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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학날

by 제이티

김시훈

8월 22일



개학 8월 22일 오늘이 그날이다. 예상대로 반은 변함없고 친구들은 뭐 똑같다. 애들이 이렇게 똑같다는 건 집, 학원, 집, 학원 이 일정을 반복하며 먹고 자고 싸고만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게 방학의 장점이다. 학교 안 가고 쉴 수 있는 것 당연하지만 방학의 최대 장점이다. 하지만 방학은 우리를 위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선생이 미치기 전에 방학이 오고 부보가 미치기 전에 개학이 온다. 그게 방학이라는 것이고 개학이라는 것이다. 물론 학생은 학교에 들어올 때부터 미치기 때문에 선생이 미치기 전에 방학이 오는 것이다. 방학이 되면 모든 게 끝날 줄 알았던 학생은 새로운 문제를 만난다. 방학숙제 놀고먹고 자고 싸고 만 했던 학생은 일주일 안에 방학숙제를 해야 하는 문제를 만난다. 나 또한 방학숙제의 압박감이 정글에서 사자 한 마리 한테 쫓기는 기분이다. 개학을 하면 그 압박감은 없어지지만 어느 순간 연필을 들고 손을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쉴틈도 없이 말이다. 1학기 땐 여름방학을 기다리지만 여름방학이 지나고 개학을 하면 겨울방학을 기다리게 된다.


그게 학교의 법칙이다. 언제나 학생은 미쳐있고 선생은 간신히 정신줄을 잡고 있다. 이 정도면 학교가 왜 있나 궁금하다. 나는 학교를 공부하는 곳으로 착각했지만 사실 학교는 사람이 성인이 되기 전에 정신을 강화하고 단련하는 곳일지도 모른다. 하는 김에 공부도 하고 말이다. 내가 어디서 인진 모르지만 하나 들었던 말이 있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건 두 가지가 있다. 사람들의 웃음과 밤하늘의 별” 내가 이 말에서 잘못된 것을 하나 말해보면 개학에는 그 누구도 웃지 않는다. 미친 사람 빼고 말이다. 내가 봤는데 우리 반엔 미친놈이 10명 정도 있는 것 같다.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 매일 매던 가방의 무게가 날 웃지 못하게 만든다, 학교에서 집까지의 거리가 날 웃지 못하게 만든다. 매일 보던 선생님의 얼굴이 날 웃지 못하게 만든다. 하지만 진짜가 아닌 게임이 날 웃게 만든다. 세상이여 날 웃게 만들어 다오!”라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이곳은 변함없이 우리 학교 우리 반 내 자리이다.


학생들의 거짓말 “ 방학숙제 집에 놓고 왔어요.” 누가 봐도 거짓말이다. 학생들이 어차피 안 지킬 방학숙제는 왜 있을까? 솔직히 방학은 더 힘든 2학기를 버티기 위한 여름 훈련이라고 봐도 된다. 방학숙제를 하느냐 안 하느냐는 양심, 도덕에 관한 일이다. 하지만 나는 법이라 생각한다. “안 하면 혼난다!” 이게 법이 아니면 무엇인가? 도덕을 학교에서 법으로 이용하는 것 아닌가? 즉 학교는 도덕이라면서 우리에게 법을 가르친다. 복도에서 뛰지 않기는 과속운전하지 않기 우측통행 하기는 역주행하지 않기 친구 때리지 않기는 폭행, 폭력 저지르지 않기 듣고 보면 맞지 않는가?


학교는 사실상 하나의 지구라고 보면 된다. 그곳에서의 방학은 전 세계 인구의 천국이 열리는 것이다. 선생님이라는 신도 우리에게 방학숙제라는 것만 주고 떠난다. 그게 학교의 방학이다. 이번 여름 방학 땐 비가 많이 왔다. 차가 침수될 정도로 말이다. 그런 경우엔 여행을 가면 말 그대로 HELL 헬 지옥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명한 자라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 똑똑한 자라면 집에서 놀 것이다. ” 내가 그중의 한 명이다. 나도 비가 올 때 여행을 가긴 했지만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러키가이(lucky guy)기 때문에 신기하게도 비가 날 피해 간다. 하늘이 날 돕는구나 싶었다. 하지만 난 지금 세상이 날 미워하는구나 싶다.


왜냐 하면 오늘은 8월 22일 개학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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