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믿을 수 있은 것은

by 제이티

소선영


역사 교과서에 나오는 역사는 문장에 한가운데를 뽀얀 지우개로 지워 놓은 듯 페이지를 넘 기면 다른 이야기가 나온다. 핑계라 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내가 역사 시간에 조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선생님은 역사를 배우는 이유가 과거에 행했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함이라 하시지만, 난 역사 속에서 일본의 실수만을 발견했을 뿐, 우리나라의 실수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리고 그 이유는 내가 보는 역사가 저 위 프리미엄 소파에 앉아 계시는 권력자의 한낱 배움 노트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독일의 여성작가 루이제 린저는 2차 세계대전 때 역모로 불려 감옥에 갇히고, 이름조차 무서 운 사형수였지만, 권력자가 바뀌는 바람에 그녀는 사형수에서 면제되는 것뿐만이 아닌 감옥에 서조차 벗어날 수 있었고, 우리는 이 부분에서 강자의 사상이 곧 법이라는 것 또한 알 수 있었다. 그녀가 인간적이지 못한 처우를 견뎌내며 쓴 일기를 어두운 과거는 숨겨두자는 생각으로 저 먼발치에 숨겨두었지만, 과거에 지나치게 무관심한 이들과 하다 하다 히틀러를 옹호하는 모습을 보곤 그녀는 느꼈다. 과거를 만드는 것은 현재라는 것을 말이다.


TV에 나오는 연예인들은 자신의 지난날을 말하며, 그날들이 지금의 본인을 만든 것이라 말한다. 얼마 전 헤어지자는 말 한마디만을 남기고 나를 차단해 버린 일명 전 남자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지난날의 과거를 사과해대는 그에게 나는 에일리의 보여줄게 노래처럼 Cool함을 가득 담아 말했다. “덕분에 내 단점을 알았으니 미안해할 필요 없어” 요 근래 그의 인스타 피드에 발을 들인 적 없는 내 자신이 너무나 자랑스러웠고, 인스타 팔로워 수가 2배 늘은 지금의 나 는 그의 코를 1톤 트럭으로 가볍게 깔아 뭉개고 지나갔다. 그 순간 나는 현재가 행복해야 한 다는 엄마의 말을 조금은 이해 할 것도 같았다. 14년이라는 시간의 과거는 단 5초만에 흑백에 서 컬러로 바뀌었다.


과거를 만드는 것은 현재이다. 히틀러가 저지른 잘못은 분명 존재하지만, 그는 결과적으로 역사의 패자이기 때문에 우리는 동물 보호법을 포함한 그의 업적을 입 밖으로 꺼낼 수없고, 영국은 신사의 나라인 것이다. 마찬가지로 인조는 폭군이었지만, 교과서에서는 그리 나오지 않는다. 아들에게 왕위를 물려주는데에 성공했으니까. 중학교 입학식날 미술 선생님은 교실 에 들어오시자마자 이제 교복을 입기 시작한 우리 들에게 차렷 자세로 눈동자 조차 움직이지 않고 10분간 앉아있으란 명령을 내리셨고, 그 탓에 나는 미술 선생님의 안티팬이 되겠다며 마 음 먹었지만, 금요일 날 내 그림을 보고 해 주신 칭찬 덕에 학교 선생님들중 최애로 자리잡으 셨다. 그 토록 싫던 튀어나온 배가 미술 선생님만의 매력 포인트가 되었다.


역사를 만드는 것은 권력자이고, 과거를 만드는 것은 현재이다. 그 탓에 나는 생각해야 한다. 현재의 내가 믿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정답이라 생각했던 교과서까지 믿을 수 없게 되었 다. 모든 것은 교육부 장관의 선택에 달렸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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