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내가 처음이라서 미안해

by 제이티

난 내가 처음이라서 미안해

나는 내가 처음이고 너는 너가 처음이야.

아무도 다시 내가 된 적은 없다. 전생이 있든 없든 모두가 모두를 처음으로 해본다. 난 김도은을 처음 해보고, 엄마는 엄마를 아빠는 아빠를, 내 친구는 내 친구를 처음 한다. 그러니 모든 사람들은 삶이 서툴다.

내가 상상하는 부모님은 다정하고 용돈을 많이 주시고 관심도 주시지만 간섭을 하진 않는 부모님이다. 하지만 이건 '완벽' 그 자체이다.

아빠는 내가 아직도 3살 6살 애기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아빠가 회사에서 돌아오면

"아빠~"

하며 달려와 와락 안기는 그런 애기 말이다. 하지만 난 12살이다. 부끄러움도 모르는 5살 애기가 아니다.

둘다 상상하는 모습이 다르다. 그러니 부딪친다.

'간섭 금지'와 '아빠 아빠 사랑해요'가 만나면 땅과 파도처럼 서로 할퀴고 긁어낸다. 그래서 말만 하면 결국엔 상처만 받는 대화가 된다. 그렇게 아빠는 항상 구세주 엄마를 찾고 나는 내 안식처인 방으로 들어간다.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

딸이 요구하는 '완벽함'이 불가능한 것 인지 알지만, 딸에게 모든 걸 내주고 싶고, 모든 걸 해주고 싶다. 그저 완벽한 엄마가 되지 못해 미안하다는, 사과의 의미를 담고 있는 말이, 우리에겐 하찮은 변명 같아 보인다. 왜냐면 우리가 상상하는 엄마는 실수따윈 저지르지 않는 '완벽한' 엄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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