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통점 데미안 서평

by 제이티

제목: 공통점 (데미안)


백지원


초등학교 1학년 새 학기 때가 기억났다. 책상과 의자는 4개씩 붙어 한 모둠을 만들었고, 그 자리에는 하나하나 이름표가 프린트 되어 붙여져 있었다. 선생님이 들어오셔서 한 명씩 자기소개를 해보라며 친구들의 이름을 불렀고, 불린 친구는 일어나 자신을 소개했다. 나도 일어나서 어머니가 공들여서 지어주신 이름, 내 나이, 어디 학교에 다니는지 등을 말하였고, 같은 도움에 앉아있던 3명은 내 말에 경청해주었다. 소개가 끝나고 받은 박수 소리를 듣고서는 나는 아마 이렇게 느낀 것 같다. 이렇게 소개하는게 나를 소개 하는 거구나 라고 말이다.


나는 학교에서 친구들과 그럭저럭 잘 어울려 지내고 있다. 벌써 우리 학교에서는 매미의 울음소리가 지잉지잉 울고 있다. 우리 반은 다른 반들과 다르게 에어컨이 시원하게 나오지 않아 수업시간에는 선풍기를 틀어달라며 징징 거리는 소리가 나는가 하면, 쉬는 시간 종이 우렁차게 울리면 문을 열고 28명 중 반이 교실 밖으로 나가버린다. 복도가 더 시원하다면서 말이다.

나도 우리 집 전기요금을 많이 내게 하는 원인이다. 틈만 나면 덥다 덥다 하면서 에어컨을 틀게 만드는데, 6월부터 틀게 만든 나 때문에 또 전기요금이 장난이 아닐 것이다.

나는 교실에서 에어컨과 떨어진 자리에 앉는다. 에어컨을 틀어도 난리법석이 되는데, 얼마나 더 난리를 부려야 에어컨 밑자리에 앉혀주는 걸까. 그래서 나는 한창 축구를 하다 와서 목 밑으로 촉촉한 땀이 맺혀 누가 봐도 더워 보이는 남자애들과 함께 선풍기 타령을 한다. 이 때, 소수의 친구들이 춥다며 반대하는 경우가 꼭 있는데 결국 선풍기는 켜지게 된다. 왜,

여름에는 추운 사람들이 배려해줘야 하고, 겨울에는 더운 사람들이 배려해줘야 한다는 말이 있지 않는가. 여름에 춥다고 하는 친구들은 더워하는 친구들에게 많은 불평을 들어야 한다. 그것에 대해서는 많이 불쌍하지만, 겉옷 하나 들고 오면 되는 것을 가지고 추위를 강조하는 것이 더 짜증날 뿐이다.


선풍기 하나로 공감대가 형성되면 그 때 비로소 안정적인 그룹에 들어갈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더워하는 친구들은 공감대가 하나 사라지게 되어 안정적인 그룹에 들어가지 못하는, 불안정한 상태가 되어 버린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조금은 쓸쓸한 상황을 마주하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살아남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억지를 부려서라도 자신을 남들이 좋아하게끔 다르게 바꾸려 하며, 만든다. 추워도 더운 척, 더워도 추운 척하며 내가 아닌 남에게 맞추려 하는 것이 한 편으로는 참 어리석지만, 결국 나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해야 할 일이었다.


나는 민트초코를 싫어한다. 2080을 얼려먹는 것이라는 말에 고개를 격하게 끄덕일 정도로 말이다. 처음 민트초코를 먹었을 때, 아이스크림 케이크에 들어간 민트 색을 보고 생각보다 맛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한 입 떠먹어 봤는데, 순간 뱉지도, 삼키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여 정말 혼란스러웠다. 그 때 처음으로 엄청난 충격을 받고서는 다시는 민트초코에 가까이 가지도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점점 한 살 한 살 먹어가면서 친구들의 입맛은 변해갔다. 나는 여전했지만 말이다. 다들 민트초코를 좋아해 갈 때도 나는 냄새조차 맡지 않았다.

요즘은 이런 소리를 듣는다. 왜 민트초코를 안 좋아하냐고.

옛날이었다면 저런 질문이 아닌, 왜 민트초코를 좋아하냐는, 민트초코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질문이 더 많았고, 그래서 나는 친구들과 친밀도를 쌓기 쉬웠는데, 지금은 오히려 민트초코를 좋아하지 않는 나를 더 이해할 수 없다는 눈치이다. 나는 대충 분위기 흐름을 알아채고 황급히 말을 바꾼다.

“아 근데, 있으면 먹어, 근데 굳이 사서 먹지는 않는다는 말이지.”

항상 이런 식으로 민트초코를 좋아하는 친구들과 간당간당하게 공통점을 만들어 친밀도를 아슬아슬하게 유지시킨다. 결국에는 나도 남들과 다를 것 없이 나를 바꿔 나간다. 내가 아닌 남이 원하는 또 다른 나도 살아가는 건 우리들의 첫 번째 공통점이다.


진짜 나를 찾는 것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나를 소개하라고 하였을 때 하는 자기소개가 진짜 나일까?

“안녕하세요. 저는 1학년 4반 6번 백지원입니다. 저는 오산중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것은 귀여운 것들이고, 싫어하는 것은 징그러운 것들입니다. 아, 그리고 민트초코는 있으면 먹지만 굳이 사 먹지는 않습니다.”

이게 진짜 나일까? 이름은 내가 지은 이름이 아닌 어머니께서 지어주신 이름, 1학년 4반 6번은 학교에서 정해준 숫자, 집단을 의미하며, 민트초코는 친구들 때문에 좋아하는 척하는 음식이다. 전부 꾸며진 나이지만 지금 이 시대에서는 이 모습이 진짜 나라고 우겨야 한다. 세상은 전부 시대에 맞추어 꾸며져 있고, 우리도 내가 아닌 나를 제외한 모든 것에 맞추어 꾸며야 한다.

하지만 알에서 깨어나 내가 자유로워 지려면 꾸며진 화장을

폼클렌징으로 지우듯이 꾸며진 나를 씻어야 한다.

“민트초코 난 싫어해.” 라고 말해보고 싶고, “추워요.” 이 세글자를 말해보고 싶다. 이 말들을 숨기는 데에는 집단이라는 이유가 있다. 하지만 꼭 약한 애들이 여럿이 뭉쳐 무리를 만든다는 말이 있듯이 남들과 똑같이 계란 판에 들어있는 계란이 되어 먹히는 것보다, 상상력을 뛰어넘어 독수리가 되는 것이 우리 인생의 마지막 목표 아닐까? 집단에서 우울증을 겪는 것은 잔혹한 돌연변이 성장통이지만, 혼자가 되어 겪는 외로움은 진정한 성장통이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결국에 인생은 혼자이고, 나를 힘들게 한 집단생활은 다 사라지고 나만 남게 될 뿐이다. 나에게만 충실하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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