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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티 Jul 15. 2022

스위스가 부자 나라가 된 비결

1792년 8월 10일 파리의 튈르리 궁으로 시민 혁명군이 몰려왔다. 때는 프랑스혁명이 진행 중이었고, 성난 군중은 배고픔의 원인을 왕과 왕비에게서 찾았다. 마치 1882년도 구식군인처럼. 그도 그럴 것이 “빵이 없으면 과자를 먹으면 되잖아요.” 마리 앙투아네트의 말도 안 되는 망언도 있었기 때문에 눈코 뜰 새 없이 원흉을 찾았다. 물론 조작된 사실이라는 설도 있지만 예나 지금이나 진실보다는 믿도 싶은 가짜 뉴스가 더 설득력이 있는 법이었다. 엄청난 군중의 숫자에 겁이 난 왕의 호위병들은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직 한 부대만이 필사적으로 군중과 맞서 싸웠다. 일본군에 맞서 싸운 이순신과 의병도 아니고 심지어 자기 나라도 아닌 용병부대였다. 양쪽 모두 사상자가 속출하자 시민군은 “퇴로를 열어 줄 테니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 “라고 설득했지만 단 한 사람도 이탈하지 않았다. 왕과 왕비는 무사히 궁을 빠져나갔고 그리고 이 부대는 전멸했다. 모두 786명 그들은 스위스 용병이었다.    

 

내 나라도 아니고 하나뿐은 몫 숨인데 돈 보다 중요한 생명을 두고 왜 그런 무모한 선택을 했을까? 진정한 왕에 대한 충성심이었을까? 아니면 계약을 목숨보다 중요시 여겼을까? 그들에게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제 나라가 너무나 가난했기 때문이다. 만약 왕과 맺은 약속을 어기고 도망갔다면 스위스의 후손들은 앞으로 용병일을 못할 것이다라고 생각했다.      


스위스 하면 떠오르는 자연 경광 알프스의 나라 물론 관광대국이고 깨끗한 공기에 누구나 여행 가고 싶은 나라지만 보기 좋은 알프스 산지에 쓸만한 땅은 겨우 20퍼센트도 안된다. 거기다 추운 기후로 농사짓기도 어렵다. 그래서 언제나 굶주렸고, 먹고살기 위해 어디든 떠나야 했다. 그게 바로 용병 사업이다.


스위스는 용병의 용맹함은 말할 것도 없었다. 고산지대에 살았기 때문에 폐활량도 좋았고 국경을 맞대고 있는 유럽의 가문들과 싸우느라 실전 경험도 많았다. 유럽의 굵직한 전쟁 뒤에는 언제나 그들이 있었다. 심지어 로마 교황의 경비는 수백 년 전부터 스위스 용병에게 맡겼다. 앞서 본 대로 그들은 절대로 고용주를 배신하지 않기 때문이다. 프랑스혁명 때 루이 16세의 예에서 보듯이 이들은 계약을 목숨보다 더 중시한다. 그게 바로 스위스의 성공 비결이다.     


 ”믿을 수 있다. 그리고 비싸다. “ 스위스 하면 떠오르는 두 가지 키워드.     


스위스 하면 롤렉스 BMC 자전거 각종 첨단 테크 산업, 제약회사, 그리고 스위스 은행까지 거기에 알프스 산맥까지 좋다는 이미지는 다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맥도널드가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나라로 유명하다. 스위스는 비싸고 깨끗하고 신뢰할만하다. 스위스 용병처럼 스위스 시계는 아주 비싸고 모두가 찾는다. 이른바 돈 값을 한다는 절대적인 믿음은 하루아침에 나온 게 아니다. 스위스는 인구가 매우 적고 척박한 땅을 가지고 있는 나라여서 오직 무역만이 살길이다. 거기에 대부분 좁고 험난한 산지가 많아 교통로도 좋지 않아 무겁고 부피가 많이 나가는 상품은 외국에 내다 팔기 어려웠다. 그래서 작고 가볍고 비싸고 부가가치가 높은 ”시계“가 주력상품이 되기에 완성 맞춤이었다. 이 흐름은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또한 스위스 하면 은행이 유명하다. 이른바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비밀주의로 유명한데 이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사치를 일삼던 루이 14세가 자신들이 스위스로 쫓아낸 위그노들에게 돈을 빌리면서 한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자신이 돈을 빌렸다는 사실을 절대 비밀에 부쳐달라는 것이었다. 아마 자기가 쫓아낸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었다는 사실이 창피했던 모양이다. 여기에서 비롯된 비밀주의는 스위스를 금융업을 일약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서게 했다.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영국이든 독일이든 유럽의 모든 부자들은 믿을만한 곳을 찾았고 거기는 스위스 밖에 없었다. 어느 나라는 전쟁에서 지는 순간 휴지 조각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절대로 배신하지 않고 믿을만한 나라가 스위스 밖에 없었다. 그리고 돈을 맡긴 부자들은 애석하게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지만 모두 살아남지 못했고, 고스란히 스위스의 지갑에 흘러들어 갔다. 지금도 정치인 마피아 재벌 등의 검은돈은 스위스 계좌로 흘러들어 가고 고객 중 몇 명은 돈은 찾지 못한다.  절대로 비밀이기 때문이다. 의뢰인이 아니면 누구에게든 개인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 고객과의 신뢰를 목숨같이 중시하기 때문이다.  


