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이티 Nov 25. 2022

흔들리는 인생에서 완벽한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기회비용 #매몰비용


  고속도로 휴게실 갈 때 소변을 보면서 두 눈이 향하는 곳이 있다. 바로 ‘명언’ 한 문장이 언제나 그렇듯이 소변기나 좌변기 위에 한 줄 쓰여 있었다. 볼일 볼 때 사색과 성찰을 도와주려는(?) 착한 의도라 생각한다. 그중 마음에 들어왔던 명언한 줄이 “인생은 끝없는 선택” 때마침 대학 원서를 쓰러 가는 길이라 그랬는지, 아니면 돈가스 먹을까? 가락국수 먹을까? 고민하는 찰나의 순간이어서 그랬는지 모르겠으나 어쨌든 내 마음에 쏙 들어온 말이다.      


 살면서 작든 크든 우리는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어릴 때는 짜여진 틀에 갇혀서 매일 학교에 학원에 입시에 매달리느라 쳇바퀴 도는 하루하루에서 과연 내가 스스로 선택하는 게 있을까? 하고 되뇌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오히려 그때가 더 고민이 없고 행복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이가 하나둘 먹으면서 또 돈을 벌면서 굳이 하고 싶지 않은 “선택”을 해야 할 순간이 많이 찾아왔다. 스스로 한 치 앞을 모르는 선택을 하면서 그 깜깜한 결과를 책임을 지는 게 그게 바로 어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만 조금 억울한 건 언제나 내가 올바로 선택했는지는 항상 한 참 지나 봐야 안다는 것이다. 그때 그 순간에는 최선이었다고 생각한 내 선택이 시간이 지나고 냉정하게 돌아보면 쥐구멍으로 들어가고 싶은 만큼 한없이 초라하고 비굴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만큼 선택은 어렵다. 결과가 바로 나오지 않을뿐더러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과 돈 건강이라는 자원은 유한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욕심은 참으로 많아서 손톱만큼도 손해 보기 싫은 게 바로 나라는 인간이다. 경제학에서 바로 ‘합리적 인간’이라고 불리는 이러한 사람은 ‘편익’과 ‘기회비용’을 계산하고 자기에게 유리한 그것에 선택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여러분이 이 날씨 좋은 주말에 제이티스쿨에 와서 이런 훌륭한 강의를 듣고 있다. 여기서 여러분들이 얻을 순 있는 건 약간의 배경지식과 글 좀 쓸 수 있겠다는 자신감 그리고 삶을 통찰하는 기가 막힌 인문학적 소양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잃게 되는 건 무엇인가? 주말 아침에 꿀잠을 포기했을 것이고, 친구들과 놀러 나가서 소중한 추억을 만들 기회를 놓치고 있을 수도 있다. 또 한 막상 와봤더니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강의에 재미없는 시간을 죽이고 있을지도 모른다. 여기서 얻는 건 ‘편익’이고 잃는 건 ‘기회비용’이다. 우리 인생이란 참으로 공평해서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이다. 그런데 이 정도 기회비용이면 얼마나 선택이 쉬울까?      


 하지만 우리 인생은 자로 잰 듯이 판단이 안 서는 순간이 많이 있다. 여러분이 다니고 있는 학원을 생각해보자. 보통 수학, 영어, 논술, 예체능 등등 적게는 2개에서 많게는 6개까지 사람마다 다양할 것이다. 만약 여러분이 학원 다녀서 성적이 올랐다면 그게 바로 편익이 되겠다. 그런데 다녔는데 성적은 오르지 않고 학원 공과금만 지불했다면 “기회비용”이 되겠다. 그런데 여기서 눈에 보이지 않는 기회비용이 바로 더 있다. 우리는 흔히 기회비용을 생각할 때 눈에 보이는 돈이나 즉각적인 결과가 생각한다. 하지만 만약 학원에 다니면서 공부하느라 스트레스받고 놀지 못해 건강을 잃었다면? 과연 이것은 돈으로 셀 수 있을까?     

