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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티 Aug 02. 2023

환영

감정은 참으로 일시적이다. 공포를 느꼈다가 혐오감이 올라왔다 즐거움이 찾아온다. 나를 해칠 거 같은 대상에 두려움이 느끼는 게 당연하고 벌레를 보면 인상을 찌푸리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즐겁다. 다시 말해 인간의 감정이란 살아남기 위해 만들어진 화학작용이다. 혼자 있으면 심심하고 우울하고, 사람들과 어울리면 즐겁다가, 또 무리에서 소외되면 슬프듯이 전부 다 생존하기 위해 우리 뇌에 새겨진 코딩에 불과하다.


아마 우울증에 걸렸거나 자살하는 사람들은 감정 프로세스가 고장 났을 확률이 크다. 디저트를 먹어도 시큰둥하고, 여행을 가도 즐겁지 않고, 사람을 만나도 그렇세 웃음이 나지 않는다면 즉 뭘 해도 행복하지 않다면 그만 살아야 할까?


하지만 감정은 어디까지나 목적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수단이 목적이 될 수는 없다. 즐거움은 일시적으로 따라오는 감정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사회는 왜 더 행복할 수 있는데 행복하지 않냐고 강요하는 사회 같다. 우울증을 마치 치료해야 할 질병으로 간주하고, 인생의 목적이 행복이라 말한다. 더 비싼 가방을 들어야고, 좋은 차를 몰고 근사한 식당에서 남들 다 하는 인증샷을 찍어야 한다.


인생의 목적이 그저 즐거움이라면, 밥 먹고 자기만 해도 삶은 충분한데 왜 공허함이 밀려올까? 비트겐슈타인은 평생 죽음에 대한 공포와 우울증 자살충동에 시달렸고, 전쟁터에 참호 속에서 철학책을 집필했으며, 암에 선고받아 죽을 때도, 그는 자신의 삶이 완벽하다고 했다. 하나 즐거울 리 없는 인생인데 말이다.


어쩌면 감정이 그리 중요한 게 아니지 않을까? 행복한 사람이 우리나라에 얼마나 된다고 행복하고 즐겁지 않으면 죽어야 된다면 5000만 인구 중에 살아남은 인간이 존재하긴 할까? 기분대로 사는 시절은 호르몬 과잉기 그때면 족하다. 하루에도 몇 번이나 넘어질듯한 충동과 번뇌를 다스리는 힘은 ‘몰입’ 인듯하다.


삶의 의미까지는 모르겠고, 이제는 뭘 하면 기분이 좋은 지도 사실 더 모르겠다. 맛있는 걸 먹으면 행복해질 거라는 환영을 이제는 믿지 않는다. 어느 멋진 곳도 차 막히면 영혼이 파괴된다. 돈을 쓰면 행복해질 거라는 착각. 그리고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는 폭력적인 말.


좋은 짝을 만나면 행복해질 거라는 환영.


삶은 간단하다. 의미를 두고 잘 살려니까 복잡할 뿐.


어떻게 하면 시간이 잘 가는지 그것만 생각하기로 했다. 그게 돈이 안되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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