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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티 Nov 12. 2021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백설공주 이야기-

백설공주 이야기

어느 나라의 왕비님이 눈처럼 하얗고 , 사과처럼 새빨갛고, 흑단처럼 까만 아이를 가지고 싶다고 소원을 빌어 백설공주를 낳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새 왕비는 아름다웠으나 성격이 고약했다. 새 왕비는 진실만을 말하는 마법 거울에게 매일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했다.

백설공주는 어여삐 자라 왕비보다 아름다워졌다. 마법 거울이 왕비에게 "백설공주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 답습 네가."라고 답하자 왕비는 백설공주를 죽이는 계락을 짠다.

백설공주는 일곱 난쟁이들의 도움을 받아 목숨을 구하지만, 변장한 왕비가 주는 독사과를 먹고 만다.

어느 날 다른 나라의 왕자가 지나가던 중 백설공주를 발견한다. 왕자가 입맞춤을 하자, 백설공주는 목에 걸려있던 독사과를 토해내고 기적적으로 눈을 뜬다.

난쟁이들은 모두 기뻐했고 백설공주와 왕자는 사랑에 빠져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았다.


왕비는 백설공주를 왜 질투했을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지 않기 때문에? 그렇다면 왕비는 과연 못생겼을까? 백설공주가 첫 번째면 왕비는 두 번째가 될 터인데, 그녀는 만족하지 못한다. 그리고 죄 없는 백설공주를 죽이려고 친히 독사과를 건넨다. 그것도 그녀의 입술처럼 매우 빨간 사과를 말이다. 그걸 또 먹고 쓰러지는 백설공주는 바로 죽지도 않고, 누워있다가 왕자의 입맞춤으로 깨어난다. 입맞춤보다는 필요한 게 하임리히 법이 아니었을까? 조금은 삐딱하게 이 동화를 다시 살펴보자.


어렸을 적부터 읽는 동화는 모르게 가치관 형성에 크나큰 기여를 한다. 너무 짧지도 길지도 않지만,  속에는 반전과 분명한 메시지가 숨어있다. 백설공주의 작가가 전하는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착하고 예쁘면 주변에서 왕비와 같은 시기 질투도 있지만, 어려움에 빠져도 새들과 난쟁이들이 도와주고, 결국 백마  왕자가 다가올 테니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일까? 의도했건  했건, 동화를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인물의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가령, 얼굴이 하얗고 입술이 빨가면 아름다운 것이고, 주름지고 늙으면 추하다고 말이다. 심지어 거기에 어울리는 성격도 입혀진다. 아름다움은 착한 것이고 그렇지 못한 것은 나쁜 것으로 말이다. 고약한 심술을 가진 스크루지 영감이 다니엘 헤니처럼 생길 리가 없다. 착한 여자가 예쁘고 예쁘면 착해 보인다.


또한 실제 공주와 왕비 다시 말해 왕족들은 과연 외모가 아름다울까? 또한 성격도 인자할까? 조금만 생각해봐도 전혀 반대다. 신라시대는 왕족들은 그들의 고귀한 피를 지키기 위해 순종을 고집하다 보니 유전병이 많았다. 또한 그들은 햇빛 안 드는 성안에만 살다 보니 비타민D도 합성되지 않아 뼈도 약하고 그루병도 많았다. 결코 외모가 출중했을 리가 없다. 또한 왕은 명백하게 말하면 전쟁에서 이긴 승리자요. 다른 나라 입장에서 보면 침략자이자 학살자 아닌가? 이들의 후손이 왕족이라면 백설공주 같은 물러 터진 순진한 얼굴로는 왕좌를 지킬 수도 없다. 오히려 마법을 부리는 왕비의 능력이 더 권력을 차지하는데 어울리지 않을까? 그런데 어디서 많이 보던 스토리다. 드라마에서 회사를 노리고 각종 계략을 짜는 로열패밀리가 아닌 그  악역 말이다. 사극에서는 왕을 등에 없고, 권력을 누리는 신하가 악역이지 않는가? 회장 아들이 다음 회장이 되고, 왕이 아들이 다음 왕이 되는 게 자연스럽고 맞는 것일까? 그리고 드라마 속 왕세자나 재벌 2세는 말도 안 되게 잘생겼는데, 그런 인물을 구글에서 검색해보자. 실제로 있을지..


백설공주가 군주가 된다면, 나라를 제대로 통치를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왕자의 입맞춤으로 깨어난 백설공주는 이제 왕자에게 의존하는 삶을 살게 될 것이다. 그토록 뒷바라지했던 일곱 난쟁이는 미천한 신분 때문에 공주의 귀한 몸을 손댈 수가 없다. 애써 키운 딸을 시집보낸 부모처럼 서운하지만 행복을 바라 주었을지는 모르겠다. 백설공주는 아무것도 모르지만 그가 왕자라는 이유로 사랑에 빠진다. 그냥 왕자도 아니고 백마 탄 왕자니까 말이다. 봉건 시대의 결혼은 누가 뭐래도 정치적 파트너였고, 이해관계에 맞는 나라가 우선이었다. 왕비가 왕을 선택한 것도 왕자가 공주에게 다가갔던 것도 지나가다 만난 자연스러운 만남은 결코 아니다. 결코 사랑도 아니었다.


하지만, 여기 동화에서 눈여겨 볼만한 키워드는 '거울'인 듯하다. 대체 거울이 뭐길래 그의 말만 듣고 왕비는 딸을 죽이려고 까지 했을까? 과연 거울은 무엇을 의미할까? 자세히 들어보면 분명 목소리는 남자 목소리다. 그리고 왜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지 이유는 말해주지도 않는다. 거울은 남들의 눈이고 시선이라면, 정확하게 말하자면 남자들의 시선이 되겠다. 왕비는 결국 자신이 충분히 아름다움에도 불구하고, 남의 말만 듣다가 불행해 빠진다. 자기도 충분히 예쁘지만 그 누구도 자기보다 예뻐서는 안 된다는 불안감이 존재한다.


처음에는 왕비가 제일 아름다웠지만 나중에는 백설공주로 바뀌게 된다. 당연히 더 젊고 예쁘니까 말이다. 왕비는 나이가 들었을 것이고 이제 공주는 소녀가 아니라 성숙한 여인이 되었을 게다. 그렇다면 그 기준이 젊음일까? 아니면 얼굴이 하얗고 입술이 빨간 것일까? 그 기준은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적어도 그 기준이 사람들이 인정하는 모두의 기준이라면 백설공주도 왕자랑 행복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듯하다. 공주도 왕비가 되고 백설 왕비가 먼저 죽기라도 한다면 왕이 된 왕자는 다른 왕비를 찾아 또 우연히 떠나지 않을까?


지금 이 시대의 거울은 무엇일까? 우리도 왕비처럼 남들의 시선과 맞춰진 틀에 따라가다 보면 불안하지 않는가? 누가 만들었는지도 모르는 아름다움의 기준에 따라 혹은 누가 만들었는지 모를 행복의 기준에 따라 티브이를 보며 자신의 삶과 비교한다. 연예인들은 뭘 먹고 어디에 살고, 아이들은 어떻게 키우고 유모차는 무엇이고 학교는 어디에 보내는지 말이다. sns의 피드에 좋아요를 누르거나 나만 빼고 전부다 행복해 보인다면 우리는 왕비를 욕할 이유가 사라진다.


우리도 그녀처럼 나보다 예쁘고 잘난 사람들이 싫으니까 말이다.


난쟁이가 제일 불쌍하다.....


왠지 키가 작아서 차인 거 같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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