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 필요한 건 스크린이 아니라 정

by 제이티

지수하


오랜만에 해방이다. 핸드폰이 전화와 문자 빼곤 전부 스크린타임에 갇혀 있었는데 가족이 나 빼고 제주도에 가는 바람에 잠금이 전부 해제되었다. 정말 미친듯이 폰만 했다. 스크린 안에 들어간것처럼 현실이 가상공간이 된 거 같았다. 3박 4일동안 외할머니집에 맡겨진 나. 즐거웠단 표현으로 부족하다. 짜릿하고 온몸에 전율이 맴돌았다. 이 느낌을 받아본지 얼마나 오래됐던가!! 에스엠 노래 웬만한건 다 들었다. 직캠도 다 한번씩 돌려보고 엘즈업 뮤비랑 데뷔음방까지...내 삶이 아이돌로 가득 메워졌다. 외로운 나에게 위안이 되고 허전함을 채워주었다. 그러나 아이돌 덕질은 내게 소마일뿐이었다. 1g씩만 먹어야 했던 소마를 나는 이틀안에 한꺼번에 들이켰다. 아이돌을 보지 못할 때보다 더 큰 오로움이 허전함이 허탈함이 허무함이 내 온몸을 휘감았다. 그냥 힘들더라도 따라갈걸...타이밍은 왜 이렇게 잘 맞는걸까. 내가 제일 가보고 싶던 스누피가든도 갔고 천문우주과학관도 가고.. 계획이 이렇게 알차진 않았단말이야!!!하며 난 땅을 쳤다. 더 환장했던건 서울에서 3시간 줄서서 먹을까 말까하는 런던베이글을 내가 아닌 지건후가 맛봤다는게 억울했다. 개는 그게 귀한지도 모르던데ㅠㅠㅠ 깊은 싱크홀에 빠져서 나홀로 소리치는 기분이었다. 아무리 기다려도 사이렌소리나 사람소리, 소란스러운 소리가 나지 않는 먹먹함과 고요함. 괜히 핸드폰이 미워졌다. 보기도 싫었다. 너무 비참해졌다. 비는 쏟아지는데 우산이 없는 상태 그 자체였다. 난 깨달았다. 아무리 외할머니와 같이 있어도 내 가족만큼만은 못하다는걸. 혼자 있어도 그 빈자리는 핸드폰이 채워주지 않는다는 것. 나에게 지금 필요한 건 건후가 야구응원가를 부르는 소리, 아빠가 쓰레기를 묶는소리, 엄마가 빨래에 세제를 채워넣으면서 아빠한테 세제 사오라고 말하는 소리였다. 그 북적북적함이 일상적인 소리들이 내 피부에 스며들고 내 혈관속에서 끊임없이 순환하고 있었다. 육아휴직이라고 생각했던 이 기간이 나에겐 되려 외로움을 불어넣는 시간이 되었다. 그러면서 체감한것도 있다. 역시나 매일 같이 적응해온 환경은 무시를 못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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