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소녀가 하루를 마치는 방법
유지민
알파 베타 델타 감마 엡실론, 이렇게 5가지 계급으로 책 속 멋진 신세계 문명인들은 분류된다. 그들이 하는 일과 몸 속에 박혀있는 유전자가 계급마다 너무나도 다르듯이 그들은 이런 차이점으로 부터 우월감과 열등감을 느낀다. 2023년 엡실론들은 알파 베타들을 우러러 보며 열등감에 빠지는 반면 알파와 베타들은 그런 엡실론들을 내려보며 우월감을 만긱하게 된다. 보다시피 신분제 사회는 우월감과 열등감, 이 두 감정이 삼각형 모양의 팽팽함을 책임져 준다. "난 엡실론이 아니라서 기뻐요." 삼각형은 원이 되지 않는다.
현대 사회에서 우월감과 열등감은 튼튼한 경제에도 필요로 한다. 고객의 두 감정들을 건드리면 소비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레벨 테스트를 통해서 뽑아낸 그래프를 책상 위에 거꾸로 해서 올려 놓고 나뭇가지처럼 축 뻗은 막대 하나와 몽당 연필만한 막대를 순서대로 집어가면서 "이런건 학생이 충분한 것 같으니 이런 부분을 저희 학원에서 기를 수 있습니다."라며 부드러운 톤을 깔고 학부모들을 설득한다면 수강료를 학부모들의 지갑에서 빼내오는 것은 식은죽 먹기인 마냥 쉽기만 한 것도 모두 우월감과 열등감을 이용한 마켓팅 전략을 사용했기에 이다. 우월감은 도망가는 소비를 열등감은 따라가는 소비를 자아내기 마련이다.
책속의 멋진 신세계에서 반복되고 따분한 일상 속에서 문명인들이 버틸 수 있는 또 하나의 대표적인 요소가 있다. 소마는 순간 행복함을 선물해 주고 걱정과 불안등을 없애주는 마약의 성질을 갖고 있다. 문명인들은 이런 소마를 하루 일과를 끝내고 난 뒤 섭취하게 된다. 학교 갔다 학원 갔다 숙제를 하고 자리에 눕게 되는 우리 세상의 학생들에게, 아침 일찍 차막히는 출근길과 직장, 똑같이 살벌한 퇴근길을 달리고 난 후 그제서야 집 현관을 열게 되는 어른들에게 달콤한 소마는, 수고한 내게 순간적 행복이란 이불을 망토처럼 덮어쓰고 패드로 보는 유트브 쇼츠가 아닐까? 띠링 띠링 울리던 핸드폰을 켜 자신의 sns 개시물 밑으로 표시된 좋아요와 댓글 알림을 확인하는 순간이 아닐까? 혹은 밤 산책길을 조깅할때나 기다리던 드라마를 본방사수할 때 우리의 몸은 입술에 닿지 않은 소마를 느끼는 걸지도 모른다. 어쩌면 멋진 신세계는 2023년을 살아가고 있는 나의 현생과 별반 다르지 못하다. 오늘도 이 세상 한 델타는 그녀만의 소마를 섭취함으로써 하루를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