 

 또 한 부모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부모님이 얻는 건 무엇인가? 만약 여러분이 성적이 올라서 우수한 대학교에 입학해서 우수한 직장을 잡아서 알아서 자기 밥벌이한다면 학원비는 괜찮은 투자일 것이다. 하지만 세상이 어디 그렇게 쉽고 아름다울 수 있겠는가? 매달 100만 원씩 학원비에 투자했다면 1년이 1,200만 원 에다가 10년이면 1억 2천이다. 거기에 중간중간 소시지 빵에다가 바나나우유 등 먹을 간식과 부대비용을 포함하면 최고급 벤츠 s 클래스 2대 정도 살 수 있는 가격이 나온다. 또 한 이 금액은 부모님의 노후자금이 될 수도 있는 돈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러한 비용은 눈에 보이지 않으며 사람마다 다 다르다. 이런 비용은 “암묵적 비용”이라고 한다. 눈에 보이는 “명시적 비용”보다 훨씬 중요한 개념이자 모두가 놓치고 있는 비용이기도 하다. 인생은 우선순위와 선택이라고 하면 과연 우리들의 암묵적 비용이 무엇인지 곰곰이 따지고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손톱만큼도 손해 보기 싫은 합리적 인간이라고 생각했던 나지만 어쩌면 눈앞에 이익만 따지며 살았는지 모르겠다. ‘즉각적인’ 보상이 과연 편익일까? 내가 지금 강의 준비하고 매주 피 말리는 주말을 보내면서 내가 진짜 잃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친한 친구들 간의 시간이 어느새 아깝다고 생각하는 내 마음의 여유는 어디로 가버렸을까? 그저 달리는 자전거에서 넘어지지 않기 위해 죽어라 페달을 밟고 있는 게 지금의 내가 아닐까? 핸들의 방향이 어디를 향하는지 잠시 뒤를 돌아보고 주위를 살펴야 되겠다.     


 #매몰 비용


기회비용이 선택했을 때 잃은 것이라면 매몰 비용은 쉽게 말해 그동안 꼬라 박은(?) 돈이다. 영화를 보러 갔을 때 지루해도 끝까지 보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 이유다. 돈을 냈기 때문이다. 돈이 아까운데 끝까지 보고자 하는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마음이다. 다른 예로 해외여행을 가서 스노클링을 하고 30만 원이 넘는 생전 처음 본 음식을 먹고, 기가 막힌 인피니티 수영장 뷰가 보이는 호텔에서 잠을 잤다고 하자. 사진 속의 내 모습은 마냥 행복하고 누군가가 나를 부러워 해주 길 바라면서 인스타에 업로드를 한다. 댓글과 '좋아요'를 보고 역시 여행 오길 잘했어하며 생각을 한다.      


 하지만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생각보다 비싼 호텔 비용과 말도 안 되는 음식 가격 거기에 솔직히 맛도 별로였다. 하지만 절대로 인스타나 친구들한테 별로였다고 말을 할 수가 없다. 비싼 돈을 내고 간 여행이기 때문이다. 만약 엄마한테 “음식도 별로다.” “다리 아프다” “집에 가고 싶다”라고 징징거린다면 여러분의 등 짝은 이내 손자국이 날 것이다.


 이런 현상을 “콩코드의 오류”라고 한다. 콩코드는 세계 최고의 초음속 여객기였다. 프랑스의 야심작이자 첨단기술과 어마어마한 투자가 들어간 대규모 프로젝트이자 대서양을 무려 3시간에 건너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최고의 비행기인 만큼 가격도 최고를 자랑했다. 비싼 가격에 해가 갈수록 적자를 면치 못했지만, 프랑스 정부와 항공사는 밀어붙였다. 왜냐하면, 억 소리 나는 프로젝트인 만큼 기대치도 높았고 그만큼 비판이 많았기 때문이다. 만약 실패를 인정한다면 그 어마어마한 뒷감당을 해야 해서 섣불리 실패를 인정할 수 없었다. 더는 적자를 감당할 수 없게 되자 그제 서야 콩코드 프로젝트는 접게 되었다. 


