족을 붙이며 관람을 하였는데, 이 책을 읽는 동안에는 그런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 그저, 아 다음 페이지에는 어떤 그림들이 나를 놀라게 해줄까 같은 두근거림만 있었을 뿐이다.

  사실 팝업북을 읽기 전에는, 팝업북은 튀어오르는 오브제들에만 집중하여 그림의 디테일한 부분은 좀 떨어질 것이라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책 속의 인물들은 표정 하나, 주름 하나하나까지 생동감 있게 그려져 있었고, 이야기와 걸맞는 그림들로 책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다. 특히 내가 감탄했던 것은 앨리스가 시계장수와 티타임을 가지는 페이지와 카드병정들을 만날 때였다. 카드병정들은 카드를 일일이 이어붙인 풍성한 오브제 때문에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고, 앨리스가 티타임을 가지는 부분에서는 ‘아, 캐릭터를 이렇게 앉힐 수도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앨리스가 테이블에 앉아 티타임을 가지는 그 부분은, 단순한 ‘입체그림’이 아니었다. 애니메이션 그 이상이었지. 

  책은 분명 환상적이었고, 가지고 싶었고, 또 다른 팝업북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해주었지만, 그게 전부였다는 생각도 들었다. 비유하자면 마치 롤러코스터 같았다고 해야 하나. 탑승 전까지 엄청난 흥분을 주고, 기대를 하게 만들고, 탈 때도 너무 신나고 재미있지만, 운행 시간 너무도 짧은 롤러코스터 말이다. 책에 엄청나게 매료되었지만, 다 읽고 나면 ‘굳이 팝업북으로 읽어야 할까.’ 라는 생각이 든 것도 사실이다. 책의 내용은 앨리스의 것과 같고, 팝업들 때문에 이야기는 작은 글씨로 귀퉁이에 쓰여있고, 팝업에 집중을 하느라 내용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팝업북을 읽어준다면 책과의 친밀감을 쌓고, 흥미를 유발하는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이 흥미가 ‘그냥 책’으로 넘어올 때까지 이어질까 하는 생각도 했다. 나는 나이차이가 꽤 있는 막내가 있는 편인데, 막내는 동화책에서 소설로 넘어오는 그 과정을 견디지 못했다. 그림이 없는 책은 읽기가 싫다는 막내를 보며, 그냥 그림이 아닌 팝업을 보던 아이들이 과연 책읽기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팝업북을 만나는 과정이 굉장히 힘이 들었다. 이것은 타인들도 공감을 할 부분이라 생각된다. 팝업북은 책의 특성상 값이 굉장히 비싸고, 파손의 우려가 있어 도서관에 비치가 잘 되어있지 않았다. (도서관을 3곳이나 들려야 했다.) 겨우 팝업북을 찾아도, 찢어진 페이지도 다수였고, 대출도 되지 않아 읽는데 좀 힘이 들기는 했다. 그런 부분이 아쉬웠지만, 팝업북의 특성이 있으니, 그럭저럭 이해는 되었다. 하지만 그런 수많은 ‘장애물’을 감수하면서까지 책을 읽으려 하는 이가 몇이나 될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팝업북은 팝업 전시회등을 하는 둥, 지속적으로 독자를 만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책을 종류별로 모으는 마니아들도 있다. 이번 팝업북을 읽으며 느낀 점은, 팝업북만이 전달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이었다. 내용은 우리가 평소 읽던 앨리스와 전혀 다를 바가 없지만, 나는 어쩄거나, 이 팝업북을 읽는 동안에는 정말로 ‘이상한 나라’에 다녀온 것 같은 느낌을 받았으니 말이다. 환상과 활자의 경계에 선 팝업북. 그의 역할이 뚜렷해진다면 활발한 제작과 읽힘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2015년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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