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오질 않네

by 제이티


잠이 오지 않는다. 커피를 4샷이나 먹어서 그런 거다. 절대 생각이 많아서 잠이 안 오는 게 아니다. 잠 안 올 때 듣는 노래는 위험하다. 눌러놓았던 예전의 사막 같던 시절을 불러낸다. 신기하다. 나이는 먹는다는 게 그저 시침바늘이 몇 바퀴 돌아가는 것인가. 몇 년 전 일이 바로 지금 같기도 하다가 아직 오지도 않은 내일이 벌써 눈앞에 그려진다. 지금을 산다는 말은 참으로 오묘한 거짓말이다. 정확히 말하면 어제와 내일은 이미 지금 내 머릿속에 있다. 눈을 뜨면 천장이 보이고 눈을 감으면 울고 있는 내가 보이고 다시 뜨면 코기가 보이다가 다시 감으면 표정 없는 내가 보인다.


시간이 지나면 해결된다는데.. 그건 아니고, 지금의 낯설고 시끄러운 소리로 과거의 익숙한 소리를 지워내는 듯하다. 공허함과 먹먹함이 찾아오는 밤이면 이제는 이 감정이 슬픔인지 분노인지 그리움인지 내가 아는 언어로는 도무지 글자를 써내려 갈 수가 없다. 쓰면서 생각이 정리되기도 하지만 가끔은 내 마음을 똑바로 비춰주지 못하는 안타까운 나의 손가락이 밉다가도 고맙다. 애매모호하고 어정쩡한 마음이 안개처럼 뿌옇게 흐리게 남아있는 게 좋다. 유리잔처럼 마음이 보인다면 얼마나 부끄러울까. 분명 그 안의 액체는 투명하거나 아니면 과일색처럼 산뜻해야 되는데 나는 그렇지 못하니까.


아무 의미도 없는 삶을 이어나가는 게 그저 두렵기 때문일까? 중세시대는 모두가 똑같은 신을 믿으니까 두려움도 불안도 없었다고 하는데, 비록 그게 거짓말이라 해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가면 너무 쓸쓸한 철학 같으니까.



사람이 싫었고 간섭이 싫었다.


그랬더니 이제 나는 우주를 넘어 별에 혼자 살고 있다.


가끔 푸른 지구도 내려다보며 예전의 좋았던 기억만 떠올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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