 3인칭 시점에서 바라보면 프랑스 정부가 무능하고 바보 같아 보이겠지만, 이러한 오류는 우리의 일상에서 늘 상 일어난다. 과연 인형 뽑기 방에서 돈을 더 넣으면 뽑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가? 왜 안 될 걸 뻔히 알면서도 우리의 발걸음은 어느새 동전교환기 앞에 가고 있을까? 도박판에서 날린 돈에 집착해서 본전이라도 찾겠다는 마음으로 전 재산을 탕진하는 오류가 바로 콩코드의 오류라 볼 수 있겠다. 뷔페에 가면 본전 생각해서 나라 잃은 백성처럼 음식을 입으로 넣다가 배탈이 난 경험, 계속해서 사법고시 시험에 낙방해도 포기하지 못하고 연달아 시험을 보는 고시생들 우리 주변에서 늘 상 볼 수 있는 게 매몰 비용의 오류이자 인간이 과연 합리적인가 의심을 품게 되는 게 바로 이러한 집착과 광기가 아닐까?     


 인간의 마음은 A.I처럼 똑 부러지지 못하고, 언제나 방황하며 갈피를 잡지 못한다. 리쌍의 노래 [헤어지지 못하는 여자, 떠나가지 못하는 남자]처럼 아닌 걸 알면서도 그동안 살아온 그놈의 정 때문에 아직도 사는 연인들이 많다. 하지만 그 끝은 불 보듯이 뻔하다. 아니다 싶으면 헤어지고, 아니다 싶으면 접고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하는데 왜 우리는 망설이고 있을까?     


“내 선택은 틀리지 않았어”라고 남들에게 자신을 합리화하려는 욕구, 또한 한 우물만 파야 한다는 사회적인 규범, 그리고 중도 실패했을 때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 미련하게 매몰 비용의 오류에 빠져있다. 똑똑하고 성공한 사람일수록 더욱 이 오류에 빠지고 만다. 예를 들어 갑각류는 단단한 껍질이 살을 보호하고 있어 겉으로 보이기엔 아주 강력해 보인다. 하지만 껍질을 뚫는 공격을 당하면 치명상을 당한다. 하지만 반대로 포유류는 살이 밖에 있고 뼈가 안에 있어 외부 자극에 잦은 상처를 입지만, 아물면서 굳은살이라는 새로운 뼈가 생긴다. 이는 강한 자극에도 상처 입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갑각류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은 한 번의 치명상에 일어서지 못 하지만 포유류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은 숱한 상처 속에 “굳은살”이라는 새로운 뼈를 갖게 된다.      


어떤 선택이든 후회 없는 기회비용이 최소인 선택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의 인생은 수학 계산처럼 딱 떨어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많은 변수와 급변하는 사회에서 미래를 알 수 없으므로 선택을 망설일 수 있고, 불확실한 정보와 실패의 두려움 때문에 주저하는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다. 특히 한국 사회처럼 남 눈치 보는 사회에서는 남들보다 뒤떨어지면 안 된다는 강박감이 강해서 합리적인 선택보다는 우리는 남들과 똑같이 하는 보수적인 선택을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남들은 내 인생을 살아 주지 않는다. 아무리 훌륭한 멘토도 나의 선택에 조언할 수 있을지언정 책임을 주지 못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더욱더 실패 가득한 선택을 해야 한다.   

   

섣부른 판단보다 더 최악의 판단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판단이기 때문이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없듯이 인생도 마찬가지다. 때론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선택이 돌이켜 보면, 한없이 초라해 보일 수 있다. 실수라고 생각한 순간, 순간이 모여서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음식은 만든 사람을 닮아간다. 내 완벽하지 않은 선택이 모여 나를 만든다. 때로 바보 같고 어리석지만 수백 장 찍은 사진 속의 잘 나온 사진 한 장 건지듯이 비록 기회비용이 큰 선택을 하더라도 주저하거나 망설이지 말고 가지 않은 길로 한 걸음씩 발걸음을 디뎌 보자.     


누군가에게는 먼저 간 내 발자국이 이정표가 될 수 있지 않겠는가?      


두려워 말라!! 성경에 정확히 365번 나온 말이다.

하루에 한 번 적어도 망설이는 여러분을 위해 지금 필요한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모두의 달리기 저마다의 달리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