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이라는 말

by 제이티

영감이라는 말은 참 쉽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무언가 대단한 게 툭 튀어나오는 것 마치 해리포터 지팡이처럼 세상을 놀라게 하는 번뜩이는 아이디어.


그게 요새 필요한데 말처럼 쉽지가 않다. 새로운 일에 시작할 때 그리고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가려고 할 때 누군가에게 물어볼 사람이 없을 때 참으로 답답하다. 쉬지 않고 무언가를 만들어 내야 하는 일은 참 피 말리는 것 같다. 예술가까지는 아니더라도 새로운 것은 엄밀히 따지면 내 것이 아니기에 결국 나도 누군가의 생각에 숟가락을 조금 얹은 거에 불과하기 때문에 매일매일이 불안하다. 정해진 루틴을 따라 걷는 것은 지루할지언정 어렵지 않지만, 도무지 어떡해야 앞으로 갈 수 있을지 해답이 떠오르지 않을 때 신이 있다면 부르고 싶지만 기도가 부족한지 진정성이 없는지 신은 응답해 주지 않는다.

학교를 그만두고 튀어 나갈 때 불안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었고, 지금도 역시나 불안은 찾아온다. 잘될 거라고 나를 애써 위안하다가도 남과 다른 길을 걸어가는데 도무지 앞에 발자국이 보이지 않을 때 두렵기보다는 뒤로 돌아갈까 봐 더 무섭다. 쉬고 있어도 일을 하고 있는 느낌이 드는 게 바로 내가 비로소 정글에 들어왔다는 걸 의미할까? 무언가에 기대고 싶고, 이 길이 맞는지 물어보고 싶다. 그런데 이미 나는 그들과 저만치 떨어져 있어 내 목소리가 들릴까 싶다. 그리고 나는 나만의 길이 있다고 큰소리치며 귀를 닫고 살지 않았던가? 뚝심 있게 자신의 길을 가야 한다고 그렇게 글을 쓰고 있지만, 글처럼 내 마음이 마음 같지가 않다. 분명 이 순간에는 누군가는 나의 성공을 바라고, 다른 누군가는 실패를 바라기 때문이다. 마치 사냥법도 못 배우고 무리에서 쫓겨났던 푸른 사자 와니니처럼 도무지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감도 오지 않는다. 그저 보이는 대로 생각나는 대로 할 수 있는 대로 해보고는 있지만 말이다.


그냥 불안은 불안 그대로 안고 가는 듯하다. 숨 헐떡이게 뛰어도 잡념이 들지 않게 무언가에 집중하고 몰입을 해도, 몰입의 순간이 깨지면 다시 불안이 몰려온다.

계속해서 새로워야 하고 잘해야 한다. 이는 강박이 아니라 엄연히 수요와 공급이 지배하는 세상의 질서이자 이 숫자의 세계의 룰이다. 그저 그런 맛은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없기에.. 손님은 식당주인의 기분을 알 수 없기에.. 잘하는 게 기본이고 정상인 세상이니까 말이다.


그래서 도망치고 싶다. 가끔이 아니라 매일 말이다.

영감이라는 말.. 참 쉬어 보이는 말장난 같다. 떠오를 때까지 버티고 버텨야.. 무언가가 떠오른다. 말로 글로 먹고사는 나 같은 사람이 세상에 수없이 많고 또 사라져 간다. 사라지는 사람들은 도망간 것일까? 아니면 버티다 버텼는데 이제 새로운 게 나오지 않아서 눈에 보이지 않은 것인가.


모든 생명은 오늘을 살아가기 위해 먹이를 향해 뛰고 안전한 잠자리를 찾으며, 주위에 맹수가 있는지 촉수를 세우고, 독이 있는지 없는지 조심한다. 그렇게 힘들어야지만 살 수 있다면 어쩌면 힘들어야지만 살아갈 힘이 생긴다면 그냥 힘듦을 온몸으로 느껴야겠다.


어차피 내일도 불안할 것이고, 영감이라고 불리는 창작의 고뇌와 압박은 내일도 찾아올 것이기 분명하기 때문에.. 이제 끄적거림을 뒤로한 채 그냥 눈감아야겠다. 포기는 언제든 할 수 있으니깐.. 적어도 오늘은

낫 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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