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민
“반모” 그 두 글자가 뭐 길래 사람들은 안절부절 못 하는 걸까? 반모는 반말 모드의 줄임말로, 인터넷상에서 만난 모르는 사람과 반말로 소통하는 것을 말한다. “반모 안 받아요”, “죄송합니다ㅜ 반박이세요” 아무렇지도 않게 쓰던 이 말들이 어느 순간부터 너무나도 웃기고 한심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다 비슷비슷한 나이에 현실에서라면 반말을 쓰는 것이 당연한 사이끼리, 존댓말을 쓴다고 누구누구님~이라고 부르며 아부를 떠는 모습이 말이다.
존댓말을 쓰는 것이 왜 그렇게 싫은 걸까? 사람들은 존댓말을 쓰기 싫어서 반모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의 반모자가 되는 순간, 그들은 서로와 정을 나누고 신경 써주는 작은 결혼 같은 관계를 맺는 것이다. 현실에서의 나는 위로가 필요하지만, 상대의 눈을 보며 위로를 받는 건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다. 반면에 인터넷 속에서의 나는 아무 말이나 거리낌 없이 할 수 있다. 인터넷에서 라도 나에게 할 수 있다고, 네가 최고라고 말해주는 이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 사람들은 반모를 하는 것이 아닐까?
모두 무명의 반모 신청은 가볍게 무시하지만 유명과는 반모 하기 위해서 온갖 일을 다 한다. 누가 내게 더 잘해주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유명과의 반모일 뿐이다. 아침마다 인사하고, 좋아요를 눌러주고 마음에 있지도 않은 칭찬과 가식, 그렇게까지 해서 유명과 반모를 하고 싶어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모두 유명이 되고 싶어 한다. 관심을 받고 싶어 하고 인기가 오르기를 원한다. 아무리 인기가 많아도 더 많은 사람을 보며 만족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모두 자신의 인기를 위하여 남들의 인기의 일부가 되지 않겠지만, 유명은 결코 무명이 되지 않는다. 나 자신이 유명해지기 위해선 여러 방법이 있다. 많은 사람들을 방문해 댓글을 남겨 좋은 인상을 남기는 둥,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가장 쉬운 방법은 역시나 ‘유명과의 반모’이다. 유명의 팔로워에 내가 들어가는 동시에 사람들이 나를 보는 시선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전이라면 고작 무명일 뿐 이였겠 지만, 이젠 ‘유명과 반모를 하는 사람’ 이 되는 것이다. 결국 이런 사이클은 돌고 돌며, 지금의 인터넷 피라미드 사회가 되어버렸다.
반모 전에는 나에게 주는 관심이 너무나도 고마웠었지만, 반모를 한 뒤, 이런 관심은 그냥 의무가 되어버린 것 같다. 이제 아침마다 인사를 하고 마음에도 없는 좋은 말을 남기고, 기계적으로 사랑한다고 하는 건 나에게 늘어난 하나의 숙제처럼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이런 부담감으로 많은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받고, 결국엔 접는 단계에 도달하게 된다. 그렇다면 과연 반모가 나에게 진짜로 힘이 되어주는 게 맞을까? 남들이 나에게 해준 따듯한 말들, 진심도 아닌 그 말들을 듣고 행복을 느끼는 나 자신이 너무나도 비참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