용병이나 하던 나라에서 시계 및 금융업으로 세계적인 국가가 되었다. 강대국 사이에 치여서 맨날 침략이나 받던 이른바 중간에 낀 지정학적 위치였지만 당당하게 중립국에다가 강대국은 아니지만 부자나라가 되었다. 고종이 그토록 하고 싶었던 중립국의 비결은 무엇일까? 그저 용병들의 용맹함과 전쟁의 운빨이었을까? 하지만 스위스의 산업을 살펴보면 그 비밀은 알 수 있다. 인구가 적은 스위스가 모든 산업을 고루 발전시킨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스위스는 특정 분야에 올인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단순히 시계와 금융업 뿐 아니라 첨단 하이테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모든 역량을 집중해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다음 물건을 최대한 비싸게 파는 것 이것이 스위스가 사용해온 전략이다.     


”부가가치가 높은 비싼 제품만 판다. “      


이 문장은 나를 설레게 하기에 충분했다. 흔히 규모의 경제로 대표되는 쿠팡과 아마존 같은 플랫폼의 습격을 영세 소상공업자가 막아낼 방패는 없다. 자동화와 무인화 거기에 프랜차이즈가 대세인 요즘 시대에 살아남는다는 것은 정말 어렵다. 비슷비슷한 가게와 상품 심지어 없는 게 없는 네이버와 쿠팡 엄청나게 말도 안 되는 가격 할인까지, 물론 소비자 일 때는 좋지만 생산자 다시 말해 내가 먹고살기 위해 나의 몸값을 헐값으로 취급해서 가격을 후려치는 이 숫자가 지배하는 이 세상에서 스위스의 슬로건은 가슴을 뛰기에 충분하다. 어쩌면 우리가 아니 내가 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는 등대 같아서 말이다. 


플랫폼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는 어떻게 보면 가격이라는 악마에 퀄리티라는 영혼을 내준지도 모르겠다. 자영업자 사장님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이런 말씀을 많이 하신다. 그렇게 퍼주고,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면 현실적으로 남는 게 없다. 그리고 손님들은 재료가 좋아도 가격이 비싸면 구매를 하지 않는다. 물론 응당 맞는 말이다. 나 역시도 싼 것부터 눈이 가니까 말이다. 좋은 재료 좋은 환경 좋은 인건비에서 나온 물건은 당연 비쌀 수밖에 없다. 싸고 좋은 것은 없기 때문이다. 싼데 어떻게 좋을 수가 있을까? 누군가는 가격을 거품이라 혹은 횡포라 하고, 연일 샤넬백 가격이 올렸다는 게 무슨 뉴스거리가 되는 건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수요 없는 공급은 없다는 것이다. 거기에 더 중요한 사실이 가격을 낮추면 거기에 내 자존감도 낮아진 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과 상품을 팔아도 거기에서 남는게 보람 밖에 없다면, 혹은 낮은 단가 때문에 저녁 없는 삶을 산다면 어떻게 중세 농노와 다르다고 말할 수 있을까? 가격 경쟁은 필연적이고 어쩔 수 없이 알바의 몸값을 깍아야 한다면 절대 깍을 수 없고 자존감 높은 알바가 되는 방법은 없을까? 생산 수단이 없는 나 같은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법 말이다. 차별과 평등 배려와 존중 이런 단어는 허울뿐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고종은 그토록 평화와 중립을 외쳤지만 누구도 듣지 않았고, 헤이그 "평화"회의에 평화를 말하러 갔지만 출입도 할 수 없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범접할 수 없는 퀄리티는 타고난 재능과 천재적인 감각에서 나온다고 믿고 있었는데, 스위스의 용병 이야기를 들으면서 새삼 반성했다. 그들의 신뢰는 타고난 게 아니라, 타고난 게 아무것도 없어서 가능했기 때문이다.

죽고자 하면 살 것이고 살고자 하면 죽는다는 이순신 장군의 말씀은 틀린 말이 아니었다.   

   

절대적인 신뢰 당연한 믿음 절대적인 퀄리티 응당 비싼 값..     


그 길을 가야겠다. 비싼 값하는 인생이 되리라!!!!!  대체 될 수 없는 그런 삶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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