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욕구

by 제이티


소선영



무엇이 날 인정이란 진흙탕 속에 끌어 드렸는지는 잘 모르겠다. 때론 정신을 차리고 내 주위를 둘러보니 난 인정이란 진흙탕에 빠져 고개만 내밀고선 목숨을 부지하려 허우적 대고 있었다.

언젠가부터 칭찬과 인정이라는 것이 매마른 나의 목을 적셔 줄 탄산음료와도 같이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난 매마른 목을 적시려 보이는 족족 탄산음료를 내 목에 부어댔지만, 그럴수록 나의 목은 더욱 빨리, 더욱 많이 매말라 갔다. 목이 타들어가는 것을 느꼈고, 치아가 썩어가며 저릿함도 느꼈지만 난 그 탄산음료를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정말 잠깐이지만 그 잠깐 사이에 느끼는 쾌락은 많은 시간 내가 겪어야 할 목마름과 저릿함보다 값졌다.

유치원에서 12가지 색의 크레파스로 분홍색 꽃잎 다섯 잎과, 그 밑에 연두색 줄기 하나를 그려 엄마 앞에 내밀면 엄마는 그 그림을 액자에 넣어 벽에 걸어 두셨고 노란색 티셔츠와 파란 반바지를 입은 소녀를 그려가면 엄마는 할머니께 보여주셨다.


나는 외동이고, 그 덕에 우리집의 관심은 좋던 싫던 과반수가 나의 것이었다. 하지만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나는 또다른 무리에 들어서야 했다. 하지만 그 무리에선 내가 형제가 없이 외동이라고 해서 내게 시선 한번 더 주는 법 따위 없었다. 당황은 했지만 장점이 빠른 적응력인지라 어느새 그 무리에 적응해 그 무리의 색깔을 입었다. 초록색의 줄기도 나쁘지 않다 생각했던 나는 어느새 분홍색 꽃잎이 되려 노력했다. 꽃잎은 줄기보다 더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법이고, 내가 집에서 받는 관심과 인정의 반이라도 받으려면 줄기에 안도하지 않고 꽃잎이 되어야 했다. 평균 15명의 여자 아이들은 제 옷 매무새와, 얼굴 생김새로 꽃잎이 되려했다. 꽃잎은 5개 뿐이었고, 나머지 10명은 어쩔 수 없이 그 꽃잎을 받쳐주는 줄기가 되어야만 했다. 그 줄기가 되는 것이 싫어 고양이처럼 발톱을 세우고, 서로의 얼굴에 생채기 하나 더 내려 싸웠지만, 이제와서 보니 나의 그 빠른 적응력이 밉기도 했다. 생각해보면 그토록 찬양했던 꽃잎도 멀리서 보면 그저 들가에 핀 식물일 뿐이었고, 사람들은 제 갈길 가기에 바빴다.

벗어나고자 했던 진흙탕 속에 스스로 뛰어든 것은 나였지만, 막상 싸움터에 뛰어들어 온몸에 진흙을 뒤집어 쓰자 이로서 나는 줄기밖에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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