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 서평
백지원
노을은 내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이다. 정해진 시간에 지며, 그것이 질 때 나오는 주황 빛과 그 속에 섞인 붉은 빛이 파란 하늘과 조화를 이루며 검정색으로 변해가는 것. 지고 있는 태양이며 그 때 떠오르는 새 달도 예쁘고, 그 모든 장면들은 세상에서 가장 예쁠 수밖에 없었다.
“아빠 노을 지는 하늘보다 멋있는 색은 없는 것 같아요. 나는 노을이 너무나 좋아요. 아빠는 어때요?”
“하늘은 바라보기에 참 좋은 곳이야. 그리고 돌아가기에도 좋은 것이라는 느낌이 들어.”
이 문장은 내가 노을을 아름답게 바라보고 있었던 이유를 알려주고 있었다. 생일 날 내가 가족들에게 졸라 바다에 가서 본 노을은 내가 받은 네모난 상자와 네모난 편지와는 차원이 달랐다. 붉은 원의 형태가 끝없이 넓은 하늘을 넓은 붓으로 돌려 그린 듯한 모습. 태양이 우리의 시야에서 사라지기 전이 가장 밝게 빛나고 사라지는 것이 나에게는 더욱 닿았다.
아직 학생이라는 내가, 공부라는 쓸모가 아직 있는 14살에게는 더욱더 말이다. 학생이라는 쓸모가 있는 내가 지고 나서 어른이라는 태양이 다시 뜨기 전까지,
또 죽음과 함께 지는 과정에서 나는 가장 아름다운 빛을 더 아름답게 뽐내고 싶었다. 바다에서 비치는 마지막 청춘의 내 빛깔은 영상으로 담아내기도 어려우며, 길어도 20분 가량밖에 비춰지지 않지만 그래서 더 아름답다. 내 14년의 인생의 과정은 어쩌면 질투와 공부, 내 쓸모 때문에 그리 밝지 않았거나 너무 밝았을 것이다. 그래서 끝은 그 누구보다 완벽하게 비춰보고 싶은 욕구도 있다. 내 인생의 끝에서 느껴지는 도파민을 난 느껴보고 싶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것을 경험하여 나오는 대량의 도파민. 난 그 끝이 화려하길 바란다.
계속해서 동물들을 죽였던 로버트의 아버지. 그가 가장 원했던 것은 동물을 키우는 것도, 자신을 죄책하는 것도 아닌 죽음 아니었을까 싶다. 악착같이 일을 했던, 잔혹한 일을 했던간에 자신의 임무를 다 끝낸 그 끝은 아름다우리라 생각했을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노을이 지는 과정에서 먹구름과 비구름이 생기면 하나도 아름답지 않았다. 그 태양의 마지막조차 볼 수가 없었으니까 말이다. 어쩌면 로버트의 아버지는 어쩌면 다시 올라올 태양이 더 아름답게 질 수 있도록 자신을 엉망으로 만든 것은 아닐까? 다시 올라올라오는 태양인 로버트를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