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서커스와 니 서커스-
백지원
친구들과 오늘도 늘 똑같고 지루하고, 몸이 무거워지도록 춤 연습을 했다. 도대체 그 끝은 어디일까 생각하면서 일주일을 알차다 못해 하루가 48시간이어도 모자랄 판국에 몰렸다.
이렇게 연습하다 보면 친구들의 춤도 어쩔 수 없이 보게 된다. 같이 맞춰보아야 하는 안무인지라 가끔씩은 친구들과 내 안무가 다를 때는 내가 맞아도 ‘내가 틀린 건가’ 싶기도 했으며, 내 친구도 똑같이 생각했다고 한다.
맞추는 동작을 하는 친구 3명은 흐트러지지 않게 합이 맞아야 한다. 그중 두 명이 틀리고, 한 명이 맞다면 다수결대로 맞는 한 명이 고쳐야 하는 번거로운 일이 생겨버린다. 내 친구는 그렇게 얘기했다. “분명 내가 맞았는데 친구들이 다르게 하는 걸 보니까 내가 틀린 기분이라서 고쳐왔어.”라고 말이다. 틀린 두 명은 분명 자신이 맞았을 것이라 생각하면서 그 한 명에게 엄청난 눈치를 쏘아댔을 것이다.
이런 친구들이 있으면 가끔씩 cctv처럼 감시해보고 싶기도 하다. 안 외워서 4명을 골치 아프게 만드는 친구와, 맨날 박자를 밀려서 추는 친구의 연습 모습을 말이다. 이렇게 보지 못하니 ‘얘가 연습을 하긴 하는 건가’라는 생각도 들고, ‘얘가 막 이상한 일을 몰래 꾸미는 건 아닐까’ , ‘우리의 동선을 다 망쳐서 오디션에서 떨어지게 하려고 하는 건 아닐까’ 등등 많은 불안한 생각이 차오른다. 나라에서는 코로나에 대해 걱정이 많은 국민들을 위해 동선과 개인정보를 풀어줬는데, 나한테 피해가 올까 걱정되는 친구들을 위해서 연습시간이라도 제대로 알려줘도 되는 것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막상 내가 하는 연습시간을 아주 자세하게 초 단위까지 세서 전달하면 괜히 쪽팔리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다. 나도 2~3시간 정도는 땀이 나서 등에 난 땀 때문에 옷이 등에 붙어있지만, 그래도 사생활인지라 연습시간조차 풀 수가 없다. 애들도 이런 마음이었을지도 모른다.
현재 내 갤러리에서는 삭제된 내 춤 영상들을 아이폰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걸 내보낸다고 생각하면 차라리 소멸당하는 게 덜 고통스러울 정도로 오글거린다. ‘으으’ 하면서 보던 그 영상을 연습을 핑계로 풀어놓는다면 그건 원숭이의 서커스 공연 영상을 틀어놓은 것과 별 다를 것 없다.
하지만 내가 당하는 감시가 아니라면 서커스 영상이 보고 싶어 안 달나 있다. 이게 우리의 모순이던가? 감시가 좋지 않다면서, 오디션을 위해 감시해야 한다고 하는 것. 인간은 이렇게 또 하나의 범죄를 핑계로 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